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한림원, 9일 '과기원로 역할 의무' 원탁토론회 개최
"올바른 과기정책 수립위해 현장 목소리 전달 중심 잡아줘야"

지난 4월 19일 개최된 '과학기술인·정보통신인 한마음대회' 모습. 과학계 원로들이 대통령 주변에 앉아있는 것을 볼 수있다.
지난 4월 19일 개최된 '과학기술인·정보통신인 한마음대회' 모습. 과학계 원로들이 대통령 주변에 앉아있는 것을 볼 수있다.

"지난 4월 19일 개최된 '과학기술인·정보통신인 한마음대회' 사진입니다. 과학계 원로들이 앞자리에 있는 것 보이시죠. 이 모습에서 우리는 원로들이 과학계 리더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원로들은 스스로 리더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정부는 그런 자리를 만든 적이 있나요. 없습니다. 스스로의 위치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과학계 발전을 위한 고민을 원로들이 계속 해주셔야합니다".

이원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과학기술계 원로역할에 일침을 날렸다. 정부가 과학기술을 국정중심에 세운 가운데 과기계 원로가 올바른 과기정책이 수립되도록 현장과 소통하며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지난 9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박성현)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제70회 한림원탁토론회(과기중심사회를 위한 과기원로의 역할과 의무)'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를 가진 이원근 조사관은 박근혜 정부의 과학기술 중심 국정운영은 기회이자 위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공계 출신 대통령이 선출되면서 과학기술계에 기회가 왔다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우리가 이 기회를 마냥 기뻐하고 있어선 안 된다. 과학계에 너무 많은 과제가 주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과거 과기계가 열심히 연구실적을 내는 것에 몰두했다면 앞으로는 과기계가 연구실적과 더불어 경제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야하는 미션을 부여 받았다. 갑자기 미션이 많아지다 보니 현장은 매우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는 과학계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이 조사관은 "과학기술 중심으로 창조경제를 한다고 이야기하며 몇 조를 과기계에 투자했는데 5년 후 성과가 없다면 이것은 대통령 잘못인가. 아니다. 비난을 받는 것은 과학계가 될 것"이라며 과학계가 창조경제를 할 수있는지 없는지 의견을 모아 전달해야하는 등 과기계가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과기계 쇄신에 원로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과학기술인·정보통신인 한마음대회' 행사처럼 늘 앞자리에서 대통령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원로들이기에 젊은 과학자들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 현장의 목소리를 바로바로 전달해 줘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운데서 현장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다. 세미나에 꾸준히 오시는 분들 있는데 앞에만 앉아있지 마시고 젊은 사람들과 동석해 의견을 나누는 '소통과 융합을 위한 중심'에 원로들이 있어야한다"면서 "우리나라에 현대과학이 들어온 지 47년이 됐다. 곧 반세기를 앞두고 있는 만큼 3년 뒤 현실적으로 과학기술계가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 원로들이 스스로 위치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계속 고민해 달라"고 부탁했다.

◆ "정부지원으로 움직이니 눈치 보인다?…"원로들 용기내야"

이원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과학기술계 발전을 위해 과기원로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원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과학기술계 발전을 위해 과기원로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조사관은 한림원의 역할에도 변화를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기관 NAS(U.S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Charter)가 한림원 설립목적과 유사한 곳이다.

이 기관은 정부의 지원(약 70% 지원)을 통해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립성 ▲객관성 ▲밸런스를 갖고 있다. 일례로 NAS가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21세기 최선진국방안 정책보고서'를 발간했는데, 2006년 미 의회 법안마련→사업인준 등을 거쳐 부시 정부에서 예산확보를 통해 사업이 수행됐으며 오바마 정부에서도 이를 이어받아 사업이 진행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원로에게 입법과정을 요청하지도, 과학자들이 요청해달라고 요구하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정책입법과정에서 과기계는 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그냥 따라만 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조사관은 "지난 법률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원로에게 의견을 달라는 연락이 온 적이 있는가. 없다. 원로들과 입법도 하고 관련 자료를 상시 읽게 해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림원도 독립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다는 설립목적을 갖고 있지만 정부에서 지원받기 때문에 객관성과 중립성,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한다"며 "NAS와 같이 용기를 내서 독립성 등을 확보해야한다. 한림원을 포함한 원로들의 생각이 바뀌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과학정책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따끔하게 한마디 해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힘도 원로에게 있다. 개개인이 할 수 없다면 함께 모여 중지를 모아 현실적인 변화를 이끌어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인규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림원의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내보내지만 정책에 도입된 적이 없다. 허공에 외치는 메아리 같다"며 "한림원 연장자를 중심으로 조직을 만들고 브레인스토밍과 토론을 통해 국가정책에 맞는 안을 제시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성우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위원장(생명연 연구원)은 "정부가 자율적·안정적·창의적 연구환경을 구축해야겠다고 이야기하나 사실 잘 되고있지 않다"면서 "출연연에서 필요한 개혁을 현장연구자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과학계 원로들과 동반해 노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영완 한국과학기자협회 부회장은 "원로들이 각 분야에서 연구하다 은퇴하신만큼 광우병, 구제역, 원전문제 등 사회현안을 과학기술계로 풀 수 있도록 큰 그림을 그리는 등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원근 조사관은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 연구원을 지냈고, 한국과학문화재단을 거쳐 한국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으로 과학문화 관련 정책연구와 활동을 해왔다. 이후 한국과학기술평론가협회 사무총장 및 방송인으로서 과학방송활동을 해왔으며 국내 최초 과학극단 '키스'를 설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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