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된 UST를 위한 특별한 프로젝트…국내 10대 명산 등산 계획
10일 속리산 시작으로 매주 등산…"과학기술계를 응원하겠다"

천왕봉에서 플래카드 펼치고 한컷(왼쪽부터 UST 행정팀 장병덕, 박갑동 기획처장, 총장실 순정기)
천왕봉에서 플래카드 펼치고 한컷(왼쪽부터 UST 행정팀 장병덕, 박갑동 기획처장, 총장실 순정기)
지난 10일 새벽 5시, 어스름한 새벽녘 속리산 산길을 묵묵히 오르는 4명의 발걸음이 있었다. 내리쬐는 태양과 마주칠세라 바지런히 움직인 새벽 산길의 운치는 선선한 바람의 청량감까지 더해져 상쾌함을 불러왔다. 숙소에서 준비해 온 시원한 물 한 잔에 다시 한 번 몸을 일으킨 그들.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의 10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벤트를 기획한 4명의 교직원들이었다.

그들이 속리산을 찾은 이유가 독특하다. 학교 설립 10주년 맞이 생일 프로젝트란다. 그것도 속리산은 맛보기에 불과, 백두대간 10대 명산을 주마다 찾아 등산한다니 속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그냥 웃고, 모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이없어 한다는 게 박갑동 UST 기획처장의 설명이다.

"10월 22일이 UST 설립 10주년 되는 날입니다. 지금까지 기대했던 것 보다 성과가 좋았습니다. 모든 게 박사들과 학생들 때문이겠죠. 교수와 학생들에게만 잘하라고 하는 것 보다 교직원들이 같이 동참해서 힘을 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게 바로 백두대간 10대 명산 등반입니다. 그 산들의 정상에서 UST를 홍보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평소 등산을 사랑한다는 박 처장. 전국에 안 가본 산이 없을 정도로 등산을 좋아한다는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UST 교직원들이 산을 오르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박 처장은 "한걸음 한걸음씩 발을 내딛어 목표에 꾸준히, 정직하게 다가가는 것, 그리고 마침내 그 성취를 이뤘을 때 느끼는 보람을 특별하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교직원들이 산을 오르는 노고와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정상에 올라 기쁨을 만끽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속세를 떠난 산, UST의 이해관계를 벗어나 새롭게 다시 보자는 의미에서 속리산을 첫 번째 산행지로 결정했다. 이후 태백산(8월 17일), 설악산(8월 24일), 오대산(8월 31일), 소백산(9월 7일), 월악산(9월 14일), 덕유산(9월 21일), 가야산(9월 28일), 지리산(10월 5일), 한라산(10월 12일) 등 9 곳의 등산 일정이 빼곡히 칠판에 정리됐다.

날씨가 더운 한 낮에는 등산이 무리라고 판단해 출발도 그 전날에 한다. 금요일 업무가 끝나면 UST 홍보 산악대는 산행지로 출발한다. 토요일 새벽부터 산행을 시작하면 오후 2시 정도 완등하게 된다. 박 처장은 "산을 가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다 같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체력테스트를 해서 통과 못하면 못간다"며 "안전이 최고 중요하다. 산행에 있어 기본적인 체력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해도 주마다 험한 산을 오르내리는 것이 힘들지는 않을까. 이에 대한 질문을 던졌더니 오히려 호탕한 웃음이 전해져왔다. 박 처장은 "힘들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쉽게 갔다 오면 의미가 없다"며 "최대한 그 곳에서 직접 해결하려고 한다. 코펠도 다 준비해 가서 밥도 해먹고 한다. 쉽게만 다녀오면 추억이 생길 수가 없다"고 등산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설파하기도 했다.

속리산 정상을 찾은 가족들에게 UST를 홍보하고 함께 사진을 찍은 UST 교직원들.
속리산 정상을 찾은 가족들에게 UST를 홍보하고 함께 사진을 찍은 UST 교직원들.
그들이 정상에 서서 맨처음 하는 일은 일단 경치를 감상하는 일이다. 숨을 크게 한 번 내쉰 후, 다시 들이마시면 힘들었던 신체가 다시 제대로 숨을 쉬기 시작한다. 그렇게 산의 정기를 받은 후,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한다.

"산 정상을 찾은 등산객들에게 UST를 홍보합니다. 플래 카드를 놓고 사진을 찍고, 기념품도 나눠드리죠. 등산할 때 마다 UST 기념품을 한 짐 지고 갑니다. UST를 모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그 분들에게 UST라는 이름을 알려드리는 것만해도 충분한 홍보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그의 마음이 통한 것일까. 얼마 전에는 기념품을 받은 등산객이 박 처장에게 직접 문자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너무 뿌듯했다'는 그는 "이렇게 문자를 보낼 정도라면 집에서 UST를 한 번이라도 검색은 해본 분일 것"이라며 "UST가 대덕특구 품안에서만의 학교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출연연 대표 학교가 될 수 있게 하려면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가 그 선봉에 설 것"이라고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함께하는 이들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교직원들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계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박 처장은 "자체 내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라 홍보가 많이 안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를 원하는 이들의 연락이 많다"며 "이번 산행으로 출연연 종사자들이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UST 분만 아니라 출연연, 특구, 과학기술계를 응원하고, 홍보할 수 있는 시간으로 같이 만들어나갔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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