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로 간 여준구 한국항공대 전 총장, 달탐사 로봇 개발 참여
"만화보며 로봇 꿈 키워…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KIST 인재·기술 접목"

여준구 박사는 한국항공대학교 총장에서 KIST 연구원으로 다시 연구현장으로 돌아왔다.
여준구 박사는 한국항공대학교 총장에서 KIST 연구원으로 다시 연구현장으로 돌아왔다.
지난 7년간 한국항공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던 여준구 박사가 총장직을 내려놓고 다시 연구현장으로 돌아왔다.

그는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 후 미국 하와이주립대학 기계공학과와 정보전산학과 교수,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로봇 프로그램 디렉터와 동아시아 및 태평양지역 책임자로 활동했다. 

NSF의 '미대통령 젊은과학상', 보잉사의 '보잉교수상', 미공학회의 '뛰어난 젊은교수상'을 수상하는 등 로봇계에서 잔뼈가 굵고 국제적 인정을 받았던 만큼 그의 연구현장 복귀는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가 선택한 연구현장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문길주)다. KIST는 우리나라 출연연 맏형이자 80년대 후반부터 로봇을 연구하기 시작해 국내 로봇연구의 모든 정보가 밀집된 곳으로 연구성과를 비롯, 인적자원이 가장 풍부한 곳이다.

그는 KIST에 잠자고 있는 로봇관련 특허를 산업화시키는데 주력하고, 정부가 2020년 계획 중인 달 탐사에 필요한 로봇기술 개발에 참여할 예정이다. 총장 역임 중에도 시간을 쪼개 지속적으로 논문과 책을 쓰면서 연구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를 직접 만나봤다.

◆ 로봇기술, 타(他)산업과 접목하면 판 커진다

"자동차 후방 주차 시 소리 나는 시스템은 이미 80년대 모바일로봇에 장착됐던 기술이다. 20여년이 지난 후에야 상용화 됐지만 이제는 주차하는데 없어선 안 되는 기술이 됐다. 네비게이션의 경우도 상용화 되지 않았지만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면서 지도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있다. 이러한 다양한 기술이 로봇자체뿐 아니라 타산업과 접목되면 새로운 사업이 될 수도 있고 기존 산업체를 더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잠자는 특허보다 1~2개의 기술이 사업화돼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리면 연구자, 연구센터, 정부,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여 박사는 KIST에서 이 같은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는 NSF 워싱톤 본부 근무 당시 로봇과 컴퓨터 비전 프로그램 디렉터로서 해당 분야의 최첨단 연구과제들을 선정 지원하였으며, NSF 동아시아 및 태평양지역 책임자로 동경 미국대사관 근무 시에는 일본을 포함한 관련 지역 국가들과 과학 전 분야의 대형 국제 공동연구 사업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하와이대 교수시절 미국에서 로봇기술을 활용해 벤처를 설립한 경력이 있는 만큼 KIST의 로봇기술을 상용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연구자들은 연구에 몰두하고 그 기술을 전문가들이 상용화할 수 있는 등 각자의 역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2020년 달 탐사를 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KIST를 비롯한 많은 연구기관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될 예정이다. 그는 KIST가 달 탐사로봇 개발에 참여하게 되면 미국에서 연구 활동을 하며 쌓아온 인력과 연구노하우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여 박사는 KIST에서 잠자고 있는 로봇기술을 상용화하고, KIST가 2020년 달탐사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 연구개발도 담당할 계획이다.
여 박사는 KIST에서 잠자고 있는 로봇기술을 상용화하고, KIST가 2020년 달탐사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 연구개발도 담당할 계획이다.
로봇기술개발에서 자신감이 드러나는 이유는 미국에서 10여 년간 미국방프로젝트의 연구사업책임자로서 스스로 수중 작업(underwater autonomous manipulation)을 할 수 있는 무인잠수정을 최초로 개발했으며, 자율형 수중로봇의 위치정밀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데 성공하는 등 다양한 연구성과를 쏟아낸 바 있기 때문.

여 박사는 "해저로봇은 무선통신에 한계가 있어 통신에 어려움이 있고 GPS가 안 돼서 위치를 찾기도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달 탐사로봇에 들어가는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달은 지구와 환경이 달라서 로봇이 온도 차 등 환경에 잘 적응해야하며, 지구와도 원활한 통신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쉽지 않은 기술이지만 미국도 목성 탐사로봇들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사용했기에 불확실한 연구개발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달 탐사로봇 개발 자체뿐만 아니라 기술을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로봇관련 기타 기술들이 한 단계 향상 될 것으로 기대되는 매우 가치 있는 사업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 "한국에 적합한 시스템 도입 힘쓰겠다"

"우리시대 사람들이라면 아톰 등 로봇만화를 보면서 자랐을 겁니다. 그 때 봤던 로봇에 대한 꿈, 그리고 미국에서 유학시절 한창 로봇 붐이 불어서 이 길로 들어서게 됐죠."

어릴 때부터 로봇은 여 박사의 선망의 대상으로, 고장난 라디오를 고치고 장남감 차를 만들기도 하다가 가끔은 집에 있는 멀쩡한 가전 제품들을 해체했다 재조립하는 것이 취미였다. 그런 그가 미국에서 유학을 하던 시절 로봇 붐이 불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사람모양의 로봇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 팔이 실제로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것을 보면서 '미래기술이란 이것이구나' 싶었다.

미국에서 로봇을 공부하고 귀국하려했지만 대학에서 공부만 했던 탓에 미국을, 미국 사회를 , 미국의 과학기술을 좀 더 알기 위해 한 5년 정도 미국 생활을 더 하고 싶었다. 그러던 것이 25년이 흐른 뒤에야 그는 항공대 총장으로 한국에서의 첫 직장을 갖게 됐다. KIST는 한국에서의 두 번째 직장이다.

그는 "오랜 외국 생활로 한국 시스템에 이해가 부족할 수 있겠지만 한국에 적합하고 효율적인 시스템들을 도입하는데 기여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KIST와 몇 번의 인연을 맺었다. 1989년과 2007년 KIST에서 초청 세미나를 하였고, NSF 재직 시 NSF, NASA, NIH 공동 지원했던 세계 로봇기술 수준평가사업의 일환으로 2004년 KIST를 방문한 적이 있으며, 항공대 총장 재직 시 KIST와 MOU를 체결하면서 항공대가 보유한 무인항공기 기술과 KIST보유의 태양전지 기술을 접목시켜 태양광 무인항공기를 공동 개발했다. 또한 그는 귀국 후 NSF를 모델로 하는 한국연구재단설립에 관여했으며, 국과위 운영위원, 국토부 장관 자문위원, 항공회 부총재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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