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학생 4명으로 구성된 '두발자전거'팀, 'LG 글로벌챌린저' 탐방활동
제안서 통해 정책·체계 등 부실 지적…"발사체 개발에만 치중돼 있어"

두발자전거 팀원인 이지은 학생(왼쪽)과 오서희 학생.
두발자전거 팀원인 이지은 학생(왼쪽)과 오서희 학생.
"온 국민의 염원을 담은 나로호가 발사됐죠. 그런데 성공한 나로호를 보며 기쁘기도 했지만, 발사체에만 치중하는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현실도 한 번 짚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의 의문은 그렇게 시작됐죠."

미래 과학도 4명이 한국의 우주개발의 현주소를 짚고자 6개월 간 국내외 탐방을 단행했다.

이들은 KAIST 학생들로 구성된 '두발자전거(이지은·강재영·손하늘·오서희)'팀. 올해 'LG 글로벌챌린저' 대학생 해외 탐방 프로젝트에 참여해 24대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우주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탐방활동을 펼쳤다.

최근 이들은 국내외 탐방 활동을 마무리하고 우리나라와 미국의 우주분야, 우주과학분야의 현황, 정책 제안 등을 담은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제안서에 담은 이야기를 팀원을 만나 들어봤다.

이지은(건설 및 환경공학과 3년) 학생은 "나로호를 통해 우주과학이 단면을 보게 됐다. 탐방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함께 팀을 구성하고 제안서를 냈는데 탐방이 기회가 주어졌다"며 "프로젝트 기간 동안 내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다는 생각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오서희(화학과 4년) 학생도 "대학 생활에 마지막 추억이 될 것 같아 함께 하게 됐는데 탐방의 기회가 주어져 너무 기뻤다"며 "어렵다기 보다는 즐긴다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 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팀 이름인 '두발자전거'는 우주개발에 대한 그들의 희망이 담겼다.

이 양은 "자전거는 두 발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굴러간다. 그런데 우리 우주개발은 발사체에만 치중한 외발자전거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외발은 어디로 갈 지 알 수 없는 혼돈의 그 자체다. 균형을 이룬 우주개발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 팀명을 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국내 현황을 조사하고 국내외 기관을 탐방,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꼬박 반년이 걸렸다. 국내에서는 우주개발 공청회를 비롯해 대학, 연구원, 기업 등을 찾아갔으며 해외에서는 나사 본부, UCLA, 그리피스 천문대 등 7개 기관을 방문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두발자전거…"우주개발 개발 의식 부족·홍보도 절실"

워싱턴 D.C 중심에 위치한 나사 본부 앞에서 기념촬영 한 두발자전거.
워싱턴 D.C 중심에 위치한 나사 본부 앞에서 기념촬영 한 두발자전거.
탐방을 통해 도출한 문제점은 이렇다. 이 양은 "우리는 우주개발 역사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기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분명한건 우주개발과 관련한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양도 "우리는 우주개발에 대한 의식 자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두발자전거팀은 우선 우주개발 정책기획 및 추진체계 부실을 지적했다. 미래부와 항우연으로 분산된 행정조직과 정책기획을 담당하는 싱크탱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주과학 관련 조직이 부처별로 분산돼 있어 연계성 부족도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우주과학분야의 정책 예산 부족도 우주개발을 저해하는 요소다. 이 양은 "올해 R&D 우주 분야 예산이 증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주과학 분야 투자 비율은 3% 대로 제자리걸음"이라며 "전체 예산 규모를 떠나 절대적으로 낮은 투자비율, 증액된 예산마저도 나눠먹기식이면 문제가 크다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우주과학분야의 고등교육 부족 현상도 원인이 됐다. 오 양은 "국내 대학 중 한국우주과학회에 등록된 대학은 10개 대학 뿐이다. 이들도 대부분 관측 중심의 천문학 위주로 구성돼 있다"며 "학부생 대학의 우주과학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부실한 대국민 홍보도 원인이라는 이 양은 "한국인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첫 우주인으로 의미있는 실험들을 하지 못했다. 앞서 기반연구가 너무 약했던 탓"이라며 "우주인 의무복무기간만 그의 행보를 다뤘을 뿐 이후 활동은 지원이 미미했다"고 밝혔다.

오 양도 "지속적인 관리책 부재가 가져온 결과다. 우주인 의무복무기간이 끝난 후 이소연 박사는 미국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발자전거팀은 이 같은 문제점들을 찾기 위해 국내외로 동분서주했다. 국내에서는 천문연, 기업, 대학 등을 찾아 전문가와 토론의 시간을 가졌으며 우주관련 공청회에 참석 그들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학교 선배들의 인맥을 활용해 나사 본부까지 방문하는 기회도 얻었다. 이 양은 "프로젝트에 참가할 때 심사위원들이 나사 방문 등의 계획을 보고 가능성이 있겠냐며 의문을 던지셨다"며 "그런데 선배들의 도움으로 나사 본부를 찾게 됐고 우리의 기대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탐방으로 우리의 제안이 바로 방영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부터 변했다"며 "정치에 관심이 많지 않았는데 관심을 갖고 됐고, 특히 우주개발과 관련한 정책들이 추진돼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이 좀 더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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