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유즈호 이용 7일 ISS 도착…내년 3월부터 39기 선장 맡아
2000년 11월 이후 미·러 외 선장은 벨기에·캐나다 이어 세 번째

NASA 내 ISS 홈페이지에 소개된 39기 탐사대. JAXA 소속 와카타 코이치(오른쪽 두번째) 씨가 ISS 선장을 맡았다. 미국과 러시아 이외 국가가 ISS를 총괄하기는 벨기에와 캐나다에 이어 일본이 세번째다.
NASA 내 ISS 홈페이지에 소개된 39기 탐사대. JAXA 소속 와카타 코이치(오른쪽 두번째) 씨가 ISS 선장을 맡았다. 미국과 러시아 이외 국가가 ISS를 총괄하기는 벨기에와 캐나다에 이어 일본이 세번째다.
사상 첫 일본인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 ISS) 선장이 탄생한다. 2000년 11월 ISS 프로젝트 도입 후 13년 동안 38명의 선장이 임무를 수행한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국가가 선장을 맡기는 벨기에와 캐나다에 이어 세번째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다.

NASA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각) 일본 우주인 와카타 코이치(Wakata Koichi)를 비롯해 마하일 트룬, 릭 마스타파치오 등 우주인 3명이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에 탑승, 7일 오전 우주정거장에 도착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와카타 코이치에 대한 역할이다. 코이치는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 임무를 수행하는 38기 탐험대(Expeditions)에는 우주정거장 합체 및 수리 등을 담당하는 로봇암 전문엔지니어로 참여하지만, 2014년 3월부터 지구로 귀환하는 5월까지 39기에서는 ISS를 총괄하는 선장직을 수행한다.

일본의 첫 ISS 선장 배출의 의미와 더불어 그동안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2000년 11월 1일 ISS 프로젝트 시작 후 지금까지 38기 탐사대가 우주정거장에서 각종 연구 등을 진행해왔다. ISS 선장은 NASA 우주인 윌리엄 세퍼드가 최초로 임명됐으며, 이후 러시아와 미국이 번갈아가면서 선장직을 담당했다. 미국과 러시아 외 국가가 ISS를 책임진 적은 2009년 21기 탐사대 프랭크 위네(벨기에)와 올 초 35기 탐사대의 크리스 하드필더(캐나다)가 유일했다. 일본이 세 번째 국가인 셈이다.

와카타 코이치가 39기 ISS 선장으로 결정된 것은 지난 2011년 2월이다. 당시 일본 언론은 "일본인 최초 국제우주정거장 선장 탄생" 소식을 전하며 "일본 우주과학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린 사건"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ISS 선장 배출이 우주과학분야에서의 경쟁력과 영향력을 입증해 주는 잣대란 것이다.

와카타 코이치는 1992년 모리 마모루 씨가 일본인 최초 우주비행사로 기록된 직후 우주비행사 후보로 발탁됐으며, 1996년 우주왕복선에 승선해 우주비행을 경험했다. 이후 2009년 벨기에인 프랭크 위네가 미국과 러시아 외 국가 최초로 선장을 맡았을 때, 21기 탑승대원으로 6개월간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렀다.

당시 그는 로봇팔 조정전문가 자격으로 참여했는데, 일본이 ISS 등 우주환경에서 사용되는 많은 종류의 로봇팔 개발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와카타를 관련분야 전문가로 육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우주인프로젝트가 진행된 1992년과 첫 우주비행이 있었던 1996년으로부터 10여 년 후인 2009년 이후 본격적인 우주인 배출까지, 13년에 걸쳐 체계적으로 후속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는 뜻이다.

◆한국, 우주인프로젝트 이후는?…발사체 개발에만 '집중'

2006년 전국민 참여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인후보로 선정, 2008년 ISS에서 11일 체류한 뒤 귀환한 이소연 박사. 한국인 최초 우주인이란 수식어가 붙었지만, 의무 근무 기간 종료 후 미국 유학을 떠났다.
2006년 전국민 참여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인후보로 선정, 2008년 ISS에서 11일 체류한 뒤 귀환한 이소연 박사. 한국인 최초 우주인이란 수식어가 붙었지만, 의무 근무 기간 종료 후 미국 유학을 떠났다.
일본인 ISS 선장 탄생과 맞물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특히 우주인 육성사업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 전국민이 참여하는 우주인 배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고산 씨와 더불어 우주인 후보로 선발됐던 이소연 씨가 2008년 4월 러시아 소유즈에 탑승해 ISS에서 11일을 체류하고 귀환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이 씨는 우주인 프로젝트 상 '2년 간 항공우주연구원 근무'라는 의무조항이 끝난 뒤인 2012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평생 우주 다녀온 얘기만 하면서 살 수 없다"는 것이 그가 밝힌 유학의 동기다. 이 씨는 더불어 "2년 의무기간 동안 강연하고 나면 강연요청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4년이 다되어도 바빴다. 모두 우주인관리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소연 씨는 최근 한국계 미국인과 결혼하면서 국적 논란과 더불어 260억원이 들인 우주인프로젝트 먹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간간이 소식을 전하던 트위터 계정도 폐쇄된 상태다. 고산 씨도 현재 우주분야가 아닌 3D프린터 관련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한 우주인프로젝트가 지속되지 못하고 일회성에 그친 것이다. 이런 내용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최재천 의원은 "256억원을 들여 훈련시킨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와 고산 씨는 이후 우주개발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다"면서 "한국 최초 우주인 배출 사업 이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이에 대한 실험 기술이나 후속 연구 등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두 사람의 행보는 결국 체계적인 우주인재 육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란 지적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항우연은 "한국 우주인 배출사업 이후 한국마이크로중력학회가 창립되는 등 국내에서 마이크로중력환경을 활용한 우주실험 연구 활성화가 됐고, 일본 우주개발기관인 JAXA와 협력해 ISS를 활용한 우주실험협력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 1월 한국 우주개발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나로호 발사 모습. 하지만 한국의 우주개발이 지나치게 발사체 개발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한국 우주개발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나로호 발사 모습. 하지만 한국의 우주개발이 지나치게 발사체 개발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는 '2040년 세계 6위 우주강국'을 목표로 각종 우주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발사체 개발에만 치중돼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 정부가 7월 발표한 '우주개발 중장기계획'의 핵심은 '독자 우주개발 추진을 위한 자력발사 능력 확보'(발사체 개발)에 맞춰져 있다. 6개 분야별 추진전략도 ▲발사체 개발과 발사장 구축 ▲저궤도·정지궤도 위성 독자 개발 ▲위성정보활용시스템 구축 ▲달·행성탐사 등 우주활동영역 확대 ▲우주산업체 역량강화 ▲우주원천·핵심기술 강화 등이다.

우주개발 인력 양성과 우주문화 확산, 우주개발 국제협력 강화 등은 추진전략에 간략히 언급된 정도다.

지난 6개월 간 NASA 등을 탐방하며 한국 우주정책 현주소를 진단한 이지은 KAIST 학생은 "한국의 우주개발은 발사체에만 치중한 외발자전거"라며 "우주개발 역사가 짧을 뿐더러 우주개발에 대한 의식 자체가 부족하다. 결국 이소연 박사 문제도 인식 부족과 지속적인 관리책 부재가 가져온 결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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