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자원연의 젊은 연구원들⑤]광물자원연구본부 정경우 박사
"제련기술 확보 통해 국내외 자원 활용과 자급률 향상에 기여할 것"

정경우 지질자원연 박사. 제련 연구에 대한 중요성을 설며하고 있다.
정경우 지질자원연 박사. 제련 연구에 대한 중요성을 설며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 4월부터 '희귀자원 보호'를 명분으로 희토류의 세금을 최고 20배까지 올리는 조치를 감행했다. 희토류는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열도 분쟁 당시, 중국이 일본으로의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면서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게 했던 필수자원이다. 첨단제품에 필수적인 광물로 중국의 매장량이 세계 1위다. 중국의 세금 인상 조치는 희토류를 앞세운 자원무기화 경쟁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1세기 들어 자원의 전 세계적 수요 증대가 발생하고 자원부국의 수출 통제가 일어나면서 자원의 가격 급등과 수급 불안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자원 수출 및 수급 문제가 경제적 문제 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적인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그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 안정적 자원 수급은 국가적 주요 관심 분야로 대두됐다. 자원빈국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자원부국의 자원무기화 경쟁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정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 박사는 "이같은 자원무기화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을 갈고 닦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정치적인 문제로 희토류의 수출을 금지했을 때 처럼, 우리나라 역시 우리의 무기를 크든 작든 날카롭게 갈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 박사는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 상황을 극복하려면 제련 분야에서 선도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며 "제련 기술 확보를 통해 국내외 자원 활용과 자급률 향상의 기반 구축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련연구실에 소속돼 있는 정 박사는 열이나 화학적·전기적 방법을 통해 광석으로부터 금속원소를 추출·회수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순도 99%의 금속을 99.9%로 고순도화하는 작업이라고 보면 된다. 

자연계에는 70여 종류의 금속 원소가 있는데, 이것은 지구 표면에서 다양한 형태의 광물로 존재하게 된다. 여러 광물 중 상업적 채굴과 제련이 가능한, 유가 금속을 함유한 광물을 광석이라고 한다. 광석에는 유가 금속 외에 맥석이라는 경제성 없는 원소들이 포함돼 있다. 광석 내 존재하는 유가금속 역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정 박사는 "채굴된 광석의 이용을 위해서는 유가 금속만을 추출·분리하고, 유가금속간의 분리를 통해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형태와 순도를 갖는 금속 또는 금속화합물로의 회수가 요구되는데, 이와 같은 영역을 제련이라고 하며, 제련연구실에서는 이 분야에서의 고효율·친환경 기술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가 기간산업의 핵심소재로 사용되는 희유금속(희토류, 우라늄, 바나듐 등)을 정광 또는 순환자원으로부터 생산할 수 있는 침출 및 분리정제 분야 연구에 매진해 온 그는 우라늄 침출분야에서 초음파을 이용한 침출공정을 확립해 기존 대비 우수한 침출속도 및 낮은 에너지 소모량을 갖는 원천 기술을 확보해 국내외에 특허 등록 및 출원을 한 바 있는 지질자원연 대표 젊은 연구자다.

뿐만 아니라 초음파 적용 연구를 분리·정제 분야에 함께 수행해 원천 기술 특허를 확립했다. 이를 통해 국내 우라늄광 제련 관련 연구과제의 성공적 수행에 많은 기여를 했으며, 해외 학술대회에서 다수의 논문 발표 및 패널 활동을 통한 연구원 위상 제고에 기여했다.

최근에는 전기화학적 방법을 이용한 광석의 전해침출 연구에 매진, 특히 몰리브덴 광석 제련 분야에서 몰리브덴 선택적 침출 기술을 개발해 국내산 몰리브덴 광산 개발의 기반을 확립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질자원연 제련연구실은 실험실 수준에서 볼 때 세계 최고와 견주어도 자신있을 정도의 기술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원의 한계 때문에 상용화 기술에서는 약점이 있지만, 기술 개발 쪽에서는 뒤지지 않는다는 것. 그는 "연구는 활발히 진행 중이다.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다"고 말했다.

◆ 광산없는 한국에서 제련 기술을 왜?…남의 기술이 아닌 우리 기술로 하는게 중요

전기화학적 방법에 사용되는 장비.
전기화학적 방법에 사용되는 장비.
제련을 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광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유가금속이 묻혀있는 광산이 별로 없다. 제련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지 않은 가장 큰 이유다. 중국의 희토류 관련 공장이 활발한 것과 유관하다. 캐나다 역시 우라늄이 많이 묻혀있기 때문에 관련 공장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정 박사는 "우리나라도 있긴 한데 대규모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해외 자원 개발에 힘을 쏟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며 "해외 자원이라고 해서 남의 기술로 할 필요는 없다. 외국에서 100원을 가지고 제련을 해야 한다면, 80원 가지고 우리 기술로 제련을 하면 더 좋은 셈이다. 그렇게 한다면 남들보다 어드밴티지를 갖고 뛰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희토류에 대한 제련 기술은 중국이 뛰어나다. 그러나 정 박사는 말 그대로 현재일 뿐이라고 말했다. 언제까지나 중국이 최고의 자리에 있을 수 만은 없다는 이야기다. 그는 "자주개발 비율을 높이려는 국가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자원을 수입해 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며 "'이 금속이 우리 손을 얼마나 탔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앞으로 위상 제고 부분에서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고품위 광석 부존량의 감소에 따라, 저품위 및 난용성 전략금속광의 개발 노력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이같은 상황에 발맞춰 국내 부존 저품위 광석의 개발을 위한 고효율·저에너지·친환경 제련 기술 개발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 창조에 기여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국가적 위상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연구를 하고 싶어서 지질자원연에 입원, "제일 힘든 건 손이 머리를 못 따라갈 때"

정 박사는 연구원에서도 소문난 '호기심천국'이다. 자신의 연구 말고도 다른 이들의 연구가 궁금해 이곳 저곳을 발발거리며(박사의 표현에 의하면) 다닌다. '왜 지질자원연 대표 젊은 연구원으로 선정된 것 같은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여기 저기 다니는 것들이 좋게 말해 액티브하게 보여졌던 것 같다"며 "잘한건지 못한건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2010년도에 입원한 그는 올해로 지질자원연 3년차다. 연구를 하고 싶어서 다니던 대기업을 때려치고 지질자원연에 들어왔다는 그. 기업에서 연료전지를 연구했던 정 박사는 앞으로 소재를 잘 만드는 나라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두말 않고 지질자원연 행을 선택했다.

정 박사는 "연구가 체질이다. 재미있다. 그러나 힘든 것은 손이 머리를 못 쫓아간다는 데 있다. 이런 저런 연구를 하고 싶은데, 시간이 한정돼 있다. 제일 안타깝다"며 "연구는 내가 죽어도 끝난게 아니다. 나만 끝난 것이지 지구상에서의 연구는 끝이 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연구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가 빠른 다른 연구원에 비해 지질자원연의 연구는 주기가 빠른 편은 아니다. 꾸준히 하는 사람이 이길 수 밖에 없는 체계인 것. 그는 "지질자원연은 내공을 쌓아가는 연구원이다. 이게 바로 강점이다"라며 "큰 한방을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다. 젊은 연구원들 마찬가지다. 지치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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