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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무인항공기 연구개발 다시 한다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11년 개발을 완료해 공개한 TR-100. 틸트로터 기술은 미국에 이은 두번째지만 무인 틸트로터로는 세계 최초다. 하지만 TR-100은 2011년 9월 공개된 이후 2년 째 방치되고 있다.
정부가 26일 2022년까지 2000억원 가까이 투입해 민간 무인항공기 실용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무인항공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초기술이 경쟁력을 갖춘 만큼 향후 세계시장 진출에 유리할 것이란 평가도 내놨다. 이를 통한 3400명의 일자리창출과 7000억원 규모의 생산유발효과는 덤이다.

현 정부가 '창조경제'를 외치며 일자리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고민하는 것에 걸 맞는 혜안이고 정책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함께 제공한 사진을 보면서 강한 의구심이 일었다.

이날 배포된 사진은 항우연이 2011년 개발한 무인항공기 'TR-100'. 세계 최초의 무인 틸트로터다. 이·착륙시에는 프로펠러를 수직으로 세워 헬리콥터처럼 기동하고, 비행할 때는 프로펠러를 수평으로 맞춰 난다. 틸트로터 기술은 소형·중형·대형 등 다양한 크기의 무인기에 적용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영국이 아르헨티나와의 포틀랜드전 때 배를 이용해 수직이착륙전투기 해리어를 활용했던 것처럼, 선박을 이용할 경우 활용범위도 넓힐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10년 간 1000억원을 투자해 총 3대가 생산된 TR-100은 시범비행 후 2년 동안 방치됐다. 개발인력도 뿔뿔이 흩어졌다. '사업성과를 5년 간 활용한다'는 규정 덕에 폐기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정부가 '월드리더급 기술', '전략핵심' 등으로 표현했고, 이번에 국토부가 자신 있게 내세운 '경쟁력을 갖춘 기초기술' 수식어가 무색해진다. 원인은 바로 정부의 무관심이다. 여러 부처가 무인기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전략산업의 핵심으로 꼽았지만, 정책적 움직임은 엇박자를 냈다.

틸트로더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지상조정시스템 공동개발에 참여했던 군은 처음과 달리 '활주로가 없는' 사단급 이하 부대에 사용될 무인정찰기를 따로 예산을 투입해 개발 중이다. 항우연이 틸트로더의 민간활용을 위해 나섰지만 부처 논의과정에서 우주개발에 밀려 탈락했다.

무인비행기 분야 선두주자는 얼마 전 무인기 항공모함 착륙에 성공한 미국이다. 기술 뿐 아니라 각종 규제와 제도에서도 단연 앞서 있다. 지난해 3㎏ 이하 무인기 운항 규제가 풀렸고, 순차적으로 확대해 2015년 무인기 운항이 전면 허용될 예정이다. 정부가 주도하면 부처가 협력하고, 의회가 지원한다.

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창조경제는 단순히 '존재하지 않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것들의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다.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과학기술계 못지 않게 정부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TR-100의 사례에서 보듯,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정부 부처간 융·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창조'의 사전의 의미에 함몰돼 새로운 것을 찾기 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유의미한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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