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막기위해 냉각제 살포했다가 빙하기 도래 설정
전문가들 의견분분 "현재도 빙하기?"…멈추지 않는 열차엔진은 불가능

<사진=설국열차 공식홈페이지 제공>
<사진=설국열차 공식홈페이지 제공>
"사람들은 추위를 피해 떠나기 시작했고, 곧 설국열차에 대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기차에 타기 위해, 마지막 희망을 잡기 위해 서로를 죽고 죽이는 세상에서 처음 보는 잔인한 풍경이 펼쳐졌다. 죽은 이들을 뒤로하고 기차는 출발했고, 그건 세상의 마지막이자 또 다른 시작이었다."

인류가 발전시킨 과학이 재앙의 불씨가 됐다. 기상 이변으로 꽁꽁 얼어버린 지구.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설국열차'는 끝없는 궤도를 달린다.

영화 '설국열차'의 기세가 무서울 정도다. 역대 최단 기간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역대 한국영화 첫 주말 흥행 1위와 외화를 포함한 역대 첫 주말 흥행 2위의 놀라운 기록이다. 

'설국열차'는 제2의 빙하기가 온 지구에서 생존자들을 태우고 달리는 기차속 이야기다. 그리고 SF 영화다. 영화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만큼 영화속 설정과 과학적 근거도 궁금증을 낳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과연 냉각제(영화 속에서는 CW7)와 같은 약품으로 막을 수 있을까? 제2의 빙하기가 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멈추지 않고 쉼없이 달리는 기차 엔진을 만들수 있을까? 

영화 속 상황을 과학으로 풀어봤다.

◆ 제2의 빙하기, 과연 올까?

서서히 올 줄 알았던 얼음공기는 도시를 뒤덮었다. 느린 걸음이 아니었다. 한순간 지구는 얼어버렸고, 인류는 무기력했다. 영화 속 빙하기는 아무것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두려움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극심한 추위때문에 생명이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그러나 영화 속 빙하기는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빙하기는 지구의 기온이 오랜 시간 동안 내려가 북반구와 남반구의 빙하가 확장한 시기를 말한다. 추운 빙기와 비교적 따뜻한 시기인 간빙기로 구분되는데, 현재 인류는 간빙기에 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큰 규모로 볼 때, 현재의 지구는 육지의 약 1/10이 빙하로 덮여 있는 빙하기에 속해 있다.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연구에 의하면 과거 지구상에는 최소한 다섯 번의 큰 빙하기가 있었다. 현재 인류가 경험하고 있는 빙하기는 약 4000만 년 전에 남극 빙상이 성장하면서 시작돼, 약 300만 년 전부터는 북극해에 빙상이 발달하면서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금부터 약 2만 년 전에 있었던 빙하기에는 지금보다 지구 전체의 온도가 5도 정도 낮은 수준이었다. 태양에너지를 가장 많이 받는 적도 부근은 빙하기 때도 지금보다 온도가 3도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아 생명체가 사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 신빙하기의 도래, 심층 해류순환에 달렸다?

심층 해류순환의 '열염 컨베이어 벨트'.
심층 해류순환의 '열염 컨베이어 벨트'.
해류는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바닷물의 운동이다. 강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평평하게 보이는 바다도 수평 공간적으로 높이가 다르다. 차이(중력)에 의해 바닷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이 흐름에 지구의 자전 효과(코리올리효과)가 더해져 북반구에서 바닷물이 오른쪽으로 꺾여 흐르는데, 이것이 바로 해류다.

해양에서 해류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열(heat)을 운반해 재분배하는 일이다. 대기에 의한 열 수송량에 버금갈 정도로 해류순환에 의해 상당량의 열이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전달된다. 따라서 저위도의 따뜻한 바닷물은 더 이상 가열되지 않고, 반대로 고위도의 찬 바닷물은 더 이상 냉각되지 않는다.

심층해류순환은 저위도 지역의 남은 열을 고위도 지역으로 운반해 공급해 주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구온난화에 의해 순환의 '컨베이어 벨트'가 약화되거나 끊어지게 되면 전지구는 급격한 기후변화를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벨트가 끊어지게 될 경우 저위도 지역의 열이 축적돼 매우 뜨거워지고, 고위도 지역은 혹독하게 추워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저위도에서 강도가 강한 태풍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지도 모른다.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의 기후변화 전문가인 월러스 브뢰컬(Wallace Broecker) 교수는 '사이언스(1997)지'에 지구온난화에 의한 열염 해류순환 변화가 기후시스템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2005년 영국 국립해양학연구소의 해리 브리든(Harry Bryden) 박사 연구진은 미국 동부 플로리다에서 서아프리카까지 대서양의 해류를 관측한 결과, 대서양의 멕시코 만류의 양이 지난 50년간 약 30% 감소한 충격적인 사실을 보고했다.

지난 겨울 겪었던 지독한 한파는 미니 빙하기의 시작일지 모른다는 경고다.

반대 의견도 물론 존재한다. 벨트가 끊어진 후 온도가 떨어지는 냉각화 현상이 일어나 '소빙하기'가 올 수도 있다는 주장에 일부 전문가들은 온난화로 인해 바다가 더워져 해양 순환이 느려지는 속도보다 온난화의 속도가 더 빨라 급격히 온도가 떨어지는 빙하기가 오기는 힘들다고 반박하고 있다.

◆ 기후변화, 인간이 임의로 조작할 수 있을까?

지구온난화 해결책으로 79개 정상들이 결의해 살포한 CW-7은 지구에 빙하기를 가져온다. 원하던 상황은 아니었지만 인간이 임의로 기후변화를 조작한 셈이다.

영화 속에서 처럼 기후변화와 같은 움직임을 인간이 임의로 조작하는 게 가능할까? 양동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영화 속에서 살포한 CW-7과 같은 황화합물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고 있긴 하지만 위험한 발상이다"며 "성층권에 뿌릴 경우 구름낀 효과를 가져오긴 하지만 그 물질들이 대기권에 침입안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설명했다.

화산이 폭발할 경우 화산재로 인해 그 주변이 일시적으로 온도가 내려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양 박사는 "실제 해보자는 연구는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인위적으로 지구온난화 진행이 안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 더 맞을 듯 하다"며 "현재 화학적·물리적으로 지구온난화 가속화를 막기 위한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인공광합성, 바이오매스 연구 등을 비롯해 우주에 그늘막을 만든다던가, 인공적으로 구름을 만드는 등의 물리적 연구도 진행 중이다. 

◆ 멈추지 않는 열차의 심장 '엔진', 영원히 일하는 게 가능할까?

<사진=설국열차 공식홈페이지 제공>
<사진=설국열차 공식홈페이지 제공>
43만8000㎞의 대륙을 1년 단위로 순환하는 1.5km 길이의 긴 열차. 이 열차를 움직이게 하는 건 신격화된 '엔진'이다.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영원히 일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한 번 작동을 시작하면 영원히 일을 할 수 있는 동력기관을 '영구기관'이라고 부른다. 영구히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가공(架空)의 동력기관인 영구기관은 에너지의 공급을 받지 않고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기계인 제1종 영구기관과 단 하나의 열원으로부터 열(량)을 흡수해 그것을 일로 계속 바꾸는 기계를 제2종 영구기관으로 나뉘어져 있다.

사실 영구동력기관을 만들기 위한 인류의 시도는 수없이 있어왔다. 그러나 영구기관은 열역학법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실현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에너지는 없어지지도 생겨나지도 않고, 에너지의 전체 양은 변하지 않는다는 에너지보존법칙에 의해 제1종 영구기관은 존재할 수 없다.

봉준호 감독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엔진에 대해 "미국에 펜실베이니아호라는 핵잠수함이 있는데, 이론적으로 연료를 재주입하지 않아도 20년에서 25년 동안 바닷속에서 운항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잠수함은 석 달에서 6개월에 한 번씩 항구에 들어가곤 하는데, 그건 사실 승무원들의 식량이나 정신적 문제 때문이라고 들었다"며 "핵심은 엔진의 영원성은 허구였다는 것이다. '엔진은 성스럽다'는 식으로 포장하지만, 사실은 부품이 마모됨에 따라 아이를 넣어 기계를 돌리는, 초라하고 참혹한 모습이 진실이다"고 설명했다.

역시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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