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연 한창균 책임·유성수 선임연구원 "돈보다 꿈 찾아 선택"
학문·기술 간 벽 넘어 융합연구 활성화…시너지 효과 창출 기대

현직 교수와 의사가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최승훈)의 문을 두드렸다. 돈보다 이상을 좇기위해 출연연을 찾았다는 한창균 책임연구원과 유수성 선임연구원이 그들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한의사가 아닌 의사가 채용되고, 출연연에 대학으로의 이직이 심각한 상황에서 현직교수가 채용된 것은 드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한의학연은 이번 채용을 통해 학문과 기술 간 벽을 넘어 융합 연구를 활성화 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 한창균 책임연구원 "글로벌 제품 통해 국가에 기여하겠다"

한창균 책임연구원은 리베로로 통한다. 늘 이리 번쩍 저리 번쩍 옮겨다니며 혼자 몫 이상의 성과를 이뤄내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대기업 제약회사에서 천연물 신약 관련 연구를 주도, 그 성과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으며, 한의학연에 오기 전까지는 경희대학교 한방재료가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교수로 재직했을 때의 그는 학생들에게 어려운 스승이었다. 우선 레포트 주제가 범상치 않았다. 생물학을 가르쳤던 그는 한방재료가공학과 학생들에게 생물학과 전공의 융복합방안에 대해 서술하라는 식의 문제를 내 학생들을 당황시켰다. 전문가들도 쉽게 풀이할 수 없는 문제였다. 융합이 대세인 이 시대에 던져진 질문이기도 했다.

"학교에서 절 부른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학생들이 필드에서 써먹을 수 있는 것을 가르치라는 뜻이었습니다. 그 나이 대의 학생들이 고민하지 않고 인터넷 상에 올라와 있는 정보들을 짜깁기해 레포트를 작성하는 것 보다 그들의 머리 속에서 나오는 생각을 듣고 싶었죠. 그래도 상당히 성과는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머리가 말랑 말랑한 학생들이라서 그런지 창의적인 생각이 많이 나왔죠. 제게도 뜻 깊었던 도전이었습니다."

이런 그가 한의학연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가슴에 품은 큰 뜻을 실현시키고 싶어서였다. 한 박사는 "자기만족이 아닌 국가적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생각해왔고, 또 기여를 하고 싶었다"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경쟁력있는 글로벌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분야가 전통의학 쪽이다. 그런 면에서 한의학연은 인프라를 고루 갖춘 곳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의학연에서 처방에 대해 과학적 검증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 자료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그동안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좋은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한다면 경쟁력있는 제품을 개발해 낼 수 있을 것 같다.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왠지 느낌이 좋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대기업에서 교수로 자리를 옮길 때도 연봉이 반으로 깎였었다. 교수에서 출연연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기자 또 연봉은 감액됐다. 그래도 그는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돈은 전혀 상관없다는 한 박사는 "가시적으로 누구에게 무엇을 보여주려고 사는 것 자체는 의미가 없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일하는 사람들과 보람을 함께 느끼는 것이다. 공통적인 것을 추구하고, 추구했던 것이 이뤄졌을 때 느낄 수 있는 쾌감은 상상이상의 즐거움을 준다"고 말했다.

천연물 신약이 주 전공인 그는 현재 연구정책팀에 배정돼 있다. 한의학연이 수행해왔고, 수행하게 될 여러 과제를 탐색하는 게 현재 그의 일이다.

그는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연구를 해야 할지 방향을 잡을 계획이다"며 "이후 과제 기획을 해서 연구 부서 쪽으로 옮길 예정이다. 박힌 틀 안에서가 아니라 자유롭게 이것 저것 다 해 볼 생각이다. 진정한 융합연구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유수성 선임연구원 "기초연구하고 싶어 출연연 선택"

유수성 선임연구원.
유수성 선임연구원.
의사인 유수성 선임연구원이 한의학연을 선택한 이유는 '기초연구'가 좋아서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대학원에서 면역학을 전공한 그는 해결책이 뚜렷하지 않은 자가면역질환에 대해 관심이 많다.

"아들이 아토피가 심한데요. 대전대학교 한의대병원에 갔더니 고기를 다 끊으라고 하더라고요. 그걸 하고 나서는 좋아졌어요. 서양 의학에서는 먹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거든요. 아토피 같은 면역 질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의학의 강점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실 임상의로의 길도 매력있었다. 의대 생화학교실에서 1년 정도 임상의 경험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의 길은 기초연구 쪽이었다. 유 선임은 "임상의도 좋지만, 기초연구가 재미있다"며 "연구를 진행하다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그것을 해결했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이 좋다"고 말했다.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하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유 선임. 양방 의사로 처음 한의학연에 발을 디뎠을 때 다들 걱정이 많았다고. 그는 "아무래도 첫 사레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있다"고 토로했다. 자신이 잘돼야 그 다음 사람이 관심을 갖고 한의학연 문을 두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선임은 "한의사와 의사는 시작이 다르다. 같은 환자를 보더라도 보는 관점이 다르다. 그래서 둘의 시너지가 필요한 것이다"며 "들어온 지 2주 됐는데 아직까지 연구원 내 한의사 분들과 이야기하는 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서로가 갖고 있는 의학적 지식을 공유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양방 의사를 채용하기 위해 수없이 공고를 냈지만 실패했던 한의학연은 이번 채용으로 본격적인 융합 연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승훈 한의학연 원장은 "이번 채용은 학문·기술 간의 벽을 넘어 융합 연구 활성화를 앞당기는데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의학연은 동·서양의학뿐만 아니라 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 간의 융합 연구를 촉진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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