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홍 미래수석 2일 대덕서 기관장 간담회…임무·역할 재정립 강조
ETRI·생명연 등 연구현장 방문 "출연연, 민간분야 못하는 것 고민해야"

2일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실 일행이 KAIST를 방문했다. 영빈관에서 기관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2일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실 일행이 KAIST를 방문했다. 영빈관에서 기관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엔 청와대다.

지난 달 23일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 수뇌부가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총출동한데 이어 2일에는 최순홍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을 비롯해 장진규 과학기술비서관, 김용수 정보방송통신비서관, 함진호 선임행정관 등이 특구를 찾았다.

최순홍 수석은 2일 KAIST(한국과학기술원)를 방문, 창조경제 실현의 첨병 역할을 할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들과 만나 출연연 발전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그는 31명의 기관장들이 모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탄탄한 과학기술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 곳에서 키워낸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한편, 유명한 과학자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100년은 문제없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수석이 이날 특구를 찾은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첨병으로서 대덕연구개발특구가 과연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있는지에 대한 의문에 답을 듣기위해서였다.

그는 "미국은 전체 R&D예산 150조원을 공공R&D에 쓰고 그 중 5조원은 자유롭게 쓰는 편"이라고 말한 뒤, "우리나라는 현재 과학기술 예산으로 17조원을 쓰고 있다. 잘 쓰고 있는지 의문이다. 다양한 연구를 하는 편이 좋은지, 아니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위기의식을 고취시켰다.

이같은 최 수석의 발언은 미래전략수석실이 한국의 10년 미래 먹거리를 챙길 새 정부의 신설 전략 조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군다나 미래전략수석실이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정보통신기술과 과학기술 등의 국정 과제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게 된 만큼 출연연 역할론에 대한 수뇌부의 논의는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출연연을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내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새정부 들어 창조경제가 화두가 되면서 출연연의 역할과 위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국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창조경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데 출연연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문길주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은 "출연연은 사회적 이슈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때도 해결하지 못했다"며 "성공할 수 있는 연구만 하는 게 아니라 목적지향적인 일을 해야 한다. 사회 이슈형 문제 해결을 통해 출연연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흥남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도 출연연의 미션 재정립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와 프라운호퍼 연구소를 설명하며 출연연 고유의 특색있는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와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각광받는 이유는 그 자체의 미션을 잘 살려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기초과학, 프라운호퍼는 산업기술을 연구해 히든 챔피언이 육성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출연연도 각각의 미션에 적합한 연구를 진행해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장호남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은 경쟁 시스템을 꼬집었다. 그는 "출연연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기업과 대학 간의 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출연연은 대학과 기업에서 하지 못하는 연구를 해야 한다. 하고 싶어도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아 못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필요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실 일행이 생명연, ETRI 등을 방문해 연구현황 등 발전방향을 청취했다.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실 일행이 생명연, ETRI 등을 방문해 연구현황 등 발전방향을 청취했다.

◆ 생명연·ETRI 등 연구현장 방문 "선택과 집중·출연연간 협업을"

이날 최 수석은 KAIST에서 기관장 간담회에 이어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ETRI 등을 방문, 연구원 역할에 대한 '선택과 집중'과 '출연연 간의 협업'을 주문했다.

생명연에서 최 수석은 "연구자들이 모든 분야를 연구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주요 분야를 선택해 연구원의 전략 연구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연구원이 하지 못하는 연구는 대학 등에서 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장기적인 연구 방향을 설정해 꾸준히 실천해 나가면 큰 성과를 얻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부처 간의 협업이 필요하다면 청와대가 도울 수 있다"며 "인문 관련 연구소와 과학 연구소가 같이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 사회 문제를 같이 풀 수 있는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오태광 원장은 "출연연 간 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창조경제 지원을 위한 예산 및 정규직 T/O도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바이오경제 시대를 대비해 생명공학육성법이 개정돼야 한다. 산학연 주체 간 명확한 역학 분담이 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비 지원 방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TRI에서 최 수석은 "정부가 주도적인 경제 체제하에서는 출연연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민간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ETRI는 공공에서 출자한 연구소인 만큼 민간에서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ETRI와 민간이 상호보완성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중소기업을 도울 수 있는 기술 개발을 통해 중소기업 지원에도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흥남 원장은 "ETRI는 ICT 기반 창조경제 구현을 통해 국민행복시대 견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국가성장동력 창출, 사회현안 해결,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의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연구원들의 숙원은 안정된 인건비 확대에 있다"며 "인건비가 안정적으로 확보되면 중소기업 지원, 창의적 연구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건의했다.

한편 최 수석은 연구현장 시찰에 이어 저녁에 도식락을 먹으며 '젊은 인재와 대화의 시간'을 보냈다.

연구기관 기관장 오찬 간담회에는 ▲기초기술연구회 ▲K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국가핵융합연구소 ▲녹색기술센터 ▲산업기술연구회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재료연구소 ▲세계김치연구소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안전성평가연구소 ▲KAIST(한국과학기술원)▲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IBS(기초과학연구원)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등 31개 기관 대표가 참석했다.

정봉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융복합연구소장(왼쪽)이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실 일행에게 혈당기 등 연구 성과물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봉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융복합연구소장(왼쪽)이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실 일행에게 혈당기 등 연구 성과물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순홍 수석이 ETRI가 개발한 휴대형 자동통역 시스템 지니톡을 직접 시연하고 있다.
최순홍 수석이 ETRI가 개발한 휴대형 자동통역 시스템 지니톡을 직접 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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