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필화 성대경영대학원장, 대덕 벤처기업인 대상 강연
독일 강소기업 분석 "글로벌화 도전·기회 잘 이해해야"

히든챔피언 전문가인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학장이 28일 대전상장사협의회의 초청으로 대덕을 찾았다.
히든챔피언 전문가인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학장이 28일 대전상장사협의회의 초청으로 대덕을 찾았다.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각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강소기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독일은 모두 1307개의 히든챔피언 중소기업이 자국 수출의 70%를 책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히든챔피언은 23개.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히든챔피언이 나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한국마케팅학회장을 역임한 유필화 교수는 두 가지를 강조했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글로벌화'와 핵심사업분야의 리더가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가 그것이다. 

대전 지역 기술벤처들의 교류기구인 대전상장사협의회(회장 이익우)는 지난 28일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학장을 초청, UST 사이언스홀에서 정기모임을 개최했다.

유 교수는 새 정부의 강력한 중소기업 육성 드라이브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책 '히든챔피언'의 감수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몸담고 있는 성균관대 경영대학원은 올해 1월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100대 경영전문대학원(MBA) 순위에서 국내 최고순위인 51위를 차지했다.

유필화 성대 경영대학원장.
유필화 성대 경영대학원장.
유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독일의 성공사례를 소개하며 "대덕의 벤처기업이 히든챔피언이 위해서는 글로벌화와 핵심사업에 집중하는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경제의 재도약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독일은 1인당 수출액이 약 1만8000달러로 해당 분야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세계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지만 이를 전체인구수로 환산한 1인당 수출액은 1415달러에 불과하다(2011년 기준). 한국도 전체수출 규모에서는 6~10위권을 맴돌고 있지만 1인당 수출액에서는 1만달러가 넘어 선진국인 영국, 프랑스, 일본보다 앞서고 있다.

유 교수는 "독일이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문화적으로도 우리의 좋은 역할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점은 대기업이 아니라 강소기업 위주로 짜여진 경제체제다. 그는 "10대 대기업이 수출액 대부분을 감당하는 우리나라는 노키아의 부진으로 나라 전체가 휘청거린 핀란드처럼 될 수 있다"며 중소기업 중심 경제체제로의 변화를 주장했다. 
 
유 교수는 "독일의 2조달러 수출액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라며 "벤츠, 아우디 등의 자동차회사와 전기전자기업 지멘스, 화학회사인 바스프와 바이엘, 미디어회사 베텔즈만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수출액을 히든챔피언들이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 수출의 70%인 1조3000억달러를 히든챔피언이 차지하고 있다"며 "이들 일류 중소기업들이 매년 10%의 성장세를 지속하며 10만개의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독일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혁혁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가 분석한 독일 히든챔피언의 성공비결은 전문성에서 비롯된 '혁신'과 세계시장 석권의 '야심'으로 요약된다.

2010년 유럽특허사무소에 출원된 특허수를 인국 100만명당으로 나눠보면 독일의 특허수는 압도적이다. 포르투갈과 그리스 등은 국가 전체 출원 특허수가 독일의 한 개 회사의 일개 사업부가 출원한 수보다 적다.  

유 교수는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의 연구소를 가보면 뜻밖에도 놀라울 만큼 초라하다. 장비도 사람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중소기업들이 이런 환경에서도 30% 이상의 마진율을 기록하는 기술혁신이 가능한 이유로 7.3%의 낮은 이직율에서 비롯되는 전문성과 노하우의 계승을 꼽았다. 미국의 평균 이직율은 30.6%이다.

유 교수는 "독일 히든챔피언이 큰 돈을 들이지 않고 혁신을 거듭하는 큰 힘은 역시 사람"이라며 대기업의 평균 특허출원비용이 370만달러인 반면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들이 72만달러로 특허를 만들어내는 상황을 소개했다. 근로자 1천명당 31개인 히든챔피언의 특허출원수 역시 대기업의 6개에 비해 크게 앞선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도 예산이 아니라 근로자의 지역정주 여건과 전문성 향상에 힘을 기울여야 할 이유"라며 지역별 클러스터의 활성화도 강조했다. 경제·문화적 역량이 수도권에 집중된 한국과 달리 독일은 국토 전역의 경제여건과 기술·지적수준이 비슷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300여개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의 또다른 문화적 배경으로 '큰 야심'도 언급됐다. 유 교수는 독일 히든챔피언들이 공통적으로 전문성에 기반한 세계시장 석권의 목표를 잃지 않는다며, 영어를 하지 못해도 세계적인 기술력과 철저한 전문화에 대한 자신으로 저돌적인 글로벌화에 힘쓰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유 교수는 히든챔피언이 되기 위해 힘쓰는 대덕의 벤처기업들에게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화라는 도전과 기회를 잘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대덕특구와 같이 지역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는 혁신클러스터들이 국내에 더 많아야 한다"며 "히든챔피언 중소기업이 수출을 더 많이 감당하는 방향으로 우리나라의 기업생태계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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