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벤처 나노하이테크, 산업현장 의견 반영 국내 넘어 해외시장까지 접수
김병순 대표 "높은 목표보다 목표달성 위해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

김병순 대표가 추석명절 후 외국에 보낼 타이어 비드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이 제품은 국내 타이어 대기업이 외국에 생산공장을 확장하면서 공급을 요청해 왔다.
김병순 대표가 추석명절 후 외국에 보낼 타이어 비드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이 제품은 국내 타이어 대기업이 외국에 생산공장을 확장하면서 공급을 요청해 왔다.
계량·계측은 산업의 기본척도라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이나 모든 제품은 질량, 온도, 길이, 밀도 등 계량·계측의 표준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업 발달 역사에서도 계량·계측을 빼놓을 수 없다. 기업은 산업분야 계량·계측기를 통해 제품의 불량을 예방하고 시장에서 신뢰를 쌓으며 오늘날의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계량·계측 분야는 관련 장비나 시스템이 특정 산업분야에만 적용돼 시장 폭이 넓지 않은 편이다. 국내 기업에서는 미국이나 독일 기업 제품을 수입해 사용해온 것이 대부분이다. 이 좁은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발견하고 40여 년간 한 우물을 파며 유통업부터 전문기업까지 묵묵히 걸어온 주인공이 있다.  계량·계측 전문 대덕벤처 나노하이테크의 김병순 대표다.

나노하이테크는 계량·계측 분야 외길을 걸어온 CEO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장비의 성능 및 디자인은 기본, 소프트웨어와 사용언어까지 현지 환경에 가장 적합하게 마무리해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0년 창업 이후 고가의 장비를 국산화 해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고 기업 성장의 동반자 역할을 해왔다. 이 회사는 식품, 제약, 타이어 등 각 분야 산업현장에서 요구되는 계량·계측 장비를 개발·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길이, 질량, 힘, 온·습도, 압력분야 국제공인교정기관으로 기업의 표준 확립에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해 왔다.

최근에는 국내 타이어 관련 대기업이 해외에 새롭게 공장을 건설하면서 나노하이테크의 계량·계측 장비도 동반 진출하게 됐다. 또 올해의 유망수출중소기업에 선정돼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계량·계측 장비 유통에서 시작해 제조업으로 재탄생

김병순 대표는 전남 순천이 고향이다. 올해 우리나이로 59세인 그는 베이비붐세대 대부분이 그랬듯이 6남매의 세째로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다. 그는 당연한 순서처럼 고교를 마치고 광주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계량·계측기기 기업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70년대 정부의 공업화육성정책에 따라 설립된 직업훈련원(현재 폴리텍 대학)에서 주경야독하며 공부를 했다. 그는 이 부분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정작 나 자신은 아무렇지 않은데 대덕에는 박사출신 CEO가 워낙 많다보니 학력이야기에 상대방이 놀라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이런 인식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공부를 하면서 계량·계측기기 분야가 시장은 좁지만 많은 산업에서 꼭 필요한 분야라는 가능성을 보게 됐고 평생을 바쳐 자신이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두번째 직장으로 대전에 있는 기업에서 근무하게 되고 15년간의 직장 생활 후 창업을 결심한다. 그리고 1990년 김 대표를 포함해 3명의 인력은 계량·계측 전문회사인 카스 대리점으로 창업의 첫 출발을 알렸다.

"계량·계측 분야는 시장이 넓지 않지만 틈새 시장이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여러 산업에서 이 장비가 필요하다는 것도 경험했고요. 외국 장비는 값도 비쌌지만 우리 산업 환경과 달라 디자인, 성능, 소프트웨어 활용 면에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현장의 불만은 김 대표가 제조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장비를 우리 산업 현장에 맞도록 조금씩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부터 시작해 2001년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하고 본격적으로 연구개발과 제조업까지 사업을 확대한다. 회사명도 '나노하이테크'로 변경했다.

◆식품, 제약, 타이어, 전지 분야 장비 개발로 지속 성장

나노하이테크는 연구개발에 집중하면서 25종의 장비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한다.

그중 자동차 타이어 비드(Bead) 시스템은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한 장비로 타이어 공기압과 동일한 측정압을 가한 정원주를 가진 다단계 원통형 타입으로 타이어 비드 내경과 무게 측정이 동시에 가능하다.

이 장비로 나노하이테크는 국내·외 타이어 업계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타이어 회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게 된다. 특히 지속적인 기술 업그레이드로 타이어 기업들의 해외 공장에도 나노하이테크의 장비가 공급돼 시장도 해외까지 확대됐다.

산업용 플라스틱 등 고체의 밀도를 자동으로 최소 20여개 이상의 시편을 동시에 연속해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도 성공한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비접촉 2중 카메라를 활용한 형상측정시스템으로 외부 압력에 의한 시료 변형이 전혀 없이 두께, 너비, 길이 측정이 가능한 완벽한 시스템을 선보여 각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또 제약회사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재질의 고형 시료에 대한 질량과 크기, 강도를 일련의 연속과정으로 자동 수행할 수 있는 장비도 선보였다.

무엇보다 40여 년 동안 한 우물을 파온 계량·계측 분야 베테랑 김병순 대표의 철학이 담기면서 나노하이테크의 제품은 기업의 생산성은 높이고 불량률은 대폭 줄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기술벤처로 위치를 확고히 하게 된다.

국가교정기관으로도 위치를 공고히 했다. 나노하이테크는 2001년 KOLAS(한국교정시험기관인정기구)에서 질량분야 8개 항목의 국가교정기관으로 인정받았고, 2004년 12월에는 힘분야 2개 항목과 길이분야 8개 항목을 추가로 인정받았다. 

김병순 대표는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사람을 중요시하며 직원들의 복지에도 각별하게 신경을 쓴다. 직원의 주택자금 지원과 성과 배분, 학자금 지원제도 등을 마련했다. 여성인력 채용과 육아 휴직제도도 적극 도입하고 직원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했으며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 기업경영에서도 선도적이다.
 
나노하이테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으며 정밀기술진흥대회 금상, 산업자원부 장관상, 대통령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올해는 정부 포상 수상을 앞두고 있어 어느 해보다 의미가 큰 한해다.

김 대표는 이런 행운(?)에 대해 겸손하게 말한다.

"어릴 적 서당에서 한학을 배웠는데 천자문의 글귀에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익혀야할 지침이 담겨있더군요. 문구들을 기억하며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덕분인지 큰 어려움 없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왔어요. 최근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창업과 고졸전문가 채용 바람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이 학벌중심에서 인성과 능력중심으로, 중소기업 인식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이어 그는 "네트워크 활성화와 정보 공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측청클럽 회원사간 교류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데 배울점도 많고 서로 협력할 부분도 많다. 앞으로 시너지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목표를 크게 잡기보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중요시하며 측정·계측분야에서 최고기술과 서비스를 갖춘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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