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 실현도구로 소프트웨어(SW) 기술을 정하고, 인력과 시장 그리고 생태계를 아우르는 'SW 혁신전략'을 발표하였다.

내용을 살펴보면, 인력 부문에서는 민관이 공동으로 현장중심형 교육을 강화하고, 초·중등과 대학, 그리고 재직자를 포함하는 전주기적 교육체제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 부분은 SW융합촉진 그리고 생태계 부문에서는 창업·성장·글로벌화로 이어지는 기업활동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한다. 늦게나마 발표된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과분한 관심은 관련자들을 다소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가닥 희망을 걸어보게 한다.

학교 현장에서 SW교육과 연구를 담당하는 구성원으로써, 이번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 신경써야 할 점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정부의 SW 인력양성정책에 대한 의견

 IT, 그 중에서도 SW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시대적으로 보면 당연하면서도, 한편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데스크탑 컴퓨터가 이끌던 인텔,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IT기업의 판도는 2007년년부터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등에 업은 애플과 구글등의 회사들에 추월당하였다. 반도체 기술이 주도하던 하드웨어 시장이 포화에 달하면서, 소프트웨어에 그 의존성이 옮겨 갔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굴뚝산업인 하드웨어 제조업이 경시되어서도 안되며, 이에대한 관심이 줄어서도 안될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단지, 그 동안, 비하되어 왔던 소프트웨어에 대한 생태계를 바로 세워야하고, 새롭게 생태계를 만들고, 여기서 역동적으로 시대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인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이제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다.

◆배출인력의 양은 줄여야

인력부문의 정부 정책은 SW 인력 추가 공급, SW 인력의 질 제고, SW 인력 저변확대의 세 가지 과제를 골격으로 하고 있다. 이 중에서 인력의 추가 공급과 인력의 질을 높이는 부분에 대해서 현장에서 일하는 교수로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SW 인력을 추가로 공급하는 방법으로 SW학과의 정원증대를 제안하고 있는데, 이는 동의하기 어려운 사항이다. 그것은 이미 국내의 IT 및 SW관련 학과의 졸업생은 타 학과에 비해 수요의 몇 배를 초과하고 있다는 분석들이 있기 때문이다.

SW 인력의 부족은 수적인 문제가 아닌, 질적 미스매치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잘못된 수요예측 데이터에 의존하여 이미 공급과잉 상태인 SW분야 졸업생들을 더욱 취업난에 이르게 해서는 안된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교통량수요, 주택수요등, 미래 수요예측에 있어서는 엄청난 오류를 보이는 국가가 아니던가. 지하철 사업, 4대강사업, 고속도로 민자사업, 공항건설 사업등 잘못된 예측 데이터로 적자가 누적된 사업들의 리스트는 너무나도 길다. 결국, SW 인력을 창조경제의 동력으로 활용하려면, 배출인력을 늘려서는 안되며, 배출되는 인력들의 질을 제고하는 두 번째 과제가 핵심이다.

◆배출인력의 질을 높이려면

SW관련 졸업생들의 질이 낮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분석한다면,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나올수 있다. 졸업생들의 수준이 낮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교육의 질과 내용에 문제가 있다. 교수들이 외국에서 직접 경험한 교육과정과 최근 활성화 되고 있는 인터넷 강의로 볼 수 있는 외국 대학의 강의 내용을 국내에서 자신의 대학이 제공하는 강의의 질과 비교해보면, 강의의 구성과 내용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최신 소프트웨어 도구들을 이용하고, 도전적이고 실제적인 최신 코드들을 적용하는 실습과 결합하는 형태의 교과과정 구성들이 학생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교육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우수한 강의는 교육에 열정을 갖고 있는 교수에게서 나온다. 우수한 교수가 있어야 배출되는 SW인력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그런데, 강의를 준비해본 교수들은 알겠지만, 양질의 교육과정을 만들려면 많은 시간투자를 필요로 한다. 승진심사에도 전혀 도움이 안되는 시간을 연구하는데 써야하는 시간보다 더 써야 우수한 질의 강의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점을 생각하면, 교수들이 교육에 사용하는 시간에 대한 절대적인 인정과 보상이 이뤄지도록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강의의 구성과 내용, 그리고, 전달력에 관련성이 높은 교수의 지표는 교수의 연구력이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SW 분야를 강의에서 논하고, 연구 동기를 학생들에게 불어 넣을 수 있는 강의 내용과 통찰력 있는 강의 전달은 연구력이 뒷받침되는 교수가 할수 있다.

연구에만 집중하고 강의를 소홀히 하는 것도 문제지만, 강의에만 집중하고, 연구를 등한시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해당분야의 유명 연구자가 펼치는 강의에 학생들은 보다 깊은 진정성과 호기심을 가지고 수업에 임할 것이다. 최신 연구환경과 도구를 활용하는 수업을 제공해야 학생들의 흥미를 자극하게 된다.

◆퍼즐의 마지막 조각은 ?

우수한 연구자들이 국내외에서 학위와 연구과정을 마치고 국내 대학에 자리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SW 우수인재들이 사회적으로 부족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수한 교육과정을 갖추고, 우수한 교수들이 있음에도, 퍼즐의 남은 한 축인 학생들이 소화시키지 못한다면, 결국 우수한 교육과정도 효과를 내지 못한다. 외국 유명대학의 교육과정을 국내에서 그대로 완전히 동일하게 가르친다 하더라도, 결국 학생들 수준이 낮다면, 우수한 인재는 배출되지 못한다.

학생들을 열과 성의를 다해 가르쳐본 교수들은 느꼈을 것이다. 기왕이면 좀더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와 줬으면 하는 바램. 소프트웨어 인력들의 급여수준을 대폭(파격적으로) 올리고, 직업의 특성상 프리랜서와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등의 다양한 SW 인력의 전문직으로서의 우대정책을 사회적으로 펼쳐야 우수한 인재들이 SW 분야에 뛰어들 것이다.

한편으로는, 일정 기간 SW 프로그래머로서의 경력과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을 분야별로 SW 마이스터로 지정하고, 사회각계의 주요 제품의 개발과정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절차를 강제적으로 실시하는 제도를 고려해보는 것도 좋겠다.

미국의 경우 항공기 소프트웨어의 경우 소프트웨어 안전성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도록 한 절차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앞으로 다가올 소프트웨어의 시대의 인력들에게 내과, 외과, 치과 전문의 처럼, 의료, 항공, 가전, 보안 분야의 SW 전문가 자격증을 제도화하고, 주요 소프트웨어 제품들은 이들의 검수를 받도록 강제하자. 그러면 전문의 처럼 SW 전문가들이 사회적으로 인정과 대우를 받게 되지 않을까 한다.

사회적으로 SW 인력 우대 정책을 펼치고, 대학은 우수한 연구역량을 보유한 교수들이 양질의 교육과정을 구축한다면, 학생들은 과감히 '사'자 돌림의 직군 대신 SW 전공을 선택할 것이다. 이 체제가 구축되어야 정부가 기대하는 '진실된' 창조경제에 기여할 소프트웨어 인재들이 배출 될것이고, 그 열매를 딸 수 있는 시기는 아쉽지만 차기 정부가 될 것이다.

김형신 교수
김형신 교수
김형신교수는 KAIST 전산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써레이 대학에서 위성통신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 2호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습니다. 귀국하여 KAIST 전산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우리나라 인공위성프로젝트에 10여년간 참여해오면서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계약직 연구원으로 장기간 근무하기도 하였으며, 학위후에는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는 스마트폰등의 모바일 기기와 인공위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임베디드 시스템의 성능분석, 저전력 최적화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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