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DNA를 키우자⑩]新舊 조화와 실력까지 '윙십테크놀로지'
강창구 대표 "군용·수송용·여객용 등 다방면 활용위해 뛸 것"

초고속 선박 분야의 경험이 풍부한 세계적인 전문가 집단인 윙쉽테크놀러지 기술진들.
초고속 선박 분야의 경험이 풍부한 세계적인 전문가 집단인 윙쉽테크놀러지 기술진들.
쾌속으로 바다 위를 나는 배를 타고 부산에서 일본까지 1시간 반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지금이야 가장 빠른 쾌속선을 타도 3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지만 바다 위를 나는 배 '위그선'이 실용화 된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윙쉽테크놀러지'는 세계 어느 나라도 아직 성공하지 못한 위그선(수면비행선박) 상용화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다.

◆연구개발의 열매는 국민에게

"지금 같은 공항의 모습이 자리 잡기 전까지는 항공기 운항도 바다에서 이뤄졌습니다. 고속으로 달리는 것은 공기의 저항이나 물의 저항에 관련된 만큼 항공기술과 조선기술이 상당한 유사점이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윙쉽테크놀러지의 강창구 대표가 가리킨 위그선의 모습은 '바다 위를 나는 배'라는 수식과 달리 항공기의 모습에 가까웠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 위그선을 접하면서 느끼는 의아스러움에 대해 강 대표는 위와 같이 운을 뗐다. 윙쉽크테놀러지가 처음 설립된 것은 대형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실용화 해보자는 정부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2005년 한국해양연구원에서 위그선기술을 연구하던 연구진 13명의 어깨 위에는 그동안 연구개발한 내용을 산업화해서 국민에게 돌려주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해양연이 위그선 기술 연구를 시작한 것은 구소련이 붕괴된 후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국제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러시아의 각종 기술이 도입되면서부터다. 위그선 기술 연구가 무르익자 세계 각국의 연구현황을 살피며 우리나라에 어떤 것이 가장 적합한 기술인지 결정해야 했고 러시아보다는 독일 기술이 우리에게 적합하다는 결론이 났다.

강 대표는 "위그선은 'Wing-in Ground'라는 약자 그대로 수면 위를 달리는 것으로 물과 가까울수록 안정성과 효율이 뛰어난데 당시 러시아보다 독일의 기술이 더 나았다"며 "위그선 개발은 상용화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돈을 떠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계약관계가 굉장히 까다로워 실제 도입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훌륭한 기술진의 하모니

강창구 대표
강창구 대표
위그선은 이미 1969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구소련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돼 실전에 배치되기도 했다. 또 구소련이 붕괴한 이후에는 러시아 뿐 아니라 독일이나 미국·일본·중국 등 여러 국가가 상용화를 추진한 기술이다.

하지만 상용화에 선뜻 나선 곳은 없었다. 중대형 위그선을 상용화하려면 기술력 뿐 아니라 자본력·제도·인프라·자국의 활용 가능성 등 다양한 여건이 성숙해야 한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부족해지면 상용화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윙쉽테크놀러지에서 50인 승 위그선의 운항에 성공하면 세계 첫 상용화 사례가 되는 셈이다.

국내에서 세계 첫 상용화를 목전에 둔 윙쉽테크놀러지 기술력의 비결은 무엇일까.

국내 위그선 연구개발은 1990년대 중반 한국해양연구원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그 동안 1인승, 4인승, 20인승 등 다양한 종류의 시험선을 개발하기도 했다. 윙쉽테크놀러지의 핵심 기술진은 당시 해양연구원의 위그선실용화사업단 소속 연구원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물론 관련된 연구 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고속선과 항공기를 융합시키는 일은 단순히 합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걸 만들어 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 그래서 창의적인 연구자를 중심으로 알음알음 회사를 꾸려나갔다.

강 대표는 "사실 항공이나 조선분야는 굉장히 전문적인 분야인데 고학력의 유능한 인재를 중소기업으로 유치하는 건 어려웠다"며 "특례 보충역 제도 덕분에 젊고 창의적인 나이의 인력을 쓸 수 있어 어렵게나마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생산인력은 윙쉽테크놀러지 제2의 기지라고 할 수 있는 군산지역에서 해결했다. 군산은 현대중공업이 미리 자리 잡고 있어 조선 산업과 관련한 인프라가 잘 구축돼있었고 군산 군장대학교도 많은 도움이 됐다. 회사 입장에서도 군산 지역의 고용이나 첨단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보람이 있다.

특히 국내 알루미늄 고속선 분야의 산 역사로 불리는 박경희 군산조선소장도 회사에 합류했다. 이런 각각의 인력들이 잘 결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결국 상용 위그선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낸 것.

강 대표는 "위그선 뿐 아니라 초고속 선박 분야의 경험이 풍부한 세계적인 전문가 집단이라고 자부한다"며 "위그선 분야로 한정 짓자면 20여 명의 기술진은 세계 최대 규모의 조직"이라고 말했다.

◆행운의 투자 발판삼아 상용화로 전진

하지만 앞서 말했듯 우수한 연구진만으로 상용화의 벽을 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사업인 만큼 각종 법령이나 규제에 따른 어려움도 있기 때문이다.

위그선이 익숙치 않은 개념이다 보니 사업적으로 부딪히는 모든 사람에게 새롭게 설명해야 하는 게 첫 번째 과제였다. 또 생산기지나 설비, 원자재 등에 비용이 많이 들지만 생소한 기술에 선뜻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한 번에 완성된 위그선을 떡 하니 내놓으면 좋겠지만 사소한 문제라도 생기면 다 뜯어서 다시 제작해야 하고 배나 항공기 만드는 게 사람 손을 많이 거치는 일이다보니 재제작은 곧 만만치 않은 제작비로 직결됐다.

지난 2011년 군산에서 진수된 50인 승급 위그선만 해도 수차례의 재제작을 거쳐 탄생했다. 강 대표는 "사실 2010년 초반만 해도 위그선과 관련된 규정이나 제도가 전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며 "위그선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아 관계 기관을 찾아다니며 수백 번의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노력을 들여야 했다"고 회상했다.

다행히 2009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서 2년 동안 특구기술사업화사업에 참여해 40억여 원을 지원받았다. 지원 규모가 상당히 큰 데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연구개발 사업을 수행한다는 배경을 바탕으로 군산 자유무역지역에 정부 소유 부지도 임대 받을 수 있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지원이 윙쉽테크놀러지 성장의 씨앗이 돼준 셈이다.

위그선 선체 검사 모습.
위그선 선체 검사 모습.

◆세계 최초 상용화 뒤에는

아무리 우수한 연구진이라도 위그선 개발을 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2012년 4월에는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완성된 위그선에서 불이 나 완제품을 새로 제작해야 하는 일도 벌어졌다.

구명조끼와 비상용 조명탄을 실어뒀는데 화약류의 조명탄에서 불이 났는지 스티로폼 구명조끼를 태우며 불길이 커졌다. 결국 다시 배를 만들어야 했는데 자연히 상용화 시점도 6개월가량 지연됐다. 상용화를 앞두고 기쁨에 차있던 직원들에게는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있는 일이다.

정부와 기업의 투자금이 500억 원 가까이 투입됐으니 프로젝트에 참가한 연구진의 어깨도 덩달아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지만 직원들은 확신을 갖고 이를 악물었다. 이런 노력 끝에 현재 윙쉽테크놀러지의 위그선은 파도가 치는 부분으로부터 50cm 정도 물 위에 떠서 운항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섰다.

위그선은 수면에 가깝게 운항하면서 수면과 위그선 밑바닥 사이의 공기를 쿠션삼아 저항을 줄이고 가속하는 방식이다. 이론상으로는 1mm만 떠있으면 최고의 효율을 보이겠지만 실제 수면의 흐름을 감안하면 50cm 수준이 최적이라고 결론 났다. 현재 제작한 모델의 최고 운항 속도는 150km/h 정도.

드디어 올해 2013년 말 군산의 비응항에서 위도나 어청도까지 50인승 규모의 위그선으로 상업 운항을 시작할 계획이다.

◆전인미답의 위그선 상용화, 안전성 확보 최우선

운항사업 진출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우선 회사를 모기업인 윙쉽테크놀러지를 바탕으로 군산에 생산법인인 윙쉽중공업과 운항회사인 오션익스프레스 등 3개로 꾸렸다. 운항 사업에 필요한 면허를 갖는데도 애를 먹었다. 위그선을 댈 수 있는 접안시설을 군산과 제주에 다 갖춰야 했고 안전성인증을 받는 것도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우선 2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로이드 선급과 계약을 맺었다. 설계단계부터 조립, 시운전에 이르기까지 안전인증을 받은 것. 강 대표는 위그선이 항공기보다도 안전성이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초기 군사목적으로 개발된 만큼 고성능 레이더부터 전방의 선박이나 해상물체를 감시하기 위한 자동식별 장치, 안개나 야간 운항을 대비한 적외선 감시 장비까지 첨단 안전장치가 다 갖췄다.

항공기를 타면 이륙할 때 기체가 뒤로 기울어지면서 순간 이용객에게 불안감을 주는데 위그선은 거의 수면에 평행하게 운행하기 때문에 물에 떴다는 것도 창밖을 봐야 겨우 눈치 챌 정도라고 한다. 안전하면서도 멀미 없고, 쾌적한 승선감이 위그선만의 매력이라는 것.

강 대표는 "위그선은 수면 가까이 붙어서 운항하는 만큼 추락 위험도 없고 항공기보다 안전한 운송수단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막연하게 낯설다는 이유 때문에 또는 잘 몰라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군용으로 시작해 고급 레저용까지 노린다?

2013년은 윙쉽테크놀러지에 특히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되는 해다.

올 하반기 자체 상업 운항을 시작할 계획 외에도 방위사업청과 군사용 수면비행선박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위그선은 원래 러시아말로 '장막이 쳐진 항공기'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지구는 둥글다. 곡률반경 때문에 바다에서는 30-40km 앞 수평선 너머 물체를 잘 볼 수 없다. 시각적으로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파도의 방해를 받아 레이더도 산란되기 쉽다. 반면 위그선은 초고속이기 때문에 30-40km쯤이야 순식간에 접근할 수 있다. 그만큼 위력적인 셈이다.

해외 수출과 관련해서는 삼성물산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우선 클라이언트 50여 곳과 협의 중이다. 해상강국인 그리스나 유럽을 비롯해 미국, 동남아시아, 중국까지 수송용부터 여객용, 레저용 등 다양한 국가, 다양한 목적의 클라이언트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예상 외로 레저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윙쉽테크놀러지의 제품 기술력 등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동영상까지 공개하고 있는데 옛날처럼 쫓아다니면서 마케팅하지 않아도 고객으로부터 문의가 줄을 잇는다. 그중에도 흔히 1000억 원 이상을 호가하는 요트를 지칭하는 '슈퍼요트' 협회나 거부들이 부의 상징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다. 위그선은 하나의 툴을 제공할 뿐 용도는 무궁무진하기 때문. 내부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개조해 요트처럼 쓰거나 상부를 변신시켜 레저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강 대표는 "싱가포르 슈퍼요트 협회장이 우리 위그선을 보더니 '이게 바로 슈퍼요트'라며 감탄한 적 있다"며 "심지어 중동의 한 부호로부터 혹시 위그선의 외피를 금으로 덮어 줄 수 있냐는 문의가 오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우선은 완전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혁신가 기질을 가진 사람이 우리의 첫 고객이 될 것"이라며 "사치라고만 볼 수 없는 것이 다행스럽게도 3년 정도 운행하면 배 값을 찾고도 남을 만큼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운송수단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배 값 자체가 기존 고속선의 1/3 수준 밖에 안 되는 데다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채택하는 첨단 기술이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 등을 고려하면 3년 안에 배 값을 벌고도 남는 다는 계산이다.

50인승 위그선 내부 조종석.
50인승 위그선 내부 조종석.

◆앞으로는...

상업화 첫 발을 내디딘 기업에게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첫 번째 목표는 현재 50인승 규모를 최대 350인승 규모까지 늘리는 것이다. 항공기처럼 생긴 위그선은 본체 내부에 좌석을 얹히면 여객용으로, 항공 컨테이너를 실으면 화물용으로 쓸 수 있다. 개발 초기 화물수송량 목표를 100톤 급으로 정했는데 그만한 수요가 아직 없다는 판단에 우선 40톤 급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미 설계는 끝나 기본적인 기술은 완성된 만큼 향후 꾸준한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술을 향상시켜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강 대표는 "지금은 첫 계약을 맺은 군사용 수면비행선박 개발에 모든 노력을 집중하는 게 우선"이라며 "마치 모터에 시동을 걸어주면 부드럽게 돌아가듯이 초기의 한 건 계약을 잘 마치면 이후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것은 30여 년 간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몸을 담았다 창업의 길에 뛰어든 만큼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 정신으로 독자적인 첨단 선박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미개척 분야에 대한 열정을 갖고 도전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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