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독일PTB 수장 울리히 박사 "측정표준이 산업발전 바탕"
"표준연 프런티어 자격 갖춘 연구원, 협력 강화 할 것"

126년 역사를 자랑하는 PTB의 수장 울리히 박사.
126년 역사를 자랑하는 PTB의 수장 울리히 박사.
"독일PTB는 기초과학기술과 산업발전을 위한 응용연구의 적절한 조화를 통한 사회에 대한 기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125년 전의 선배들의 비전을 아직도 쫓고 있습니다."

126년전 세계 최초로 설립된 표준기관인 독일 국가표준기관(PTB)의 수장인 요아힘 울리히(Joachim Ullrich) 박사. 그는 "자동차, 기계, 중공업 등의 산업전반에 걸쳐 탄탄한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독일의 이면에는 PTB가 있었다"며 "PTB의 설립목적이자 기관 운영의 두 축은 기초과학 및 산업체 발전을 위한 직접적인 기여"라고 설명했다.

울리히 박사는 12~13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강대임)을 방문, PTB의 비전을 공유하고 표준연의 발전 속도를 벤치마킹하는 등 두 기관의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울리히 박사는 13일 대덕넷과의 인터뷰를 통해 표준연 방문소감과 독일PTB의 운영 철학을 공개했다.

"한국에 와서 보니 표준연은 순수한 측정과학기술 외에도 산업계의 발전에 맞춰 신성장 분야에서 미래에 필요한 측정표준을 확립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더군요. 이는 측정과학의 프런티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고 표준연은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었습니다."

울리히 박사는 "표준연이 설립 50주년이 되는 2025년 세계 최고 표준기관이 되겠다는 분명한 목표와 이에 맞는 연구방향 설정이 인상적이었다"며 "특히 이미 확립된 측정표준의 서비스도 충실히 수행하며 새로운 기초·응용과학분야까지 연구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모습은 PTB가 꼭 필요한 벤치마킹할 부분"이라고 방문 소감을 밝혔다.

PTB가 전통적인 기계산업은 물론 첨단산업 전반에 필요한 측정과학기술을 지원함으로써 독일의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것처럼 표준연도 한국 산업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다.

그는 "현재 독일 산업기술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양자역학의 기반을 PTB는 이미 50년 이전부터 구축해왔다"며 "이 분야의 기술은 현재 의료산업이나 디스플레이 등 광분야 산업에도 적용돼 정밀한 인체 건강진단이나 조명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예는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처럼 측정과학기술은 현재 적용분야를 예측하지 못하는 미래의 산업분야 지원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기에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울리히 박사는 방문 첫날인 12일 표준연의 7개 연구센터를 모두 찾아 연구자들과 측정기술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또 강대임 원장을 비롯한 표준연 경영진과 면담을 통해 표준연의 전반적인 현황을 파악하고, 표준연의 중소기업지원 홈닥터 프로그램, 국제협력분야 등 산업체와 개도국 등에 대해 실질적 도움이 되는 활동을 우수한 성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표준연의 대표 연구분야인 물질파 간섭계연구, 나노바이오융합연구, 뇌자도 측정연구, 나노안전성에 관한 연구 분야는 앞으로 두 기관의 연구협력이 기대된다"고 밝히고 "독일에 돌아가면 표준연의 연구현황을 전달하고 협력연구를 독려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한 모험적인 기초·응용연구에 힘쓰고 있는 많은 연구자들과 이들을 뒷받침하는 표준연의 안정적인 지원에 높은 점수를 줬다.

◆ 시대적 요구 대응하는 측정과학…125년 전 선배들의 비전 지금도 쫒는다

울리히 박사는 '측정과학의 미래'를 주제로 표준연 직원에게 특강을 진행했다.
울리히 박사는 '측정과학의 미래'를 주제로 표준연 직원에게 특강을 진행했다.
"과학기술이 없다면 미래에 기회도 없습니다.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대응하는 측정과학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울리히 박사는 표준연 방문 둘째 날, '측정과학의 미래'를 주제로 한 특강을 통해 125년에 빛나는 PTB의 발전사를 소개하고, 앞으로 측정과학이 국제사회와 각 나라의 수요에 맞춰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기초과학과 응용연구의 두 축에 대한 균형을 잘 맞추고 그 연계점을 항상 고민하며 이를 실현시킴으로써 사회·경제에 크게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표준연 직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 핵심 내용이다.

울리히 박사는 강연이 끝나고 표준연 연구원들과 자유롭게 연구분야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대임 원장은 "울리히 박사가 지난해 취임식 때 PTB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내용이 표준연 설계에도 도움이 많이 됐다"며 "그 내용을 직원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표준연과 PTB간 연구협력 강화를 통해 연구수월성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이번 방문의 의의를 되새겼다.

표준연이 많은 개도국을 지원하는 지금의 위치까지 성장하는 데 1980년대 장비와 기술 등을 지원해준 PTB의 도움이 컸다. 또 지난 1996년에는 표준연과 PTB가 측정 표준 과학기술 분야 MOU를 체결하는 등 두 기관은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한편 2012년 1월 제11대 PTB 기관장으로 취임한 울리히 박사는 198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핵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핵물리분야)의 기관장을 역임했다. 지금까지 Science, Nature 및 PRL에 게재한 80여 편을 포함하여 총 435편의 논문을 게재했고 포항의 선형가속기 프로젝트에도 관여하는 등 방사선가속기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유명하다.

표준연 연구실을 방문하는 울리히 박사.
표준연 연구실을 방문하는 울리히 박사.

 

울리히 박사의 특강에는 많은 연구자들이 참석해 측정과학의 미래를 공감했다.
울리히 박사의 특강에는 많은 연구자들이 참석해 측정과학의 미래를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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