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인데도 조용한 '과학동네'…잠재된 애국심 보여줄 수는 없나

(좌)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가다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터키국기 (우)KISTI 슈퍼컴센터 내 걸려있는 태극기.
(좌)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가다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터키국기 (우)KISTI 슈퍼컴센터 내 걸려있는 태극기.
지난 5월 터키를 다녀온 후 가장 많이 마음을 울렸더 건 터키인들의 남다른 애국심이었다. 감추지 않고 나라 사랑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반추해보게 됐다. 물론 내 자신의 반성과 함께.

그들의 자랑 보스포루스 해협을 유람하다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게 하나 있다. 건물 곳곳마다 걸려있는 터키 국기다. 종류도 다양하다. 건물 전체를 뒤덮는 대형 국기부터 고사리 손으로도 흔들 수 있는 작은 국기까지 곳곳에 장식돼 있다. 이들에게 있어 국기는 함께하는 삶, 그 자체였다. 기념일에만 꼬깃꼬깃 접혀있는 태극기를 꺼내드는 우리 모습과 대비된다.

물론 그들의 행동에서 전략적인 부분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보여주기'는 외국인들에게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국가를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대로 긍정적인 이미지가 돼 박혔다. 터키인들이 국기를 전략적으로 이용한 셈이다. 

오늘은 평소보다 많은 태극기를 볼 수 있는 날, 광복절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광복된 것을 홀로 기념하기 위해 일찌기 집을 나섰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돌아볼 생각이었다. 궁금도 했다. 과연 태극기를 볼 수 있을까?

그러나 그 곳에 태극기는 없었다. 날짜만 광복절을 가리킬 뿐, 14일과 15일의 차이점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 흔한 플래카드도 없었다. 19일부터 진행되는 을지연습 홍보 플래카드만 보였다. 광복절 맞이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떠들썩하게 진행 중인데, 과학동네는 조용했다. 이래도 되는걸까.

밖에 태극기 걸지 않았다고, 플래카드 준비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의 애국심이나 사명감을 의심할 순 없다. 다른 누구보다 연구원들이 애국심과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직접 만나고 취재하며 국가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에 감동받을 때도 많다. 연구 현장 곳곳에 태극기를 걸어놓고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도 상당수다. 그런 그들을 알기에 더욱 더 안타까웠다.

체감(體感)의 정도는 보여주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얼마나 반복적으로, 임팩트있게 보여주냐에 따라 체감하는 정도는 달라진다. 국민들이 애국심에 불타오르는 과학자들의 모습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은 그들과 체감을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는 좀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밖으로 '보여주기'는 과학자들과 국민 사이를 좁힐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홍보 수단이 될 수 있다. 광복절 역시 마찬가지다. 순국열사에 대한 고마움과 애틋함은 가슴에 품고, 광복절을 활용해 국가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게 무언지 고민해 봐야 한다. 태극기가 그 수단이 될 수 있다.

과학동네의 이미지는 다른 누구가 만들어 줄 수 없다. 그들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내년 광복절에는 연구원 담장 밖에서도 볼 수 있는 큰 대형 태극기가 나부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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