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특강서 '차별화' 강조…'환경·에너지 클러스터' 제안
"대덕이 글로벌 이슈 선점하려면 외국인 이해·고용 늘려라"

이만열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14일 KAIST 다목적홀에서 'KAIST와 한국의 잠재력과 국제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만열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14일 KAIST 다목적홀에서 'KAIST와 한국의 잠재력과 국제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창조경제 전진기지 조성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전을 미래시대 화두로 떠오른 에너지·환경 클러스터로 조성하자는 제안이 나와 주목된다.

KAIST(총장 강성모)는 14일 오후 3시 이만열(Emanuel Pastreich)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초청 특강을 개최했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KAIST와 한국의 굉장한 잠재력과 국제화 기회'로 한국 기업과 대학, 연국소, 정부기관 등에서 근무했던 외국인들의 솔직한 평가와 조언이 담겼다.

14일 KAIST 다목적홀에서 강연하고 있는 이만열 교수.
14일 KAIST 다목적홀에서 강연하고 있는 이만열 교수.
이만열 교수는 "대덕은 실리콘밸리가 아니다. 바이오산업이나 나노소재 등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과 차별화된 것, 그리고 더 나은 것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국제환경·에너지 클러스터 구축을 제안했다. 국적을 막론하고 함께 거주하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의 역사, 문화, 과학기술 등을 설명하면서 "한국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단기간 급성장한 성공 모델이며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많은 나라들이 벤치마킹하는 단계가 됐다"고 평가하고 "또 최근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한국사회 속에 국제화를 녹이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가 진단한 걸림돌은 ▲지나친 민족주의에 따른 폐쇄성 ▲고속성장 유지에 대한 압박 ▲창의성 부족 ▲협업 교육 부족 ▲다문화에 대한 몰이해 등이다.

이는 비단 이 교수 개인적 견해가 아니다. 지난 8년 동안 한국에서 근무한 외국인들이 성공하고 생존하는 과정에서 겪고 느낀 것이다.

그에 따르면 한국 내 많은 대학교들은 국제화를 기치로 외국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 등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은 1980년 1015명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는 8만9537명으로 조사됐다. 30년 간 90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만열 교수는 "많은 외국 유학생들은 한국에서 직장을 잡고 생활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해 돌아가는 이들이 많고 직장을 잡았다 하더라도 대학을 벗어나 생활에서 마주치는 한국인으로부터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면서 "진정한 국제화를 위해서는 다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현재 대덕연구개발특구와 KAIST 등의 시설과 성과를 "대단한 발전"이라고 높이 평가하면서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미래사회 최대 이슈를 선점해 특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융합 못지 않게 외국인들의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만열 교수는 2007년 4월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의 정책특보로 한국에 들어왔다. 이후 생명공학연구원 및 원자력안전기술원 자문관, 우송대학교 교수 겸 아시아연구소장 등을 지냈으며 지금은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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