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15일 대규모 '相生通話 토론회' 개최…온도차 확인
"출연연 벽 여전히 높아" 문턱낮추기 등 다양한 상생방안 제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중소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지원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15일 '99881233 상생통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중소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지원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15일 '99881233 상생통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중소기업의 온도차는 꽤 컸다. 출연연이 중소기업 지원에 팔을 걷었지만, 중소기업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여전히 낮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강대임)이 중소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지원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15일 개최한 '99881233 相生通話(상생통화) 토론회'는 출연연 지원 정책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자리가 됐다.

토론회에서는 출연연의 중소기업 지원 역할 강화 방안에 대한 각 분야의 의견이 제시됐다.

'딜리'라는 중소기업을 이끌고 있기도 한 최근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은 출연연의 찾아가는 서비스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지식기반 사회에서 돈이 되는 것은 지식이다. 대기업은 지식산업이 돈이 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환경 변화를 통해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은 다르다. 대기업이 바라는 대로 싼 제품만 만들다 망하고 만다. 지식의 집중화가 불평등을 양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식의 편차가 벌어질수록 중소기업의 발전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최 회장은 "지식의 재분배를 통해 중소기업 스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지식의 주체로서 출연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인만큼 도와줄 의무가 있다. 개발된 지식을 묻어두지 말고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에 소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대부분 바쁘기 때문에 출연연에 노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출연연이 중소기업에 찾아가야 한다. 문턱을 낮추고 어떤 기업에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며 "출연연의 찾아가는 세일즈가 답이 될 수 있다"고 촉구했다.

김영휴 한국여성벤처협회 대전·충청지회장은 출연연과 중소기업간 서로 만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8년 전 출연연을 찾아갔었지만 잡상인 취급을 받았었다. 뺑뺑이 돌다가 정작 업무 협의는 보지도 못하고 나왔다. 한 두 번 겪다보니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다"며 "협회를 만든 것도 그 일환이었다. 어디 대표가 아닌 어디 협회 사람이라고 하면 미팅의 시작부터 달라진다. 출연연을 이용하기 위해 협회를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대덕의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출연연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출연연의 높은 벽 때문이라는 것. 그는 "대전 지역의 중소기업들 조차 출연연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전국의 기업들도 활용할 수 없다. 국가적인 손실이다"며 "중소기업과 출연연의 상생은 이것부터 해결돼야 바로 진행될 수 있다. 아는 만큼 활용할 수 있다. 특구와 중소기업 간 커뮤니티가 주기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년 전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지역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백문철 케이백 연구소장은 답답함을 표출하기도 했다.

백 소장은 "연구원을 떠나 기업체에 오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 가장 답답했던 부분은 논문검색이나 특허검색 부분이었다. 기업체에서 정보 제공료를 부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이 경우 지인들에게 부탁해 얻곤 한다"며 "이런 부분에 있어서 출연연이 도움을 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부 주도 기업 지원 프로그램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혜택을 받는 기업은 별로 없다. 그런 제도가 있는지 아는 기업이 별로 없는 것이다"며 "또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한정돼 있고, 영세 기업들은 대상이 안돼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백 소장은 "출연연이 가지고 있는 수준 높은 과학기술이 산업체의 성공적인 상품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이전 후 지속적인 사후 협력이 필수"라며 더불어 "기술이전 시에는 기본 기술료를 낮추고 로열티인 경상기술료를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 중소기업이 실질적으로 헤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조언했다.

문유현 경기테크노파크 원장은 출연연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갑과 을에 비유했다. 그는 "출연연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실질적일 수 없는 이유는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나 출연연은 갑의 입장에서 중소기업을 도와준다. 동등한 입장이 될 수가 없다"며 "필요한 사람이 찾아오라는 식이다. 그 메커니즘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유진 미래창조과학부 연구개발지원팀 사무관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와닿지 않는 것 같다. 지원에 있어 재정적·인력적 문제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창조경제에 있어서 핵심 키워드가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 지원과 출연연간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정 사무관은 "출연연의 특허 관리 부분에서 휴면 특허들을 착수 기본료를 없애고 러닝 로얄티로만 운영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며 더불어 "출연연에 대한 출연금 중에서 10%정도를 중소기업 지원 쿼터제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 역시 생각 중에 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더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토론회에는 김건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김이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부회장, 강대임 표준연 원장, 문유현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최근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전국연구소장협의회장, 백문철 케이맥 소장, 김영휴 한국여성벤처협회 대전·충청 지회장, 조남훈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 자문위원, 이완식 전자신문 지역총국장 등이 참석했다.

99881233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현주소를 나타내는 숫자로, 우리나라 전체사업체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9%이고 근로자 중 88%가 중소기업 근로자에 해당하며, 헌법 제123조 3항에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표준연 중소기업지원센터 개소…맞춤형 서비스 지원 계획

표준연은 중소기업지원센터 개소를 통해 원스톱 토탈솔루션 지원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표준연은 중소기업지원센터 개소를 통해 원스톱 토탈솔루션 지원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는 토론회 뿐만 아니라 표준연 중소기업지원센터 개소식과 연구실 방문, 성과전시회, 기술이전 설명회 등이 함께 개최됐다.

측정표준기술을 중소기업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확산 발전시키기 위해 신설된 'KRISS 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는 앞으로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표준연의 측정 관련 인력과 기술, 장비 서비스를 원스톱 토탈솔루션 개념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센터에서는 연구원에서 보유한 측정표준기술을 중소기업에 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대표번호(080-9988-333)을 개설했으며, 중소기업에서는 전화한통으로 애로사항 접수부터 문제해결까지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지난 8월 말, 25개 출연연이 공동으로 설립한 '중소기업지원통합센터'와도 연계해 애로사항을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이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강대임 원장은 "중소기업과의 소통과 대화를 통해 표준연은 중소기업지원현황을 분석하고 기관 미션에 부합하는 중소기업지원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이번 토론회와 같은 소통의 장을 상시 마련하여 진정으로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출연연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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