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자원연의 젊은 연구원들③]광물자원연구본부 김수경 박사
'고효율 귀금속 회수장치' 개발…버려졌던 극미량 귀금속 회수에 주력

김수경 지질자원연 박사.
김수경 지질자원연 박사.
"자원이 순환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수경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 도시광산연구팀 박사의 얘기에는 절실함이 묻어있다. 

지질자원연의 대표 금 사냥꾼이기도 한 그는 폐용액에 극미량 포함돼 있는 금을 추출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산업용 귀금속을 전량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기술이 아닐 수 없다.

김 박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폐기되는 전자제품은 매년 2000만대에 달하지만 재활용 비율은 선진국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 환경부의 조사 결과 매립·소각되는 폐기물 가운데 절반이 넘는 56%가 에너지로 회수 가능한 물질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폐기물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것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산업계의 반발 때문이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매립과 소각에 세금을 부과하게 되면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부분적으로 귀금속을 회수하는 상업적 공정이 가동되고 있지만, 낮은 회수율과 순도 그리고 높은 환경부하공정 등의 기술경쟁력이 낙후된 실정이다"며 "그에 따른 비용 부담과 복잡한 처리 공정, 열악한 조업 환경, 환경 오염 발생 등의 재래식 환원법의 문제점으로 인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귀금속의 농도가 매우 낮은 희박용액(리터 당 수백 ppm의 귀금속이 함유)에 대한 재활용 기술이 없다는 것.

매일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오는 폐용액을 처리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창고를 마련해 폐용액을 쌓아둘 수 밖에 없다. 금이 함유돼 있어도 추출할 수 없으니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러다보면 나중에는 금을 추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대기업에 저렴한 가격으로 폐용액을 넘길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기술을 설명하고 있는 김 박사.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기술을 설명하고 있는 김 박사.

김 박사의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기도 하다. 그가 개발한 '에너지저감형 고효율 귀금속 회수장치'는 희박용액으로부터 고효율(회수율 99% 이상), 고순도(99.9%)의 금을 추출해낼 수 있다. 이같은 김 박사의 기술은 그동안 전혀 회수하지 못했던 극미량의 귀금속을 회수함으로서 재활용 업체의 수익 증대에 기여하고, 나아가 귀금속 원료 소재의 안정적 국내 공급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

그는 "전략적 핵심 소재로 사용돼는 귀금속의 대외 의존도를 완화하는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며 "귀금속 재활용 기술의 고효율화를 통해 에너지 절감을 이뤄내고, 동시에 독자적인 기술 확보를 통해 부가가치 창출을 실현시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 기술의 핵심은 '사이클론'…습식 기술에 최초 적용

기술의 핵심인 '사이클론'.
기술의 핵심인 '사이클론'.
김 박사 연구의 핵심은 바로 '사이클론'에 있다. 유체의 선회류(旋回流)에 의해서 생기는 원심력을 이용한 분리장치로 파티클을 분리하는 데 쓰인다. 김 박사는 이 기기를 습식에 최초 적용, 용액에서 생기는 난류를 이용해 금을 추출하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펌프를 통해 용액이 공급되면 기기의 기하학적인 형태때문에 용액이 내부에서 돌며 자체 난류를 형성하게 된다. 용액이 원심력에 의해 돌아가며 금이 회수가 되는 방식이다. 그는 "농도가 낮은 폐용액에 대해 하이드로(물) 사이클론을 적용하면 회수 2시간 만에 99.9% 회수를 할 수 있다. 1리터 기준이다"고 말했다.

고효율·고순도를 자랑하는 획기적인 기술에 정부는 반색했다. 애초 이 과제는 3년짜리 과제였다. 그러나 상용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높았다. 그 결과 김 박사는 3년의 시간을 더 얻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쉽게만 생각했던 상용화 연구는 그의 발목을 잡았다. 단순히 생각했던 게 문제였다.

"1리터 수준의 사이클론을 그냥 크게만 키우면 되는 줄 알았다. 용량 키우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크기만 키웠더니 회수율이 80%까지 떨어졌다. 순도도 높지 않았다. 하늘이 노래졌다. 전압을 높게 잡았더니 오히려 불이났다. 접선이 물리고 물리다 보니 저항이 높아지고, 그 저항을 견디지 못해 불이 났던 것이다.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불이 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계속되 시행착오에 그 역시 지쳐갔다. 결국 찾아낸 원인은 유속이었다. 크기가 커지다보니 난류가 잘 형성이 안됐던 것에 이유가 있었다. 그는 "상용화를 쉽게 생각했던 게 제일 큰 오류였다"며 "문제점을 해결하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사업화를 위한 실증 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 올해 안으로 시작품이 나올 예정이다"고 말했다.

성능은 2시간에 100리터 정도로, 24시간 돌릴 경우 폐용액 1200리터에서 금을 추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순도는 99.9%다.

김 박사는 "국내 금 함유 폐용액만 고려해도 약 4000∼5000억원의 시장 규모다. 귀금속 함유 폐액은 숨겨진 현금과 같다"며 "더욱이 최근 우리나라가 귀급속 소비 세계 1위 국가로 부상한 상황에서 귀금속 폐자원의 재활용은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이 기술이 귀금속 회수 시장에서 획기적인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재활용 연구가 산업계에 적용이 돼서 자원이 제대로 순환될 수 있는 사회가 구축됐으면 좋겠다"며 "재활용에 대한 국민들 인식이 별로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기술이 개발돼 산업계에 적용되고, 그것을 기반으로 자원 순환 사회가 구축된다면 자연스럽게 그린 테크놀로지를 실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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