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출연연 노인성질환 진단·화학물질 사고 예방 등 3개 협동연구 착수
출연연 강점기술 결집 기대…시너지 창출에 관심 집중

요즘 가장 핫한 연구과제를 선택하라면 이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의기투합해 진행하고 있는 3개의 공동연구 과제가 그것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진행했던 대규모 연구지원사업과는 달리 출연연 자체 재원으로 연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만큼 공동 연구과제를 책임지고 있는 연구원들의 어깨는 무거워 질 수 밖에 없다. 3개의 공동연구 과제는 ▲노인성 질환진단 및 원격모니터링 융복합 기술개발(책임 총괄 생명연) ▲화학물질 사고 예방·감시·대응기술 개발 및 방재시스템 구축(책임 총괄 화학연) ▲달탐사 기반기술연구(책임 총괄 항우연) 등이다.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회장 강대임)은 선정된 과제의 효과적 협업 연구 추진을 위해 출연연발전위원회 산하에 시범과제운영위원회를 운영, 해당 과제 수행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공동연구 추진은 출연연 스스로 국가적 난제해결을 위해 기관 간 협력·융합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각 기관의 역량을 결집, 공동 목표를 설정한 뒤 자체재원을 들이는 첫 협업연구라는데 의미가 크다.

과출협은 이번 시범 협력과제의 성공적 수행을 통해 노령화, 재난재해 등 사회적 문제해결에 출연연구원이 솔선수범, 국가 R&D의 중추기관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노인성 질환진단 및 원격모니터링 융복합 기술개발

노인성 질환 진단 및 원격모니터링 융복합 기술은 모바일 환경에서 노인성 질환(뇌, 암, 심혈관질환 등)을 손쉽고 저렴하게 진단·모니터링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 개발을 말한다. BT와 NT, IT를 융합한 출연연 간 융합연구를 통해 국민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관련된 여러 신성장동력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바야흐로 노인성 질환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시대다. 노인성질환은 잘 알려져 있듯이 치매와 같은 뇌신경계, 동맥경화 등 순환계, 골다공증과 같은 근골격계, 당뇨 등과 같은 대사성 질환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노인성 질환은 아직도 이렇다 할 치료법을 찾지 못한 실정이다. 단지 증세를 완화하거나 진행을 지연시키는 치료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점점 증가 추세인 노인성 질환은 점차 가정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인성질환 및 만성질환의 증가 추세를 감안했을 때 정부의 흑자기조는 유지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 2011년 기준 전체인구의 10.5%를 차지하는 노인인구는 전체 건보재정의 33.3%를 구성하고 있고, 노인 1인당 진료비(296만6,000원)도 전체 평균(93만7,000원)에 비해 3.2배 높은 실정이다.

연간 진료비가 1조 원이 넘는 질환 역시 전부 노인성 질환들이다. 2002년만 해도 진료비 1위 질병은 감기(7739억 원)로 1조 원을 넘지 않았다. 물가 인상을 고려하더라도 노인성 질환의 진료비가 큰 폭으로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25개 출연연은 과제를 설정, 2015년 12월까지 2년 5개월 간 총 197억 원의 지원 예산을 활용해 연구를 추진하게 된다. 연구는 노인성 질환 진단·모니터링 관련 단기 산출물 창출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질환 진단에 초점을 두어 추진하게 되며, 질환별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연구단이 생각하는 예상 산출물은 한국인 주요 암 조기 진단용 키트와 알츠하이머 치매 조기진안 KIT 등이다. 중과제별 역시 별도 융합형 산출물 도출은 물론 협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연구는 주관기관인 생명연 포함 13개 기관이 참여한다.
(생명연, KIST, 한의학연, 원자력연, 식품연, 재료연, 화학연, 기계연, 기초연, 국보연, 표준연, 생기원, ETRI)

◆ 화학물질 사고 예방·감시·대응기술 개발 및 방재시스템 구축

구미 불산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였다. 그날 현장에서 사망한 작업자들은 보호장구조차 착용하지 않고 작업을 했다. 압력을 가하는 밸브와 불산이 이송되는 밸브가 열린 상태에서 작업자 한 명이 미끄러지면서 밸브를 건드렸고, 일자형 막대 밸브는 열리고 말았다. 그렇게 뿜어 나온 불산 가스는 마을 일대 가축과 농지를 덮어버렸다.

그러나 그때의 참사는 어느새 잊혀져버렸다. 환경부에 따르면 구미 불산사고 이후 최근까지 발생한 각종 화학물질 사고는 60여 건에 달했다. 화학물질로 인한 안전사고는 생명과 직접 연관돼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사고예방 시스템의 부재는 사고 발생을 더욱 더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25개 출연연이 해결을 위해 나섰다. 한국화학연구원을 주축으로 '화학물질 사고 예방·감시·대응기술 개발 및 방재시스템 구축'을 위해 나선 것.

이 연구는 출연연 융합연구를 통해 화학물질사고 예방·감시·대응기술을 개발하고 방재시스템을 구축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고, 안전문화 확산 및 국민 불안감을 불식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 연구에서 다루는 대상 화학 물질은 대부분 사고 대비 물질로 불화수소, 염화수소, 암모니아, 황화수소, 일산화탄소, 포르말린 등 10종에 달한다.

이를 기반으로 화학물질사고 예방 및 대응기술, 센싱·모니터링 기술, 안전운송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예상하고 있는 산출물은 화학사고 실무대응메뉴얼, 설비건전성모니터링시제품, 연구실 안전환경조성시스템, 센서어레이시제품, 안전운송지원시스템, 화학사고피해지도, 유해화학물질 센서시제품, IoT 기반 유해화학물질 감시 및 통합관제시스템 등이다.

진항교 책임연구원은 "이번을 계기로 현재 OECD 최하위 수준인 대한민국의 산재사고 대처능력을 선진국수준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45억40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이 연구는 화학연이 주관하며 14개 기관이 참여한다.
(화학연, 원자력연, KIST, 항우연, 기계연, 표준연, 기초연, ETRI, 건설연, 철도연, 안전성연, 국보연, 생기원, 지질자원연)

◆ 달탐사 기반기술연구…상상이 현실로

달탐사가 현실이 된다. 그것도 출연연에 의해 이뤄질 전망이다. 달탐사 기반기술에 12개 출연연이 함께할 예정이다. 출연연이 기술 역량을 결집해 달탐사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달 탐사는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가 2017년까지 시험용 궤도선을 발사하고 2020년까지 한국형 발사체로 궤도선과 착륙선을 보내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달탐사는 이미 2007년부터 계획돼 알음 알음 추진돼 왔다.

달 탐사를 위해 개발해야 할 것은 발사체와 궤도선, 착륙선 세가지다. 달 궤도선과 착륙선 기술은 인공위성 기술 고도화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달 탐사선을 우리가 개발한 발사체로 쏘아 올리면 발사체의 신뢰성이 크게 높아져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데 유리해질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미 국가적인 지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출연연 자체 재원으로 연구를 진행해야 하냐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과출협은 출연연의 역량을 결집해 국가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되는 과제인만큼 방향성과 부합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다양한 과학, 공학의 융복합 기술이 요구되는 달탐사의 경우 출연연 강점기술의 결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각 출연연은 강점기술의 우주화 가능성 분석과 기반기술 연구를 통해 사업 착수 전 개발 기반을 마련하고 연구의 지속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제는 2014년 1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1년간 진행되며, 총 연구비는 77억5000만원이 지원된다. 과제 총괄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하게 되며, 15개 기관이 함께 하게 된다.
(항우연, KIST, 기계연, 지질자원연, 기초연, 천문연, 화학연, ETRI, 전기연, 재료연, 표준연, 건설연, 에기연, 생기원, 원자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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