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기술연구회 소관 10개 출연연 감사결과 6일 발표
나랏돈 213억 나눠갖고 횡령경비로 경마장·노래방도

감사원은 6일 기초기술연구회 산하 출연연들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6일 기초기술연구회 산하 출연연들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2조원의 연구비를 사용하는 기초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소들이 성과는 부실하면서 인원을 부풀려 받은 인건비 213억원을 직원들끼리 나눠갖는 등 기강해이와 도덕불감증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6일 기초기술연구회와 연구회 소관 10개 출연연 등 모두 11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KIST 등은 부당수령한 인건비와 연구비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직원은 거짓으로 제주도 학회와 원전 등지로 출장을 간 것처럼 꾸미고 출장비를 챙겨 근무시간 중에 스크린경마장을 출입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또한 원자력연 등 7개 기관 직원 284명은 유흥주점이나 노래방에서 법인카드로 2억6800만원을 결제했다가 적발됐다.

기초지원연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등은 소속 연구원들이 대가성 대외활동을 하면서도 사전승인을 받지 않거나 출장여비를 중복 수령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기초지원연은 2007∼2011년 연구장비 관련 기술지원 사업 수익 34억3400만원을 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기술지원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은 장비 관련 비용으로만 쓰도록 규정한 국가연구시설장비 관리 표준지침을 무시한 것이다.

KIST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기초기술연구회에 실제보다 36∼50명씩 인원을 늘려 보고하고 더 타낸 인건비 58억원을 직원들 성과급 등으로 부당하게 집행했다.

이처럼 10개 출연연이 예산정원보다 적은 정규직을 운용하면서 인원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챙긴 인건비는 무려 213억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출연연들이 이 돈으로 정부의 인건비 인상률 제한범위를 초과해 연봉을 인상하거나 직원성과급으로 나눠가졌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출연연들은 직접 연구를 수행해야 할 연구원의 90%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등 스스로 경쟁력과 연구역량을 악화시켜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0~30대 정규직 인력의 비중이 점차 감소하고 50대 정규직 인력 비중이 증가하는 등 고령화가 계속되며 국가 전체의 과학기술 발전전략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됐다.

바가지는 안팎에서 다 샜다.

이들 기초기술 분야 출연연의 총 R&D 연구비는 지난 2008년 1조 5천억원에서 2012년 2조원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감사원의 감사결과 연구 추진실적은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수립된 과학기술기본계획에 따라 2012년까지로 계획된 목표치 중 세계 20위 이내에 들어야 하는 SCI 피인용도는 30위에 그쳤으며 과학기술일자리와 기술이전율 등 7개 성과지표 가운데 5개가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R&D 예산 낭비의 주 원인인 연구사업 및 연구장비 중복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연연의 연구사업은 과제가 종료되면 다른 연구기관에서 연구성과를 활용하고 중복 추진되는 일이 없도록 NTIS에 최종보고서를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표준연·생명연·천문연·기초지원연·핵융합연·항우연 등 9개 출연연은 주요사업 보고서 64%를 NTIS에 등록하지 않거나 연구책임자로부터 제출받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유사 연구과제가 중복 추진되어도 사전에 검증이나 확인이 불가능해 연구내용이 중복되는 정부수탁사업과 주요사업을 함께 수행하는 등 국가 R&D예산과 인력의 낭비를 초래했다.

이와 함께 출연연들이 특허출원을 남발하거나 등록된 특허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예산도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기술연구회 소관 11개 출연연과 수리연·극지연 등은 선행기술에 대한 사전조사 등 내부 심사없이 무작위로 특허를 출원해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출원한 특허 6461건 가운데 12%인 785건이 무효처분 혹은 출원거절돼 27억원의 출원비용만 낭비했다.

감사원은 또 이들 출연연이 보유한 특허 대부분이 장기간 미활용 상태라고 설명했다.

13개 출연연 보유 7218건의 특허 가운데 86.4%에 이르는 6237건은 아예 활용실적이 없었다. 이들 특허의 활용율은 대부분 10%대를 밑돌았으며 특히 한국천문연구원은 22건의 보유특허 중 활용실적이 단 한 건도 없었다. 하지만 기술성과 사업화 가능성이 모두 낮은 이들 특허를 관리하는데 출연연들은 매년 12억원씩 4년간 총 45억원의 예산이 사용됐다.

한국연구재단 등 4개 연구관리 전문기관이 관리하는 R&D사업의 평가에 연구결과가 불량해 국가R&D사업 참여가 제한된 연구자 134명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모두 326회의 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기초기술 분야에 투입되는 연구개발비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데 기술무역적자 규모는 늘어나고 가시적인 연구성과도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달아 이번 감사를 실시하게 됐다"며 "출연연들의 예산이 급증하고 있으나 관리부실과 도덕적해이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국가R&D사업 관리에 큰 허점이 있음이 노출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를 기초기술연구회 소관 10개 출연연의 기관평가에 반영하고 기관장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통보했다.

더불어 출연연의 부당집행금액 525억원에 대해 시정요구 또는 환수하도록 하는 한편 213억원을 예산에서 삭감토록 했다. 출연연의 비정규직 편중 해소 방안 마련도 통보됐다.

한편 감사원은 이날 2008년부터 최근 5년간 국가 연구개발(R&D) 정책과 사업 감사 결과를 담은 '국가 R&D 감사백서'를 발간했다. 백서에는 연구개발과 관련한 총 548건, 액수로 6002억원의 부당사용 사례가 포함됐다. 감사원은 미래부 등 관련 부처와 전문기관, 연구회 등에 백서를 배포하고 관련내용을 공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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