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생명연, 중성자 이용 '단백질 구조분석 장치' 공동 구축
출연연간 융복합 통해 신약 및 바이오 신소재 개발 연구 기반 마련

윤태성 박사(왼쪽)와 김신애 박사(오른쪽)가 Bio-C 앞에서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윤태성 박사(왼쪽)와 김신애 박사(오른쪽)가 Bio-C 앞에서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하나로에서도 바이오 분야 일을 해야될 것 같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정연호)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오태광)의 협업은 이 한 마디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하나로에서는 대부분 물리와 재료 연구만이 진행되고 있었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그 한 마디는 연구자들의 열정으로 성사될 수 있었다. 두 기관은 18일 단백질 등 바이오 물질의 3차원 입체 구조를 정확하게 분석함으로써 신약과 바이오 신소재 개발 등 바이오 융합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중성자 바이오 회절장치'를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에 공동으로 구축했다. 결심한 지 7년 만의 성과였다.

협업을 통해 양 기관은 단백질 속 수소 원자를 찾아내는 새로운 '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양 기관이 공동 구축한 Bio-C는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에서 생성되는 중성자의 회절 특성을 이용, 기존의 X-선으로는 분석이 용이하지 않은 단백질 등 거대 분자 내의 수소 원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첨단 연구 장치다. 프랑스와 일본, 미국, 독일, 호주에 이어 세계에서 6번 째로 구축됐다.

회절이란 빛과 같은 파동이 장애물(물질)을 만났을 때, 물질 내부의 원자들 사이를 투과하면서 뒤쪽으로 휘어져 도달하는 현상이다. 회절 무늬를 분석하면 물질의 성분과 위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X-선이나 방사광도 파장은 원자간 거리 수준으로 중성자와 비슷하지만 원자 내부의 전자와 반응하기 때문에 투과력이 낮은데 비해, 중성자는 전하가 없어 원자 내부의 핵과 반응하는 특성상 투과력이 월등하다. 이런 장점을 이용하면 가벼운 원소들인 수소나 산소 등의 성분과 위치, 동위원소간의 차이 분별, 인접한 원소간의 합금이나 화합물, 자성구조의 연구 등에서 보다 정확하고 정밀한 연구가 가능해진다.

하나로 내에 설치된 이 장치는 중성자를 이용해 시료의 고분해능 회절 이미지를 중성자 영상판으로 검출하는 중성자 회절 장치의 일종으로, 중성자 단색기, 차폐 시설 및 중성자 영상판으로 구성돼 있다.

전 세계에서도 유래가 거의 없을 정도로 연구용 원자로와 바이오 분야의 만남은 희소할 수 밖에 없었다. 김신애 원자력연 박사는 "물리와 재료 쪽만 연구용 원자로를 이용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이같은 일을 기획했던 상관이 미션을 줬고, 미션을 해결하기위해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갔다"며 "아마 처음 제기됐던 2007년 정도에 시설이 구축됐다면 독일과 미국이 만들기 전에 우리나라가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 두 곳도 최근에 연구시설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중성자를 이용한 단백질 구조 분석 장치는 현재 프랑스, 일본, 미국, 독일, 호주 등 5개국이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은 후쿠시마 지진 발생 이후 연구용 원자로의 운전을 재개하지 못해 장치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고, 미국과 독일, 호주는 장치 설치와 시운전을 마치고 최근 활용을 시작한 단계다.

하나로 연구용 원자로 한 켠에 설치된 Bio-C.
하나로 연구용 원자로 한 켠에 설치된 Bio-C.
Bio-C 장치를 이용하면 단백질 등 바이오 물질의 수소 원자 및 수소화합물의 구조를 포함하는 3차원 입체구조 분석이 가능해져 표적 단백질의 구조를 기반으로 약물을 설계하는 구조 기반 신약 개발에 필요한 핵심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 마디로 생명체 기본 구성인 단백질의 구조 분석을 기존보다 더 세밀히 분석해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자물쇠-치료약을 열쇠라고 했을 때, 자물쇠의 내부 구조를 파악하고 합리적인 디자인을 통해 열쇠를 만드는 방법을 구조 기반 신약 설계라고 한다.

자물쇠(단백질)의 입체 구조는 X-선, NMR(핵자기공명) 또는 중성자빔 실험을 통해 밝힐 수 있는데, X-선 또는 방사광으로는 뼈대 구조를 빠르게 구할 수 있는 반면, 중성자빔을 이용하면 수소 원자 및 수화 구조를 정확히 알수 있으므로 더 정밀한 3차원 입체구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X-선 및 방사광과 중성자빔 구조 측정을 상호보완적으로 사용한 구조기반 신약 설계는 합리적 약물 설계에 기반하기 때문에 고효율-저비용으로 부작용이 적은 선도물질 도출의 확률이 높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 수소 및 나노 소재 등 에너지·소재 관련 연구 개발에도 활용되는 등 구조 기반 바이오 융합 연구의 핵심 인프라 시설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태성 생명연 박사에 따르면 이번 성과는 출연연간 융복합 연구를 통해 신약 및 바이오 신소재 개발의 연구 기반을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창조경제를 기반으로 한 융복합 기술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같은 연구 성과는 향후 진행될 출연연 간 협업 연구에 도화선이 될 수 있을 거란 전망이다.

윤 박사는 "이번 성과는 양 기관이 바이오 융합 연구를 위한 상호협력협약을 맺고 장치 공동 개발 및 구축을 위해 수행해 온 결과물로, 이종 기술의 융복합(원자력+생명공학)을 통해 바이오 융합 연구의 새 장을 열기위한 출연연간 협업의 산물이다"고 설명했다.

Bio-C는 내부 연구자와 공동 연구자의 초기 연구를 거쳐 2014년부터 국내 산학연 이용자에게 개방될 예정으로, 2015년 완공 예정인 제4세대 포항 방사광 가속기와 상호 보완해 구조 기반 바이오 융합 연구의 핵심 인프라 시설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원자력연과 생명연은 19일 준공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연구 일정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