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대덕기술사업화포럼서 이장우 교수(창조경제연구원장) '일침'
"창조경제시대 기반 취약해도 열정 있으면 다른 지역이 대덕 역할"

8일 오후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에서 열린 대덕기술화포럼 세미나.
8일 오후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에서 열린 대덕기술화포럼 세미나.
대덕특구가 '창조경제 전진기지'를 자처하며 융합과 기술사업화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출연연들이 과학기술과 문화 융합을 통한 지역 활성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 대덕특구가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지 못하면 다른 지역에 국가 미래 선도 역할을 빼앗길 것이란 위기론도 대두됐다.

8일 오후 ETRI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에서 열린 대덕기술사업화포럼(회장 이원묵·한밭대 총장) 세미나에서다. 지난 4월 포럼 창립 이후 자발적으로 참여한 대덕 산학연관 관계자들이 '과학기술 기반 신산업 창출을 통한 창조경제 견인'을 위해 활동해 온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

이장우 창조경제연구원장이 8일 오후 열린 대덕기술사업화포럼에서 '창조경제와 출연연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장우 창조경제연구원장이 8일 오후 열린 대덕기술사업화포럼에서 '창조경제와 출연연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발제를 맡은 이장우 창조경제연구원장(경북대 교수)은 "지금은 15∼16세기를 가른 대항해시대와 맞먹는 아이디어 대항해시대다. 대덕이 한국의 미래를 책임지느냐 아니면 그저그런 고소득 월급쟁이의 성이 되느냐가 곧 결정될 것"이라며 "창의성이 강조되는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정신·문화를 축으로 삼아 지역을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어 "국내 신 성장 분야의 창업은 전체 창업의 3%에 불과하고 교수 ·연구원 창업의 지속적 감소세"라고 상기시키고 "출연연은 타 기관 및 기업·지역과의 융합·협력·상생으로 과학기술에 기반한 창업과 지역 활성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아인슈타인의 말을 빌어 "상상이 지식보다 중요하다. 평범한 사람이 특별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창조생태계"라며 "대덕이 변하지 않는다면 기반은 취약하지만 열정이 있는 다른 지역에 역할을 뺐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창조생태계'에 대해 한선희 대전시과학문화산업본부장은 "대덕에는 과학기술 조직과 인프라는 훌륭하지만 기업 가치사슬을 이끌 대기업과 산학연간 긴밀한 네트워크는 부족하다"고 분석하고 "기술집약기업 유치를 통해 과학기술 인프라와 연계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본부장은 "연구특구가 40년 됐지만 대전의 GRDP는 16개 광역단체 중 14위다. 대덕 기술사업화를 통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이유"라며 "이미 구축된 과학기술 인프라와 기술사업화를 통해 대덕을 세계적인 창조경제 성공사례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기술사업화 실패원인은 전담인력·동기 부재"

지난 6개월 여 활동한 정책제도분화귀원회의 결과 보고도 이어졌다.

박종복 분과위원장(위)과 김범수 다원기술 대표.
박종복 분과위원장(위)과 김범수 다원기술 대표.
박종복 분과위원장(경남과기대 교수)은 '기술사업화 실패원인과 대응방안 모색'에서 기업의 기술사업화 중단 사유로 ▲응용연구 실패와 높은 위험(61.7%) ▲시장수요 부족(55%) ▲자금부족(42.6%) ▲제품의 낮은 경쟁력(38.3%) 등을 꼽았다. 출연연의 기술이전 실패 이유로는 ▲전담인력 절대 부족과 부실한 사후관리 ▲전담인력(기여자)의 인센티브 부재 등을 들었다.

특히 출연연과 관련해 "기술이전 성공 여부가 전적으로 발명자의 기술이전 노력 여하에 달려 있고, 이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전담인력이 사실상 없다"면서 "더불어 기술이전 조직은 고난도의 업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행정조직으로 여겨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 적극적인 모습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성공적인 기술사업화를 이끌기 위한 정책으로 ▲적시의 중장기적 후속 연구지원 체계 수립 ▲기술사업화 활동 통계 구축 ▲기술료 산정 방식 개편 및 지분획득형 라이선싱 도입 등을 제안했다.

김범수 다원기술 대표는 연구원 창업에 대해 "각자 자신이 하고자 하는 분야와 특기에 대한 자존을 명확히 해야 한다. 연구를 잘하는 사람이 굳이 창업하는 것은 반대"라는 소신을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미국 MIT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그들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특허를 1달러에 넘기고 성공 이후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 계약을 맺는다. 모든 기술이 오픈돼 있다"고 소개한 뒤 "우리나라는 기술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기도 힘들뿐더러 물어보고 싶어도 자문을 받을 만한 곳이 없다. 이런 인터페이스의 무대(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 전문성과 책임 회피 문화도 질타했다. 순환보직제로 공무원 전문성이 떨어지고, 대부분 연구용역에 맡겨 대리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정책과 집행에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사명감이 부족해 기술사업화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원묵 회장은 인사말에서 "그동안 대덕에서 많은 기술이 나왔고, 이 기술들이 국가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문화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대덕과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사명감을 갖고 새로운 문화를 일으키는 중추적 역할을 하자"고 당부했다.

대덕기술사업화포럼은 최문기 장관이 KASIT 교수 시절 대덕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전문가들의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기술사업화 생태계를 구축, 정책제안, 공동연구, 연구성과 공동활용 등을 위해 추진했다.

지난 4월 창립총회를 갖고 '선도적 기술사업화 생태계 구축을 통한 신사업 및 일자리 창출'을 주제로 ▲정책제도분과 ▲R&DB기획분과 ▲IP전략분과 ▲기술금융분과 ▲기술창업분과 ▲교육분과 등 6개 분과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이원묵 대덕기술사업화포럼 회장이 8일 열린 세미나에 앞서 인사말하고 있다.
이원묵 대덕기술사업화포럼 회장이 8일 열린 세미나에 앞서 인사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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