저   자 : 마츠우라모토오, 오카노 마사유키
출판사 : 거름, 세종서적
일본 경제의 저력은 중소기업에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기반이 튼튼하기 때문에 좋은 부품을 만들 수 있고, 대기업은 이를 조립해 경쟁력있는 완성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내다 판다는 것이다.

일본 경제의 저력은 중소기업에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기반이 튼튼하기 때문에 좋은 부품을 만들 수 있고, 대기업은 이를 조립해 경쟁력있는 완성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내다 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 중소기업의 힘을 알 수 있는 구체적 사례는 많지 않았다.

최근 발간된 두 권의 책은 그에 대한 답을 준다.

하나는 '주켄 사람들'.

세계에서 가장 작은 1백만분의 1g짜리 톱니바퀴를 만든 주켄(樹硏)공업의 이야기이다.

선착순 채용 및 자율 출퇴근, 퇴사 및 재입사는 사원 편의대로, no 정년, no 사규 등등 파격적 운영으로 유명하다.

사원은 시간제 사원 20명을 포함해 총 90명. 해외에 11개 합작회사와 13개 공장.
매출액은 30억엔. 거래처는 소니, 덴소, 스위치 등 세계적 대기업.

다른 하나는 '목숨 걸고 일한다.

초일류 장인이란 별칭이 붙은 오카노 마사유키 사장의 인생 경영관이 담겨있다.

초등학교 졸업이란 학력을 갖고 금형에 관한한 세계 제일의 경지에 이르면서 몸에 익힌 경륜이 곳곳에 번득인다.

사원은 부인과 사위 등을 포함해 모두 6명. 1년간 수익만 6억엔. 거래처는 미 국방성을 비롯해 세계적 대기업.

주켄 공업의 마츠우라 모토오 사장은 1935년생. 2004년 현재 69세이다. 그의 인생 역정은 별나다. 고교시절부터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밴드 활동을 하며 대학을 졸업했고, 5년간의 샐러리맨 생활을 거친 뒤 창업했다.

그가 창업한 곳은 태어난 나고야가 아니라 자란 도요하시.

고물 자동차를 끌고 수주를 하러 돌아다니다가 고급 자동차와 교통사고가 나고, 별 다친데 가없어 괜찮다고 인사하고 헤어졌는데 결국 그 인연으로 고급 자동차의 주인이던 다른 회사 사장으로부터 일감을 얻어 비로소 일을 시작하게 됐다.

일을 하면서는 종업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비즈니스는 구두로 계약하는가 하면, 주위의 모든 것으로부터 배운다. 신제품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무제한으로 쓰고, 남이 못하는 일에 도전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긴다.

그러면서도 세계의 움직임에는 항상 귀를 세워 사업방향을 새로 잡는다. 예를 들어 세계최초로 1백만분의 1g 톱니바퀴를 만들게 된 계기도 앞으로 가전제품이 아닌 휴대폰 등의 극소 품으로 세상을 움직일 것이라는 신칸센에서 만난 외국인의 말이다.

앞으로 초정밀 공업으로 나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아무도 하지 않은 일에 과감히 도전한다.

마츠우라 사장은 사업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다. 인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그릇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지역사회와의 유대를 강조하며,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업을 생각하고, 그러기 위해서도 ‘기업은 가족과 같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오카노 사장도 재미있는 퍼스낼리티를 갖고 있다.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 없어서 못 배운 것은 아니고 다니기 싫어 학교에 안 갔다. 오직 본인이 좋아하는 일만 했고, 그것이 가업인 금형으로 연결돼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나이는 올해 71세. 2대째 공업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부친 세대와는 전혀 다른 방식에, 전혀 다른 기술로 운영하고 있다.

그의 어록은 꼭 철학자같다.

거듭되는 실패가 남다른 사람을 키워낸다, 세상에서 제일 부자는 돈 많은 사람이 아니라 일 잘하는 사람이다, 진짜 경영자는 국가나 은행에 투정부리지 않는다, 매상장부 속에는 세상의 비밀이 숨어있다, 팔리는 싸구려보다 대접받는 최고가 돼라.

이들 어구 하나하나가 현장에서 밤샘을 해가며 단련된 것이기에 읽는 이의 가슴에 와 닿는다.

오카노 사장도 남들이 안하는 일을 하기를 좋아한다. 대표적 사례가 최근에 개발한 ‘맞아도 아프지 않은 주사바늘’. 한국에서는 아직 실물을 못 보았지만 2003년 하반기에 개발 완료해 대량생산을 눈앞에 두고 있단다.

이러한 세계 제일의 제품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하루에 쓰는 재료비만도 7만엔이 넘을 때가 많았는데 한 해의 총 수입이 3만5천엔에 불과한 적도 있다. 눈앞의 현금보다 미래의 노하우와 실력을 얻기 위해 투자한 결과이다.

그는 돈 때문에 실패에 굴복하면 결코 노하우를 얻을 수 없다, 실력이 붙지 않으면 내 인생은 실패한다는 각오로 실패에서 배우며 실력을 쌓아갔다.

그는 남이 쉬워서 깔보는 일과 어려워서 못하는 일에 도전하는 것을 즐겼다. 그 결과 휴대폰 소형화에 일익을 담당했고, 스텔스 전폭기 개발에도 일조했다. 불과 6명의 사원이 있는 조그만 회사로.

특히 눈앞의 이득보다는 기술 습득에 중점을 두어, 당장은 손해가 됐지만 장차 큰 이득을 얻는 경험을 많이 쌓기도 했다.

그는 공장을 아버지로부터 처음에는 업무 종료된 뒤인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빌려서 시작하다가 자신이 좀 더 돈을 많이 벌고, 실력을 쌓게 되자 쿠데타(?)로 사장자리에 올랐다.

마츠우라 사장과 오카노 사장은 공통점이 있다.

일본의 고도성장기에 사업을 시작해 기업의 외형을 키우기보다는 실력을 쌓는데 주력했고, 그 결과 불황기에도 당당히 살아남아 대기업에 큰소리치는 회사가 됐다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가 말하고 있는바 가운데 하나는 3년마다 변화를 꾀한다는 점이다. 마츠우라 사장은 3년마다 세상을 놀래키자며 사원들과 뜻을 모았고, 오카노 사장은 같은 일은 절대로 3년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동시에 두 사람이 강조하는 것은 세상 모든 것에서 배우라는 것이다.

마츠우라 사장은 밴드 생활 시절 한국의 유명한 재즈연주가인 길옥윤씨로부터 들은 말을 인생의 경구로 삼고 있다.

"인생은 얇은 종이를 한 겹 두 겹 겹치는 것. 그렇게 몇 년이고 쉬지 않고 겹친 두께는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것."

트롬본 연주자인 히가시모토 야스히라씨.

"모든 면에서 내 수준이 되면 자네의 불만도 들어줄 용의가 있어. 그러면 자네 역시 일류가 되는 거지. 기본이란 단순한 것들이야. 기본을 제대로 익히는 것은 마음이나 정신이 아니라 형식이야. 유도나 검도에도 형식이 있지. 음악에도 그런 형식이 있다네."

오카노 사장.

어린시절 유곽에 있던 누나들로 배운 것.

"대접 받았으면 네 번은 답을 하라. 음식을 다 먹은 후에, 다음날에, 다음주에, 다음달에."

두 사람의 공통점은 또 있다.

인간생활의 기본을 중시하고 인맥을 중히 여긴다는 것.

상대를 배려할 줄 알고, 의리가 있으며, 한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을 중시한다. 이들과는 눈앞의 이득에 상관없이 공생할 줄 알고, 내 것만 챙기는 사람은 과감하게 뿌리친다는 것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들어선 두 사람이지만 이들은 아직도 꿈을 갖고 있다.
기술적으로 어려워 남들이 하지 않는 일, 못하는 일을 하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

일본의 기업들이 왜 강한가를 중소기업인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엉뚱한 시도로 실패도 있었고 굴곡도 있었지만 기술을 바탕으로 끝내 성공한 사람들.

넉넉한 인생을 누릴 뿐 아니라 가진 것을 주위와 나누는 두 사람과 같은 경영자가 오늘날 일본이 장기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는 저력임을 느낀다.

오늘날 한국 기업들은 위기에 놓여있다. 반기업 정서에, 사회 전체가 사상싸움으로 치달으며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저력은 어려움 속에서 담금질된다.

마츠우라 사장과 오카노 사장과 같은 한국의 저력 있는 중소기업인들의 등장을 꿈꾸고, 이들이 본인들의 성공을 주위와 나누고 꿈을 공유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