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인 원장 2일 마지막 인사 "갑작스러운 이별만큼 서글픈 일 없어"
연구원들 "사실상 권고사직…임기중 기관장 교체 언제까지 되풀이"

최태인 기계연 원장의 이임식이 2일 진행됐다.
최태인 기계연 원장의 이임식이 2일 진행됐다.
"이 곳에서 전 행복을 너무나 많이 받았습니다. 헤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서로 격려하며 행복하게 인사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자리가 그런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최태인 한국기계연구원장이 연구원 직원들에게 건넨 마지막 인사다. 지난 2011년 11월 9일 제15대 기계연 원장으로 취임한 최 원장이 2일 이임식을 갖고 퇴임했다. 담담했지만 아쉬운 기색은 역력했다. 그는 이임식에서 연구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기계연을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으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이 인사를 끝으로 그는 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최 원장은 "살면서 여러가지 이별을 경험하는데, 갑작스러운 이별만큼 서글픈 것도 없다. 이렇게 인사를 드리고 갈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며 "1년 정도 남았는데, 못채우고 떠나 죄송하다. 기계연을 세계 최고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끝까지 완수하지 못하고 떠나 안타깝다"고 착찹한 심경을 표현했다.

이어 그는 "23개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많이 뛰어다녔다. 그리고 하나의 약속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해준 직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보낸다"며 "모두의 노력으로 이제 좀 뛰어오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쉬운 마음 뿐이다"고 덧붙였다.

당부도 잊지 않았다. 최 원장은 "기계연은 지난 37년간 기계 기술 분야에서 핵심에 있었다. 대한민국 기계를 돌리는 기술들이 기계연에서 나왔다"며 "실력이 있으니 곧 최고가 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나라 기계 산업을 이끌어 간다는 생각으로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또한 그는 "소통의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마음이 합해져야 융합연구가 꽃을 피울 수 있다"며 "공공기관의 직원답게 책임과 의무, 사명감으로 앞으로 연구를 진행해 나가줬으면 좋겠다. 과학기술을 한단계 성장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최 원장은 "여러분들의 영원한 팬이 되겠다"는 말로 이임사를 마무리했다.

기계연은 최 원장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
기계연은 최 원장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

슬픔을 삼키기 위한 그의 담담한 어조에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많았다. 부임 이후부터 어수선한 기관 내부를 정비하고 기관 위상을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특별한 '하자'가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자리를 내놔야 하는 아쉬움이 여기저기서 묻어나왔다.

기계연 관계자에 따르면 최 원장은 원리와 원칙을 기반으로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연구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이같은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소통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 있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지난 23개월 동안 브레인스토밍 대회, 실별 가남회 등 직원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북세미나, 국악공연 등 매월 문화행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물론, 자체 재원을 통해 창의형 사업을 추진하는 등 아이디어 개발을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해왔다. 남은 1년의 임기 동안에는 통섭형 문화와 창의적 아이디어 개발, 개방형 협력, 전주기적 기업 지원에 더욱 박차를 가할 생각이었다.

적정기술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최 원장은 평소 기계 기술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피부에 와닿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앞장 섰던 걸로 알려졌다. 축적된 많은 기술들이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따뜻한 기계기술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피력해왔다.

기계연 관계자는 "연구원과 관련된 일이라면 몸사리지 않고 뛰어다녔더 분"이라며 "취임 이전의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정말 많은 이들에게 두터운 신망을 받았던 분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기계연 연구발전협의회는 2일 성명서를 통해 최 원장의 중도 사임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연발협은 '연구원장 사임에 대한 한국기계연구원 연구발전협의회의 의견'이란 자료를 언론에 배포하고, 원장 교체에 대한 정부 방침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연발협은 최 원장 사퇴에 관해 "정부에 의해 기관장이 강제로 임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난 것"이라며 "지난 정부에서도 기관장이 강제 교체된 바가 있어 그 충격이 배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해 기관평가는 경영평가와 연구평가를 모두 포함하도록 돼 있으며 경영평가는 '미흡'이었지만 연구평가를 고려한 종합평가 결과는 '보통'"이었다며 "경영평가 결과가 미흡하다는 교체 사유에 대해 동의할 수 없으며, 연구를 주된 업무로 하는 출연연의 기관장으로서 문책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연발협은 연구현장의 안정을 되찾기 위해 기관장 임기를 보장해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연발협 관계자는 "정치적 고려나 정부의 편익에 의해 임기 중인 연구기관 기관장의 교체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소속 연구원들의 연구에 대한 열정은 저하될 것"이라며 "차기 원장에게는 자율과 책임의 테두리 안에서 경영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임기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원장의 퇴임으로 기계연은 당분간 수장 공백 상태를 맞이하게 됐다. 산업기술연구회는 조만간 신임 원장 선출 작업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 원장은 미국 플로리다대 전기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92년 ADD(국방과학연구소) 입소 후, 기술협력부장과 부소장, 정책위원을 거쳤다.

취임 당시 ADD 관계자는 최 원장에 대해 "연구원부터 과제 책임자, 참모부서, 연구소 부소장 등 차곡 차곡 커리어를 쌓아 온 정통 연구원이다. 운동도 잘하고 소탈해 주변 사람들에게 신망도 두텁다"며 "연구원 생활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과학자들의 고충을 잘 헤아리실 거라 생각한다. 기대된다"고 표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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