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특구 40년, 대한민국 산업화 40년] ②세계를 놀라게 한 10대 성과40년간 경제유발 효과 300조…세계적 혁신 클러스터로 육성해야

 

 

미사일은 한 나라의 국방주권이다. 대한민국 유도무기 자주개발의 효시인 '현무'.
미사일은 한 나라의 국방주권이다. 대한민국 유도무기 자주개발의 효시인 '현무'.

 

 

대한민국 산업화의 숨은 주역인 '대덕연구개발특구'가 11월 30일 설립 40주년을 맞았다. 1973년 건설부 고시를 통해 '교육 및 연구지구'로 지정된 대덕특구는 명실상부 국가 R&D의 중심이자 대한민국 산업화의 견인차로 그 역할을 수행해 왔다. 40세 중년이 된 지금은 새정부가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 창조경제'를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 창조경제의 전초기지라는 새로운 임무와 역할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곳곳에서 드러나는 노화 징후가 기대보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R&D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국가성장의 동력도 상실하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무엇이 문제인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 '대덕특구 40년'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하고 대덕의 현주소를 분석해 앞으로 40년 후 대덕의 미래를 3부 9회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주>

 

2013년. 대덕연구개발특구(이하 대덕특구)가 40년의 역사를 지니게 됐다. 불혹(不惑)을 맞은 대덕특구가 그동안 거둔 성과는 높게 평가해도 부족함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동안 대덕의 과학기술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물론 우리나라를 세계 5대 과학기술 강국으로 자리하게 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5곳과 대학 1곳, 기업체 1곳 등 총 7개 입주기관으로 시작한 대덕특구는 현재 출연연 30곳, 대학 5곳, 기업체 1312곳, 공공기관 11곳, 국공립기관 14곳, 기타 비영리기관 29곳 등 총 1401곳 규모로 성장했다.

대덕특구에서만 창출되는 매출액은 지난해 16조7000억원으로, 고용인원도 6만4321명에 이른다. 40년간 300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 곳이 바로 대덕특구다.

강대임 과학기술출연연기관장 협의회장은 "대덕특구가 40년 동안 해온 성과는 아무리 자랑해도 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 엘지, 중공업 회사 등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한 것이 출연연이다. 그들이 연구원을 통해 얻은 원천기술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서 그렇지 출연연이 없었다면 지금의 결과가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5년 대덕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되고 성과는 더욱 좋아졌지만 그만큼 미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가 됐다"며 "삼성의 연구비가 출연연 총 연구비보다 많아졌다. 이제는 출연연이 리드하는 구조가 아니다. 출연연의 새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40년 역사를 빛나게 하는 과학기술인의 땀과 열정 중 주요 10대 성과를 추려봤다.   

▲대한민국 유도무기 자주개발의 효시 '현무'=1970년대 자주 국방의 기치를 올림과 동시에 미사일 개발을 시도했다. 개발 사업 최초의 성과는 NHK-1 백곰 지대지 미사일이었다.

백곰 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놀라게 했으며, 한국은 세계 7번째 유도탄 개발국이 됐다. 이후 백곰의 성능을 개량한 NHK-2 현무를 개발해 1986년부터 대량 생산, 미사일 전력의 사정거리는 180km까지 늘었다.

육군 지대지 전략의 핵심인 현무-2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300km에 이른다. 이후 ‘현무-3’를 개발, 사정거리 500km의 현무-3A와 사정거리 1000km의 현무 3-B가 개발돼 실전 배치됐다. 2010년 7월에는 사정거리가 1500km에 이르는 현무 3-C가 개발됐다.

▲지식정보 사회 기반 구축 'TDX'=1986년 3월. 전북 무죽, 경북 고령, 경기도 전곡과 가평 등 4개 지역에서 TDX-1 2만4000회선이 동시에 개통, 우리나라의 통신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이 결합된 디지털 전자교환기의 국내 개발이 성공함으로써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 이어 세계 10번째 디지털 전자교환기 자체 개발 및 생산국이 됐다.

TDX란 'Time Division Exchange'(시분할 전자교환기)의 준말로 자동식 교환기(MFC)에 컴퓨터 기술을 결합시킨 전자식 자동전화기다. TDX의 개발은 우리나라에 1가구 1전화 시대를 열고 지식정보 사회의 기반을 구축했다.

 

지식정보 사회 기반을 구축한 TDX(왼쪽 위), 국내 원전기술과 최신설계기준을 적용해 개발한 한국표준형원전(왼쪽 아래), 우리날 최초의 국적 위성인 우리별1호(오른쪽).
지식정보 사회 기반을 구축한 TDX(왼쪽 위), 국내 원전기술과 최신설계기준을 적용해 개발한 한국표준형원전(왼쪽 아래), 우리날 최초의 국적 위성인 우리별1호(오른쪽).
▲인공위성 '우리별 1호'=우리나라 최초의 국적 위성인 우리별 1호. 국내 연구진이 직접 기술을 습득해 이후에 스스로 새로운 위성을 만들 수 있도록 기술적 토대가 됐다.

 

우리별 1호는 1992년 8월 11일 오전 8시 8분(한국시각)에 프랑스령인 가이아나 쿠루우주기지에서 아리안 로켓(ARIANE 4V.52)에 의해 발사됐으며, 고도 1300km에 지구 경사각 66도인 임무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우리나라가 22번째 위성 보유국이 된 것이다. 

우리별 1호로 우리나라는 자체적으로 위성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갖게 됐다. 우리별 1호는 비용이 적게 드는 소형위성이 우주 분야에 적용 가능함을 확인시켜 줬으며, 지구 표면 촬영 장치와 우주 환경 특성 분석 자료 등의 연구 결과물은 후속 우주 기술 개발이 이뤄질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세계최초 'CDMA' 상용화=우리나라가 이동통신 산업에 뛰어든 것은 1980년대 중반. 1984년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서비스주식회사가 처음으로 차량 전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1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됐다. 하지만 시스템이나 단말기 등을 전부 수입해 의존했다.

그러나 1996년 세계 최초 CDMA 상용화, 2006년 세계 최초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상용화, 2007년 LTE 시스템 핵심기술 개발, 2011년 세계 최초 4세대 이동통신시스템 LTE-Advanced 개발 했다.

세계 최초 CDMA 상용화는 한국을 자타가 공인하는 이동통신 산업의 최강자로 만들었다. 뒤늦게 이동통신 산업에 뛰어들었지만 CDMA 상용화 이후 초고속으로 성장한 것이다.

▲한국표준형원전=원자력연은 1984년 정부의 원전기술 자립계획에 따라 축적한 국내 원전기술과 최신설계기준을 적용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고 안전성을 향상시킨 최적의 원자로 한국표준형원전(KSNP)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1995년 준공된 영광 3, 4호기는 기술자립뿐 아니라 외자의존도를 17%까지 낮춤으로써 한국형원전의 효시가 됐다. 또 최초의 한국표준형원전으로 기록된 울진 3, 4호기는 원전의 두뇌에 해당되는 원자로계통(NSSS)을 순수 국내기술로 설계했다. 

이후 1995년 4월에는 우리나라 자력으로 설계, 건설한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HANARO)'가 준공됐다.

▲인공태양 'KSTAR'='인공태양'으로 불리는 K-STAR. 국가핵융합연구소의 차세대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완공은 한국이 에너지 독립국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을 뗀 것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1995년 12년 동안 총 309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개발된 KSTAR 장치는 기존의 핵융합 연구 장치와 달리 전체가 고성능 초전도자석으로 제작된 세계적인 수준의 첨단 핵융합 연구 장치로 그간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에 필요한 '장시간 플라즈마 운전 기술 확보'를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KSTAR는 우리나라가 핵융합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핵융합 연구능력을 확보하고, 핵융합 연구 및 원천기술을 개발해 2040년대 한국형 핵융합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한민국 표준시계 'KRISS-1'=100%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된 대한민국 표준시계. KRISS-1은 표준연이 독자 개발한 광펌핑 세슘 원자시계로, 300만년에 약 1초 밖에 오차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다. 원자시계를 개발하는 데 활용된 광펌핑 방식은 강한 자석을 이용하는 재래식과 달리 레이저를 이용해 원자를 일정한 에너지 상태에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KRISS-1은 원자시계의 오차를 보정할 수 있는 표준시계로 자기장 등 원자시계에 영향을 끼치는 10여 가지 외부 요인의 변화를 정확히 측정, 보정할 수 있어 세슘원자시계보다 10배 이상 정확도가 향상됐다.

KRISS-1의 개발로 정확한 주파수 표준을 확보하게 돼 정보통신, 방송, 최첨단산업 등에서 사용되는 주파수 기준기들의 정확도 등도 평가할 수 있게 됐다.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위), 국내 최초 소형 리튬이온전지(아래).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위), 국내 최초 소형 리튬이온전지(아래).
▲전기자동차용 리튬 이온 폴리머 전지=LG화학기술연구원은 지난 1998년 국내 최초로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 양산에 성공했으나 이미 일본 업체에 비해 10여년이 늦은 상태였다.

 

그러나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중대형 배터리분야에 대한 잠재성을 간파하고 지난 2001년 중대형 배터리 연구 및 북미시장 개척을 위해 미국 연구법인인 CPI를 설립하는 등 일본 업체와 동일한 시기에 본격적인 연구개발 활동에 들어갔다.

결국 연구원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리튬이온폴리머전지를 개발해 2009년 7월 세계 최초로 양산 자동차에 적용했으며 2010년 12월 출시된 GM의 E-REV인 볼트(Volt)에 LG화학의 리튬이온폴리머전지 시스템이 적용됐다.

▲도시형 자기부상열차=기계연에서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기술은 세계적 수준의 대표기술로 꼽히고 있다. 자기부상열차는 전자력의 힘으로 레일 위를 떠서 가는 열차로, 선로와의 접촉이 없이 주행하므로 소음이 적고, 바퀴와 레일과의 마찰로 인한 진동과 분진이 없어 승차감이 좋고 친환경적인 교통시스템이다.

현재 시범운행은 초속 40m/c 이상의 바람에도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게 점검하는 단계다.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상용화 뒤엔 후속과제로 시스템안정화와 200km 속도의 자기부상열차 개발계획이 잡혀있다.

기계연은 향후 자기부상과 선형추진 기계기술의 융합을 바탕으로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친환경 물류시스템 등의 신성장산업을 창출하는 데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휴먼노이드 로봇 '휴보'=인간과 상호작용 할 수 있는 휴먼노이드(humanoid)는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이족보행과 상호작용 능력을 바탕으로 인간을 대신하거나 협력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2009년 12월 3일 KAIST 오준호 박사팀은 달리는 로봇 '휴보2(HUBO2)'를 세상에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처음이며 세계적으로 세 번째였다. 휴보2의 보행 속력은 최대 시속 1.8km이며, 최대 시속 3.6km까지 달릴 수 있다. 최대 보폭은 30cm며 1초에 3보 이상 뛸 수 있다. 상체 모션 기술로는 물건잡기와 악수, 수화가 가능하다.

이 같은 주요 성과 외에도 뇌졸중 치료제 후보물질을 비롯한 글로벌 신약, 25기가바이트(GB)급 차세대 DVD, 세계 최초 촉매를 이용한 나프타 분해공정 등 대덕특구는 기초과학에서 응용과학까지 과학기술의 혁신클러스터를 이뤄왔다. 

하지만 대덕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덕특구 40년사 편찬 위원인 문만용 KAIST 교수는 "반세기만에 과학기술 수준을 선진국으로 끌어올린 사례는 한국이 유일할 것"이라며 "이렇게 끌어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로 대덕특구를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덕이 기대만큼 성과를 이뤘느냐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국가발전에 대덕이 퍼스트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대덕만이 지닌 장점을 살린 해결책을 마련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과 상호작용 하는 휴먼노이드 로봇 휴보(왼쪽),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K-STAR(오른쪽 위), 대한민국 표준시계 KRISS-1.
인간과 상호작용 하는 휴먼노이드 로봇 휴보(왼쪽),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K-STAR(오른쪽 위), 대한민국 표준시계 KRIS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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