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임춘식·손동환·남기혁·조용현 예비창업자 휴직하고 창업준비 구슬땀
"창업은 여전히 위험하다는 인식이 가장 큰 벽…제2의 인생 스타트 업!"

ERTI 연구원으로 창업에 나선 손동환, 임춘식, 남기혁, 조용현 예비창업자(왼쪽부터).
ERTI 연구원으로 창업에 나선 손동환, 임춘식, 남기혁, 조용현 예비창업자(왼쪽부터).
"마음속의 확신을 끌어내며 창업 시점을 결정하기까지 가장 힘들었습니다."(남기혁)

"지금까지 살아온 패턴변화와 심리적인 요소를 극복하는 것이 창업을 결정하는데 큰 걸림돌이었습니다."(임춘식)

"여전히 창업은 위험하다는 사회적 인식때문에 같이할 인재를 모으는 일이 어려웠습니다."(조용현)

이들에게도 창업을 결심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창업은 위험하다'는 주위의 반대는 당연한 일이었고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와의 자문에서 확답을 얻는 일은 더욱 어려웠다.

이런 과정을 극복하고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ERTI의 임춘식, 손동환, 남기혁, 조용현 예비창업자를 만났다. 20대에서 30대, 40대, 60대까지 연령층은 다양하지만 창업에 대한 열정, 기대감과 긴장감이 어린 이들의 표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비창업자들은 ETRI창업보육 정책에 따라 3년간 휴직상태에서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창업을 준비 중이다. 이들의 창업준비 과정을 들어보자.

◆손동환 "동료들이 적극 창업에 동참해 결심 굳혔죠"

손동환 예비 창업자의 창업 아이템은 '고신뢰 임베디드시스템을 위한 실시간 운영체제(RTOS)'. 무기체계, 항공기, 로봇, 자동차, 철도차량, 위성 등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사고로 이어지는 고신뢰 시스템에 적용된다.

RTOS 기술은 손동환 연구원팀에서 개발한 기술이다. 기존 국방이나 항공에는 외국에서 개발한 운영체제가 사용됐다. 손 연구원팀의 기술개발로 고신뢰도를 요구하는 방산이나 항공 분야에서 운영체제의 국산화 가능성을 열게 된 것으로 의미가 컸다.

"우리팀이 개발한 RTOS가 탑재된 한국항공(KAI)의 무인항공기가 비행시험에 통과하고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과 자부심이 컸습니다. 기술을 이전하려고 했으나 RTOS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기술로 개발자가 직접해야한다는 의견이 많았죠. 창업을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기술 개발에 참여한 동료들이 적극 창업에 동참하겠다고 나서서 결심을 굳히게 됐습니다."

창업을 결심한 손 예비 창업자는 어느해보다 더웠던 지난 여름을 고스란히 창업 준비에 쏟았다. 현재 과제가 진행 중으로 그가 먼저 휴직을 하고 창업을 준비하기로 했다. 동료들은 과제 진행에 따라 합류하기로 했다. 모든 업무를 혼자서 감당 해야했다.

"2달의 시간을 2년처럼 쓴것 같습니다."(웃음)

그의 웃음은 그간의 시간이 쉽지 않았음을 미루어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지성이면 감천이었다. 창업자에게 시장을 확보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데 국방 무기체계에서 국산 RTOS를 우선 적용해야한다는 정부규정이 만들어졌다. 첫 시장이 열린 것.

손 예비 창업자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하며 포부를 밝힌다.

"내년 KAI 납품부터 시작해 다양한 무기체계에 적용을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간 시장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 미국 등 해외 시장 진출로 국산SW 기업의 새로운 성공 사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시장 확보에 대한 멘토링제도의 필요성이다. 손 예비 창업자는 "우리는 다행히 첫 시장을 빨리 찾았지만 연구원 창업에서 지적되는 부분이 시장을 보는 안목"이라면서 "시장에 대해 멘토링을 해 줄수 있는 인력 배치가 정책적으로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구원 창업이 안정되기까지 3년의 휴직으로는 어려운 점이 있다. 5년으로 늘리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임춘식 "지금까지의 패턴 바꾸고 창업"

임춘식 예비 창업자는 정년을 앞두고 있다. 인생 이모작이라는 말도 있지만 결코 이르지 않은 나이에 창업을 결심하기는 쉽지 않았다.

"1980년에 연구소에 들어와 33년간 연구원으로 살아온 패턴이 있는데 그걸 바꾸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아이템이 확실해도 창업후 성공 할 수 있을까 하는 심리적인 어려움도 창업을 결심하기까지 고민을 거듭하게 했죠."

임춘식 예비 창업자의 창업 아이템은 '국내 및 중국에 적합한 지능형 하이패스 단말기'.

그는 ETRI 재직중 단거리 무선패킷 통신기술(DSRC)을 기반으로 도로공사의 하이패스, 대전시와 전주시의 버스안내 등 글로벌 지능형 교통시스템(ITS)을 상용화한 주역이다.

ITS 시장은 2011년부터 연평균 9.3%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 2015년에는 185억6100만 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과 일본, EU에서 기술을 주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기술력 역시 그에 뒤지지 않는다는게 임 예비 창업자의 설명이다.

"우리가 연구한 ITS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과 국내의 첨단안전자동차 및 스마트하이웨이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또 지금 판매되는 제품보다 30%이상 저렴한 가격에 두배 이상 높은 질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고요.""

그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친다. 필요한 지원 정책을 질문하자 그 역시 "초기 창업자가 제품으로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으려면 기술자금지원보다 창업자가 제조한 아이디어 제품을 정부에서 구매하는 등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기혁 "올해까지 준비해 내년부터 제품 홍보 들어갈 것"

조용한 성격의 남기혁 예비 창업자는 오래전부터 창업을 고민해 왔다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상에 열정을 쏟으며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마침내 새로운 기술과 시장의 기회를 발견한 그는 창업을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 먹었다. ETRI에서 근무한지 거의 10년(2004년부터 근무)만의 결심이다.

그의 창업 아이템은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트(SDN)을 위한 응용 개발 및 검증 도구'.

이는 SDN의 새로운 기능. 하드웨어의 플랫폼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흐르면서 그에 맞는 하드웨어와 장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 그에 적합한 기술이다.

"창업을 결심하기까지 시간이 오래걸렸지만 지금은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 12월까지 준비해 플랫폼 기업과 조인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차분해 보이기기만 했던 그의 어투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이어 "당분간 법인 설립과 시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내년 상반기 중 전시회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제품을 홍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용현 "창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깨겠습니다"

조용현 예비 창업자는 20대의 젊은 열정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ERTI에서도 주목받는 기대주다.

그의 창업 아이템은 '데이터 큐레이팅 플랫폼' 기술. 넘쳐나는 정보 홍수 속에 사용자에게 꼭 필요한 유용한 정보로 재구성하는 기술이다.

그가 창업을 결심한 데는 이유가 있다. 평소 그의 생활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기술로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새로운 가치를 주고 싶다는 지극히 엔지니어 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다"면서 "새로운 가치를 주기위한 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창업이 가장 직접적이고 내게 맞는 방식"이라고 창업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그역시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주변의 반대가 커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창업하면 망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큽니다. 같이 일할 실력있는 인재를 확보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죠. 다행히 2~3명이 뜻을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남다른 철학으로 창업을 준비한 만큼 좋은 인재들이 그와 함께하기로 한것.

그에 의하면 현재 아마존, 이베이 등 대형 인터넷 몰부터 중소 규모의 몰까지 대부분 자체적인 제품 선별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조 예비창업자가 내놓을 제품은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로 만족도가 한층 높아진다.

이를 위해 조 예비 창업자는 인터넷 커머스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과 협력해 기술을 적용하고 사업상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객관적인 지표가 나오면 B2B를 통해 시장을 개척할 예정이다.

조 예비 창업자는 "최근 창업을 위해 정부의 다양한 정책이 활성화 돼 도움이 많이 됐다"면서 "하지만 20대 중 많은 이들이 취업의 대안으로 창업을 준비하는데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준비안된 젊은층의 창업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연구원 창업은 창업 후 생존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잘 알려진다.

중소기업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창업기업 5년차 생존율이 연구원은 80.0%, 교원은 76.5%, 일반제조업은 63%로 연구원 창업일 경우 가장 높은 것을 나타났다. 하지만 2000년대 벤처버블 이후 연구원 창업 분위기가 침체된 게 사실이다. 어려움을 알고 탄탄한 준비끝에 창업에 나서고 있는 이들인 만큼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예비 창업자들이 필승을 다짐하며 지원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예비 창업자들이 필승을 다짐하며 지원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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