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IBS에서 상상력포럼D…대덕 위기·창업 주제 '허심탄회' 토론회
참석자들 "위기라는 사실 본인들만 몰라…가장 큰 문제는 사람·시스템"

'대덕의 위기, 허심탄회 토론회'를 주제로 한 상상력포럼D 시즌 2의 두번째 마당이 23일 오후 3시 IBS(기초과학연구원)에서 열렸다.
'대덕의 위기, 허심탄회 토론회'를 주제로 한 상상력포럼D 시즌 2의 두번째 마당이 23일 오후 3시 IBS(기초과학연구원)에서 열렸다.
"출연연 위기는 역할에 대한 고민 부족이 원인이다. 본래 미션 이후에 대한 역할을 준비해야 했는데 그런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다."(오세정 IBS 원장)

"출연연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면서도 도입하지 않는 것이 관리자 교육이다. 엔지니어와 관리자는 다르지만 출연연에는 교육 받은 관리자가 없다."(박성동 쎄트렉아이 의장)

22일 오후 3시 IBS 회의실에서 진행된 '상상력포럼D' 시즌2 두번째 장 '대덕의 위기, 허심탄회 토론회'에서 나온 출연연 위기론의 원인이다.

이번 상상력포럼은 그동안 저명 강사 초청강연 후 질의응답에서 탈피해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오픈형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25일 손욱 전 삼성종기원장과 강성모 KAIST 총장이 한 목소리로 '토론을 통한 창의성·리더십 강화'를 강조한 만큼, 대덕 내 토론문화 확산을 위해 새로운 형식을 도입했다.

토론 주제는 ▲국가연구소 과학자의 위기 ▲창조적 아이디어 탄생 ▲연구원 창업 등 3가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위기론의 원인으로 ▲출연연 역할에 대한 인식과 진화 부족 ▲성과·예산 중심 정책으로 인재육성 의식 부재 ▲관리자 개념 없는 출연연 인사구조 등이 거론됐다.

오세정 원장은 "출연연 역할이 정부 교체에 따라 기초연구, 상업화(창업) 등으로 변하는 이유 중 하나도 스스로의 역할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면서 "출연연도 조직이다. 설립 초기 설정된 철학과 사명이 해결된 후 새로운 사업과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진화다. 지금까지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오 원장은 이어 "출연연이 힘을 합해 공공목적의 기술을 만들어낸다면 바라보는 인식도 바뀐다. 지금까지는 자기만 할 수 있는 것만 찾다보니 스스로 역할을 축소시켰다"고 꼬집고 "시간과 환경의 변화에 따른 출연연의 새로운 미션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이것을 다른 곳에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 존립 자체를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출연연의 역할과 존재이유에 대한 명확한 규명과 구성원간의 공감을 강조했다.

이날 이은우 UST 총장은 대덕의 위기 해법으로 '사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이은우 UST 총장은 대덕의 위기 해법으로 '사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은우 UST 총장은 "우리 경제가 빠른 추격자를 지향할 때 출연연의 역할이 지대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선두주자로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출연연 구조는 여전히 추격자형"이라고 지적하고 "답은 사람이다. 정부와 출연연 모두 인재를 키우는 데는 관심 없이 오직 성과와 연구비만을 생각했다. 이는 정부는 물론 출연연 스스로 바꿔야 하는 문제로, 변하지 않으면 정말 심각한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빠른 추격자 시절에는 선진국 모델을 모방하고 정부가 요구하는 프로젝트만 확실히 처리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모방할 모델도 없고 창의적 사고로 정부에 지원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란 것이다. 상황은 변했는데 연구소 관계자들의 인식은 여전히 빠른 추격자형이란 지적이다.

전홍석 오토썬 대표는 에기연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어디를 가도 대덕 같은 환경과 제도를 누리는 과학자는 없다고 본다. 그만큼 출연연 과학자들이 울타리 안에 있는 셈"이라며 "출연연이 지금까지는 산업을 이끌어오기 위해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됐다면, 앞으로는 연구원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 연구원 중심이란 뜻에 창업, 창조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패러다임과 시스템 변화를 주문했다.

박성동 쎄트렉아이 의장은 "출연연 내부가 위기라고 느끼는 것인지, 출연연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위기인 것인지를 명확히 하자"며 출연연 관리시스템 변화를 촉구했다.

토론자들의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대덕의 위기에 대해 논하고 있다.
토론자들의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대덕의 위기에 대해 논하고 있다.
김은일 에기연 연구원은 '대덕 위기론'에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놨다.

김 연구원은 "포럼에서 다루는 주제와 현장이 느끼는 문제에 괴리가 있다고 본다. 포럼의 이야기는 성층권 이야기다. 현장에서 몸에 부딪히는 것은 평가 같은 것"이라며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위기는 곧 위험과 기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형철 대덕과우회 전문위원은 "냉정하게 보자. 세상은 많이 변했는데도 출연연 모두 과거 향수에 젖어 있고 그것을 요구한다. 정부가 출연연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연구소 내부는 모르는 것 같다"고 반박하고 "출연연 관련 정책은 80년대 후반 민간연구소가 많이 생기면서 언급됐다.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가 국가 과학기술 추동력을 출연연에 기대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라고 몰아쳤다.

문 전문위원 역시 "출연연이 발전하려면 인적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출연연은 들어오면 정체된다. 고인 물"이라며 위기 극복 해법으로 인직자원 관리를 꼽았다.

◆ "준비 안된 청년 창업, 학도병 전쟁 내보내는 격"

창조적 아이디어와 연구원 창업을 주제로 한 토론도 뜨거웠다.

엄영준 썬에어로시스 전무는 "대덕은 10년 전부터 이미 위기였다. 상용기술은 기업에 밀렸지만 출연연은 변화가 없었다"면서 "이제와서 위기를 인식했을 뿐"이라고 질타했다.

박성동 의장은 "연구원 창업이 강조되고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에 들어가면 다 망한다. 그럼에도 정부의 청년창업지원은 넘치고 있다"며 "경제 전장에 학도병들에게 총 쏘는 법도 가리치지 않고 총 한 자루 던져주고 전장으로 내모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박 의장은 금전적 창업지원에 앞서 인력관리, 재무·회계, 마케팅 등 전반적인 경영교육을 강조했다. 전홍석 오토선 대표는 연구원 창업과 관련해 "수요로부터 출발하는 연구가 선행되야 하며, 창업 및 경영과 관련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연구소를 휘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문기 카이트창업가재단 사무국장 역시 무분별한 창업 지원 정책에 우려를 나타냈다.

정 사무국장은 "창업할 때 가장 어려운 것으로 돈, 사람, 기술을 생각하지만 막상 창업에 있어서는 선택의 여지 없이 모든 것이 난제"라며 "창업 생태계가 너무 많아 오히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위기론'에 대해 "대덕의 위기보다 국가의 위기가 더 맞는 표현 같다. OECD 국가들이 2만불에서 3만불로 진입한 평균 7∼8년 동안 한국은 정체돼 있다"며 "구슬은 많다. 대덕도 마찬가지다. 구슬을 끼는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방법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상상력포럼D는 11월 20일 UST 대강당에서 진행된다. 광고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박웅현 씨가 강사로 나서 '과학과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다음은 이날 토론회 참석자 명단.(무순)

권이현(합동군사대학교), 김원민(KIST), 김은일(에기연), 문형철(대덕과우회), 박성동(쎄트렉아이), 엄영준(썬에어로시스), 정문기(카이트창업가재단), 정여진·최성영(기획재정부), 한창세(CS), 홍성실(이투힐), 김재현(화학연), 이은우(UST), 전홍석(오토썬), 박경호(글로벌융합포럼), 오세정·김원기·정경택·박종용·송충한·유영준·허대녕·정내양(이상 IBS).

이날 토론회는 대덕의 위기에 대해 해법을 찾는 시간으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이날 토론회는 대덕의 위기에 대해 해법을 찾는 시간으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가연구소 과학자의 위기, 창조적 아이디어 탄생, 연구원 창업 등을 중심으로 논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가연구소 과학자의 위기, 창조적 아이디어 탄생, 연구원 창업 등을 중심으로 논했다.

대덕 위기의 해법은 '사람'과 '시스템'에 있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대덕 위기의 해법은 '사람'과 '시스템'에 있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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