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자원연의 젊은 연구원들①]지진연구센터 선창국 박사
'신속 대응시스템' 마련 주력 "과학은 정답없는 모험…끝없이 합리성 추구"

1918년 설립 이후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반도 지질과 자원연구,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 달려 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최고령 출연연이지만 국제적 연구감각과 뜨거운 연구열정을 가진 젊은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내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덕넷은 '지질자원연의 젊은 연구원들' 시리즈를 통해 이들의 활약상과 지질자원 연구의 중요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반도 지질특성을 기반으로한 지진공학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선창국 박사.
한반도 지질특성을 기반으로한 지진공학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선창국 박사.

"지진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지만 사전 대비에 따라 피해 정도는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지질학적 특성을 고려한 건설부지 선정, 내진설계를 반영한 건설은 지진 발생시 화재, 추가 붕괴와 같은 2차 피해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지진재해 최소화를 위한 과학기술적 노력의 중심에 서는 것이 저의 사명입니다."

최근 한반도의 지진 발생빈도가 증가하며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발전소와 교량, 대형건물 등과 같은 구조물의 안전과 내진설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연구와 투자가 시급하다.

한국지질지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선창국 책임연구원은 지진학자들의 기초연구를 기반으로 응용연구를 진행, 건축·구조물관련 최종 수요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국내 몇 안 되는 지진공학 전문가다.

그는 자신은 젊은 과학자라 불리기 쑥스러운 나이라고 밝혔지만 연구에 대한 열정과 자세 만큼은 누구보다 '젊다'는 것이 동료들의 평이다. 

◆ 지진분야의 융합연구자…연구 키워드는 '땅과 관련한 지진재해'

"지진 피해는 내가 위치한 곳과 주변 땅의 지진공학적 특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전지역 내에서 발생한 동일 지진이라 하더라도 지표면부터 지하의 단단한 암반까지 분포하는 흙의 두께와 그 특성에 따라 각 지점별로 진동의 크기나 진동수가 다르기 때문에 지상의 건축물과 구조물의 피해도 달라집니다."

선창국 박사의 연구 키워드는 '땅과 관련한 지진재해'다. 그는 땅에서 전달되는 지진의 크기나 특성을 규명해 건축이나 토목을 하는 사람들이 쓸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을 해준다. 이는 지진 발생 시 어떤 위치에 어떤 구조물이 있으면 더 위험할지 덜 위험할지 판단하는 지표가 된다.

서울 지역 기반암 심도(단단한 암반까지의 깊이) 정보.
서울 지역 기반암 심도(단단한 암반까지의 깊이) 정보.
지역에 따라 지진발생 크기와 발생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외국의 지진연구 결과와 시스템이 아무리 발달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때문에 한반도의 지반조사 자료 등 여러 유용한 자료들을 수집, 검증, 도입해서, 다양한 전문가 지식과 기법을 적용하고 지진공학적으로 의미 있는 정보를 도출해야 한다.

선 박사는 내진 대책도 철저하게 경제논리와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비로소 한국지진공학회가 설립되고 관련 연구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관련 법규들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도 있었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관련 연구와 법조항이 발달하지 못했다. 초창기 원자력발전, 교량 등은 외국의 기준을 적용해 내진설계를 진행했지만 이제 우리나라의 지질환경을 기반으로 한 지진공학 연구를 꽃피울 때가 됐다.

선 박사는 스스로를 "지진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기본으로 연구를 진행해 최종 수요자인 지자체, 정부, 산업체 등에 토목·건축 분야에 필요한 내용을 전달하는 매개자이자 지진분야의 융합연구자"라고 정의했다.

실제 그가 몸담고 있는 지진연구센터 15명의 연구원 중  중 선 박사를 제외한 14명의 연구원들은 주로 지진학이나 지구물리 등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연구결과는 '신속대응 시스템'으로 연결

지난 2005년 9월 지질자원연에 입사한 선창국 박사는 지진학자들이 분석한 기본 정보를 지리정보시스템, 가시화 시스템 등을 통해 분석하고 전문가 지식과 추정기법들을 활용해 국민뿐 아니라 지자체, 국가기관 등 최종 수요자들이 쓸 수 있도록 제공해왔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지진이 발생한 뒤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신속대응 시스템'으로 연결된다.

선 박사는 "이런 정보가 연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 적용되고 실용화돼야 한다"며 "그래야만 연구기관의 공공기여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KTX는 물론 인천국제공항 등 국가 주요 시설물에 대한 지진 감시, 대응시스템 뿐만 아니라 실시간 가속도 모니터링을 통한 가스 시설물 지진 신속 대응시스템도 마련됐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로 가상 지진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축한 울산지역 도시가스 밸브 자동 차단 시스템을 꼽았다. 

우리나라는 LNG선을 통해 천연가스를 도입한다. 인천, 평택, 통영, 삼척 네 곳의 천연가스 인수기지에서 가스를 모아 가공하고 관을 통해 주요 도시로 보내면 각 도시의 가스회사에서 일반가정까지 관을 통해 제공하는데 이 중간 중간에 가스를 통제하는 밸브가 있다.

선 박사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진이 발생할 경우 어떤 시점에서 어떻게 밸브를 통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사결정시스템을 만들고 마산과 대전에서 시범사업을 수행했다.

그는 "지진 발생시 건물은 멀쩡하더라도 가스관은 뒤틀리거나 가스가 새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진으로 인한 1차 피해는 없었지만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하면 우선 가스 밸브를 통제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2010년에는 서울 지역에 대한 기반암 심도(단단한 암반까지의 깊이로서 흙의 두께) 정보를 담은 지진공학적 부지분류 지도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는 향후 도시 건축 및 설계의 기본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국내 주요 무역항만에 대한 지진 신속경보 시스템의 구현 사례. 이 시스템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를 이용해 각 시설물별로 내부 상황을 고려해 점검, 운영정지 및 복구 등의 추가적 내부 의사결정이 진행된다.
국내 주요 무역항만에 대한 지진 신속경보 시스템의 구현 사례. 이 시스템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를 이용해 각 시설물별로 내부 상황을 고려해 점검, 운영정지 및 복구 등의 추가적 내부 의사결정이 진행된다.

◆ "과학은 정답 없는 모험…끝없이 합리화·효율화 추구해야"

"과학과 공학은 종지부가 없습니다. 지금 새로운 기술이 개발돼도 언젠간 더 좋은 기술이 개발되기 때문에 끝없이 합리화와 효율화를 추구하는 것이 공학도의 역할이죠."

선 박사는 "지금은 예전보다 컴퓨터의 성능도 좋아지고 통신 인프라도 좋아져 정보의 양이 많이 늘었지만 그에 비례해 쓸모없는 정보도 많아졌다"며 "기초부터 응용까지 볼 수 있는 눈을 갖고 필요한 자료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자녀들은 아빠가 출근할 때 "아빠 공부하고 오세요"라고 인사할 정도로 그는 집에서도 연구원에서도 노력하는 연구자의 모습을 강조하고 실천한다.

연구자가 데이터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법,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 연구자 개인적인 노력과 함께 연구환경, 제도적인 뒷받침도 결부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과학자가 연구 결과를 검증받지 않으면 혼자 책을 읽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내용을 검증 받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논문이다. 해외 학술발표회는 최신 연구동향과 의견교환은 물론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는 자리다. 또  학회가 발전해야 관련분야 학문도 활성화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능한 학회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연구자로서 그가 국내 연구현장에 바라는 것도 연구자가 연구에 정진하고 새로움을 창조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는 "연구자 개인의 노력과 함께 국가적으로 자율적이고 유연한 연구환경이 주어질 때 보다 더 새로운, 미래지향적인 개념과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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