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DNA를 키우자 ⑭]콜마비앤에이치 선바이오텍 사업부
김치봉 대표 "3년 내 연구소기업 최초 코스닥 상장하겠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화장품 업체인 한국콜마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선바이오텍(현 콜마비앤에이치 선바이오텍 사업부)은 대덕연구개발특구 최초의 연구소기업이다.

선바이오텍은 원자력연구원으로부터 방사선 기술을 이용한 '항암치료 보조식품 제조기술'과 '나노기술을 이용한 화장품 제조기술' 등 2개 기술을 출자 받아 설립됐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술력과 민간기업의 경영 노하우가 접목된 새로운 형태의 기업모델인 셈이다. 특히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선 이용기술 출자를 통해 설립됐다는 점에서 창업 당시부터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선바이오텍은 해마다 괄목할만한 매출성장을 기록하는 등 출연연 기술사업화의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술력과 경영노하우 접목

그동안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주요 역할 및 임무는 민간부문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연구개발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 국가과학기술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포커스가 맞춰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R&D연구개발로 얻어진 성과물의 본격 상용화를 통해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산·학·연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연구소기업'이다.

연구소기업이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 등을 출자해 민간과 공동으로 설립한 기업을 뜻한다. 출연연이 개발한 기술의 사업화가 주 목적으로 설립 후 3년간 소득·법인세 감면, 취득·등록세 면제, 7년간 재산세 100% 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받는다.

최근 이 같은 연구소기업 중 해마다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출연연 기술사업화의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업체가 관련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국내 1호 연구소기업 선바이오텍이다.

선바이오텍은 화장품 및 의약품 전문 제조업체인 한국콜마가 51%의 자본을 투자하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연구개발로 얻은 기술을 자본으로 환산해 지분의 38.8%를 투자해서 지난 2004년 설립된 회사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보유한 '항암치료 보조식품 제조기술'과 '나노기술을 이용한 화장품 제조기술' 등 방사선 이용기술을 생명공학기술(BT) 및 나노기술(NT) 등과 접목해 건강식품, 소재, 화장품 사업을 추진한 것.

설립 당시는 연구소기업이라는 제도가 없었지만 지난 2005년 7월말 시행된 대덕특구연구개발법에 따라 2006년 3월 국내 1호 연구소기업으로 지정됐다.

김치봉 선바이오텍 대표는 기업의 영업력, 마케팅력과 정부출연 연구소의 축적된 연구개발 능력을 함께 활용하는 연구소기업의 성공 신화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이다.

공학도 출신인 김 대표는 한국콜마 연구소장으로 화장품 소재 개발을 주도하다 선바이오텍을 맡아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선바이오텍의 설립 배경에 대해 김 대표는 "이미 다른 곳에서 시작한 아이템으로서는 차별성이 없다"면서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선 이용 고순도 정제기술을 공동 개발하다가 성공 가능성에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바이오텍 설립에 핵심적 역할을 한 기술출자제도는 기존 단순기술이전 방식에서 탈피해 연구소가 연구 성과물의 산업화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산업적 활용성과 실용화 성공률을 제고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전제도"라고 설명했다.

이 제도는 이전된 기술에 대한 개량기술의 연구개발을 병행할 수 있는 장점과 기술출자로 발생되는 수익을 연구개발 재투자비 및 연구원 인센티브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 연구원들의 동기부여를 통한 연구 성과물의 질적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는 평가다.

연구소기업만이 갖는 장점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식약청으로부터 '헤모힘(HemoHIM)'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증 받는 과정에서 일반 벤처기업이라면 기술이나 비용 등에서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지만, 원자력연과 해당 연구자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선바이오텍은 설립 후 3년 동안 100%, 이후 2년 50%의 법인세 감면혜택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 특히 김 대표는 이후에 설립된 후발 연구소기업들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대해 앞장서왔다.

정부는 법률 개정을 통해 연구소기업들이 본격적인 영업이익이 발생한 후부터 법인세 감면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연구소기업에게 주어지는 세제 혜택 같은 제도적 지원이 그리 크지 않을지 몰라도 연구소기업으로 누리는 무형의 효과는 결코 적지 않다"면서 "이제는 연구소기업이 실질적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면역력 증강 효과 식약청 인증

선바이오텍 생산 공장에서 생산된 헤모힘을 포장하고 있다.
선바이오텍 생산 공장에서 생산된 헤모힘을 포장하고 있다.

선바이오텍의 주요 생산품은 이전받은 기술을 토대로 면역증강 건강기능식품 헤모힘과 기능성 화장품, 화장품 소재 등 3가지. 항암치료 보조식품과 나노기술을 이용한 화장품 관련 특허기술 등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원천기술 2종이 선바이오텍의 근간이다.

특히 대표상품인 생약복합제 헤모힘은 면역기능 개선 효능 부문에서 국내 최초로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인정을 받음에 따라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헤모힘은 면역강화 효능이 있는 물질로 항암치료 중인 환자의 경우 암세포와 함께 면역체계도 함께 손상되는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주는 건강기능식품이다.

김 대표는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선 이용기술은 기초기술이다 보니까 정식 제품화를 하는데는 약 3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면서 "사업 초기에는 매우 어려웠고 헤모힘의 허가를 받기가 힘들어 사실상 존폐의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스스로 "맨바닥에 멍석을 만들어 깐 것"이라고 표현할 만큼 선구적으로 연구소기업의 전형을 만든 선바이오텍은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을 주력 제품으로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또 미백 및 항균화장품도 헤모힘에 이어 선바이오텍의 매출 효자제품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노블티는 일반 화장품과는 달리 천연물질에 방사선을 노출시켜 불순물과 냄새를 제거한 고순도 정제방식을 통해 개발된 것으로 화장품 입자가 나노 수준에 불과해 피부 흡수력이 뛰어나 미용효과에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방사선과 나노, 생명공학, 다중캡슐화 기술이 융합된 기능성 나노화장품 아톰미(여성6종 바디4종), 뷰티 타임 등은 피부 미백과 항산화, 주름 제거 및 향균효과 등의 생리 효능이 탁월한 천연물 소재 화장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 대표는 "벤처기업이라 독자적인 유통체계보다는 원료물질을 OEM으로 공급하는 비중이 크며, 현재 '애터미'라는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선바이오텍은 앞으로 개별인정형 건강식품과 일반의약품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이들 제품을 전문의약품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원자력연구소의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화장품 제조기술의 노하우와 탄탄한 유통망을 갖고 있는 한국콜마를 적극 활용해 기술과 자본, 마케팅 등을 아웃소싱 해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정부출연연구원과 학교 등을 찾아 숨어있는 기술, 돈이 될 만한 기술을 발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피부미용과 비만, 당뇨에 좋은 뷰티식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원자력연구원과도 추가로 특허기술 이전 을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 중에는 민간에 이전됐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아까운 기술들이 많다"며 "앞으로도 우수한 기술을 이전받아 제품화함으로써 회사의 성장동력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지속적인 기업 성장을 위해서는 초기에 확보된 기술에만 의존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술력

헤모힘 원료생산 설비(5톤 2기, 3톤 2기).
헤모힘 원료생산 설비(5톤 2기, 3톤 2기).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 따르면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19개 연구소기업들의 지난 2011년 매출액은 총 71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430억 원 대비 65% 이상 증가한 것으로서 지난 2006년 12억 원을 시작으로 2007년 57억, 2008년 149억, 2009년 283억 등 매년 괄목할만한 매출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선바이오텍은 지난 2006년 13억 원에서 2007년 38억 원으로 3배 가깝게 매출이 신장됐으며, 2010년에는 연 매출 300억 원, 2011년 520억 원 이상을 달성했다. 특히 2012년에는 전년대비 약 50% 이상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선바이오텍의 초고속 성장에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시장의 성공적인 진출이 뒷받침하고 있다. 선바이오텍은 이미 2010년 200만 달러 규모의 헤모힘과 고순도 화장품 아톰미를 미주시장에 수출하는 데 성공하는 등 해외시장에서의 성장의 고삐를 더욱 당기고 있다. 또한 미주시장 진출을 기반으로 중국·베트남·일본 등 아시아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특히 해외수출의 경우 2012년 약 400만 달러를 달성했다"면서 "일본, 미국, 캐나다,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건강식품 관련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직원이 35여명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선바이오텍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먼저 정부출연연구원의 우수한 기술과 이를 제품화해 생산하는 기술, 마케팅 능력 등 세 개의 축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이를 제품화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전략적 승부수가 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바이오텍은 이 같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내외적으로 크게 인정받고 있다. 헤모힘의 경우 2004년 미국 식품의약청(FDA) 검사에서도 농약, 중금속 등 독성물질이 검출되지 않아 안전성을 입증 받았다. 뿐만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증 받았고 미국과 영국에서 각각 특허를 취득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선바이오텍의 우수 신기술이 글로벌 시장조사 및 컨설팅 전문기관인 '프로스트 앤 설리번(Frost & Sullivan)'시장보고서에 게재되는 성과를 올렸다. 이 시장보고서에 게재된 내용은 선바이오텍의 면역력 증진 천연생약복합조성물과 고순도 천연신소재 원료 개발기술이다.

이번 성과는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대덕비즈니스정보센터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유망 기술을 선정, 선바이오텍의 두 가지 대표기술을 추천해 관련 전문가들의 기술에 대한 심도있는 평가를 거쳐 등재됐다. 이를 통해 선바이오텍은 글로벌 100대 기업을 주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는 프로스트 앤 설리번의 고객사들에게 기술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선바이오텍이 그리는 향후 청사진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2012년 선바이오텍은 유기농 기능성 제품 제조회사인 한국푸디팜을 인수 합병해서 올해 초 사명을 콜마B&H로 변경했다"면서 "향후 3년 이내에 IPO를 신청해 연구소기업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봤을때 연구소기업들의 매출이 매년 대폭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선바이오텍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성과는 찾기 힘들다"면서 "연구소기업들의 초기 애로사항과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과 기술을 출자한 연구소와의 유기적인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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