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인순 벽돌한장 회장 "소통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

40년 동안 국가의 일방적인 지원으로 유지돼온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14일 자생조직 '따뜻한과학마을벽돌한장'이 발족했다. 일방적 수혜대상에서 벗어나 내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혁신적인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장인순 따뜻한과학마을벽돌한장 회장.
장인순 따뜻한과학마을벽돌한장 회장.
지난 4월부터 7개월간 벽돌한장 모임의 태동을 준비하고 초대 회장을 맡은 장인순 전 원자력연구소장을 15일 만났다.

장인순 회장은 "이 모임을 나라를 걱정하고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으로 규정하고 싶다"면서 "벽돌한장은 누구나가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일 뿐이며, 따뜻한 과학마을은 통제 가능한 우리부터 변하자는 다짐"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취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발족식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발기인으로 참여하겠다는 이들의 연락이 왔을 정도"라면서도 "초기에는 외형 확대보다 결속력 강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제는 모임이 공식 발족한 만큼 참여회원을 늘리고 결속을 다지는 일에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벽돌한장의 핵심 취지는 일방적으로 국가에 의존하는 기존 행태에서 탈피, 스스로의 힘으로 창조적 생태계를 조성해 40년 후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과학마을로 일구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물과 기름으로까지 비유되던 대전지역과의 소통과 융화도 주요 목표다.

지금까지 대덕연구단지의 문제로 지적된 것들을 자발적으로 해소해나가자는 취지임에도 주요 출연연 기관장 등의 참여는 없다. 37명의 발기인 중 최영명 원자력기술통제원장이 유일한 현직 기관장이다.

장인순 박사는 이에 대해 "벽돌한장은 철저한 자율과 자발적 참여를 원칙으로 한다. 현직 기관장들을 제외한 것은 부담을 지우지 않는 한편 자율성을 살리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최영명 원장은 4월 첫모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했기에 발기인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칠 정도로 '자율적·자발적 동참'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원자력 전문가답게 핵융합과 핵분열을 예로 들어 "작은 것이 모일 때 깨끗하고 효율이 높다. 처음부터 큰 것을 받아 필요에 따라 나눠 쓰는 것은 효율이 떨어지고 다양한 문제를 내포하게 된다"고 말했다.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이 융합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창출하는 방법이고, 핵분열은 우라늄235의 원자핵이 중성자를 흡수하면서 두 개의 다른 원자핵으로 분열하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핵융합이 개개인의 참여를 전제로한 벽돌한장이라면, 핵분열은 지금까지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막대한 예산을 바탕으로 유지돼온 대덕의 모습이다.

장인순 회장은 "모두의 열정과 희망에 능동적인 벽돌한장의 노력이 더해질 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고,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후배 과학자들에게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 국민소득 300불 시절에 시작한 연구지원이 2만불 시대인 지금에는 세계 5위권으로 늘었다. 일방적으로 받는 사람들에게는 늘 부족할 수 있지만, 국민들의 세금과 사랑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출연연 민영화' 등 출연연과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스스로 행동하거나 움직이지 않으면 누구도 돕지 않는다. 스스로가 주인공이란 생각을 갖고 노력할 때, 더 좋은 방향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스티브 잡스는 애플을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이라고 정의했다. 인문학은 '왜?'라는 물음이며 과학은 '어떻게?'라는 방법론이다. 전문 분야에 대한 열정과 몰입도 좋지만 인문과학을 이해할 때 사고의 폭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하고 "젊은 층이 움직여야 미래가 바뀔 수 있다. 벽돌한장이 소통·융합을 추구하는 만큼 주인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작은 노력과 힘을 보태달라"고 젊은 연구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을 주문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