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날 특집-2013 대덕넷 아젠다③] 대덕이 중심이다사람·기술·시설 등 인프라 갖춰…창조 전초기지로 급부상

오는 21일은 제46회 '과학의 날'이다. 올해 과학의 날 의미는 예년과 다르다. '과학기술과 ICT 중심의 창조경제'가 핵심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동시에 제2의 과학입국으로 선진국 진입을 실현하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대덕넷은 과학의 날을 계기로 ▲이것이 창조경제다 ▲창업 DNA 키우자 ▲대덕이 중심이다 등 3개 화두를 '2013 대덕넷 아젠다'로 정하고 연중 캠페인에 나선다. 본격적인 캠페인에 앞서 '과학의 날 특집 시리즈'로 대덕넷 아젠다의 의미와 내용을 세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주]
불혹(不惑), 공자는 나이 40을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는 시기라 일컬었다. 40년 전 탄생한 대덕연구단지가 추격형 경제성장을 주도하며 대한민국을 최빈국에서 세계10위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면, 이제 나이 40을 맞은 대덕은 창조경제 실현의 중심에 서서 대한민국의 미래 100년을 만들어갈 채비를 마쳤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 '창조경제'는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운영을 통해 국가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정책"이다. 창조경제가 추구하는 본질이 대덕의 미션과 정확히 일치한다. 40주년을 맞으며 변화하는 시대상과 정체성 속에서 기존의 추격형 모델이 아닌 새로운 역할론을 고민하던 대덕이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때를 만났다는 분석이다.

많은 정책입안자를 비롯해 대덕인들은 대덕이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이 기술개발 비즈니스가 선순환하는 생태계를 구축, 창조경제를 견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덕은 이미 ETRI, 원자력연 등 약 30곳의 정부출연연이 밀집해있으며, 다양한 기술벤처가 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KAIST, UST, 충남대학교, 한밭대학교, 한남대학교 등 우수인재를 수혈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도 갖추고 있어 과학기술을 토대로 산학연 융복합 공동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자랑한다.

실리콘밸리도 처음부터 주목받은 것은 아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기술과 인재들이 축적되고 벤처생태계가 시작되기까지 5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40살이 된 대덕은 이미 연구소와 대학이 있고 벤처기업이 있고 성공해 번 돈을 후배들의 창업육성에 쏟아 붓는 선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자발적으로 형성된 다양한 교류와 포럼,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아이디어콘테스트 등 창의력과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기존의 과학기술 패러다임을 초월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형성이 필요한 시기다. 대덕이 창조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만큼 대덕의 과기인들과 벤처인, 도전의식으로 무장한 학생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연구개발부터 경제·사회적 파급효과에 이르는 전과정의 혁신 생태계 롤모델을 구축, 기술과 사람, 자본이 어우러지는 생태계를 이끌어 가야 한다.

◆ 대덕發 창조경제 진행 중…출연연, 중소기업, 학교 등 손잡고 성과 창출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한 초정밀 롤 금형 가공기. ⓒ2013 HelloDD.com
대덕의 창조경제는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 40년간 경제성장의 주축이 돼 왔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새로운 성장 동력 파트너로 중소기업을 선택하고부터다. 경제불황에도 묵묵히 중소기업 기술 지원을 지속해왔던 출연연의 진가가 드디어 발휘되고 있는 셈이다. 많은 출연연들은 과거부터 중소기업지원 부서를 운영해 왔지만 새정부 출범에 맞춰 보다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중소기업지원으로 출연연 연구성과와 중소기업 동반성장의 선순환을 통한 산업 역동성을 회복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기술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얼마 전 한국기계연구원(원장 최태인)과 세스코(대표 조순주)는 초정밀 롤 금형 가공기의 원천기술을 개발, 상용화에 성공해 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성공의 바탕에는 과제 기획 단계부터 기업·대학들과 함께하며 시장을 공략한 데 있었다. 탄탄한 전략을 바탕으로 그들은 조기에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 연구책임자였던 박천홍 박사는 "기업과 함께 소통하지 않으면 시장이 필요한 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기업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사실 기존의 분야가 아닌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기 때문에 진취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모든 이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연구를 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성과였다"고 강조했다.

 

▲실험실 벽을 넘어 기술적 난제를 해결한 송대섭(좌)·정대균(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 ⓒ2013 HelloDD.com
출연연 내에서도 융합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송대섭, 정대균 박사는 최근 양돈 산업에 큰 피해를 유발하는 '돼지써코바이러스'의 재조합백신 제조 기술개발과 기술이전에 성공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출연연 간의 장벽보다 연구원 내부에서의 장벽 또한 높았기에 이러한 움직임은 연구원 내부에서도 흔치 않은 일로 평가되고 있다.

송대섭 박사는 생명연 입사 전 약 7년간 동물용백신회사에서 백신개발 업무를 진행해왔다. 이후 생명연으로 옮겨 연구를 지속했지만, 다국적 회사 수준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었다. 실험실 규모까지는 연구 결과가 좋았지만 늘 대량생산에 발목을 잡혔다. 해답은 2012년 여름, 평소 친분이 있던 정대균 단백체의학연구센터 박사와 커피를 마시던 중 너무 쉽게 찾아왔다. 정대균 박사는 고민을 듣자마자 단백질 구조가 발견됐는지를 물었고, 면역에 영향을 주지 않는 불필요한 구조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면역은 보다 강화하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길을 제시했다. 이렇게 해서 송 박사와 정 박사 연구팀은 PCV2의 재조합 백신 항원 생산기술을 개발, 국내 동물용 백신 제조업체에 기술이전까지 성공했다.

정 박사는 "기업에서는 출연연처럼 기초원천 연구를 하기 쉽지 않지만 현장의 이야기를 들으면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된다"며 "생명연 내부만해도 워낙 다양한 연구분야와 해당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에 조금만 서로의 연구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더 많은 해법을 찾고 더 좋은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융합연구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 자발적인 움직임 시작…과학, 기술, 기업, 예술 등 모든 것이 하나되다

 

▲강성모 KAIST 총장과 김흥남 ETRI 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일 두 기관은 연구개발 & 비지니스 협정을 체결했다. ⓒ2013 HelloDD.com
대덕 역시 창조경제 전진기지의 실질적인 구축을 위한 자발적인 움직임에 돌입한 상태다. 대전시는 창조경제 전진기지화 밑그림 그리기에 본격 나섰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대덕특구와 세종시에 기반을 둔 창조경제 전진기지화의 구체적인 밑그림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대덕특구 창조경제 전진기지' 조성전략은 기존의 대덕특구 부지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덕특구의 과학기술을 매개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과학벨트 거점지구 및 기능지구, 세종시와 연계한 신산업 성장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창조경제의 성과를 조기에 실현할 수 있는 곳은 바로 대덕특구"라며 "대통령 임기 5년 내에 창조경제 전진기지를 이미 인프라가 구축된 대덕특구에 조성해 대전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새정부의 창조경제를 이끌 대덕의 핵심기관으로 손꼽히는 KASIT와 ETRI 역시 세계 최고의 ICT 기술개발과 활성화를 통한 '창조경제' 실현에 나섰다. KAIST와 ETRI는 지난 2일 오전 11시 KAIST 대전 본원에서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 실현에 핵심 인프라가 될 미래 ICT 연구 및 기술개발을 공동으로 수행, 그 성과를 조기 상용화해 글로벌 톱 ICT 기업의 육성과 발전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상호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대덕의 핵심기관으로 손꼽히는 곳으로, 향후 과학기술에 기반한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의 활성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강성모 KAIST 총장은 "KAIST와 ETRI는 ICT 융합 연구의 새로운 RED&B(연구-교육-개발-비지니스, RED&B: Research, Education, Development & Business) 연구단지 모델을 확립함으로써 미래 ICT 산업의 교육과 연구개발 방향을 제시하고 창업을 장려해 한국 ICT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라며 협정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예술과 과학의 융합도 대덕에서 태동되고 있다. 대전문화재단(대표이사 박상언)은 현재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이 융합된 창조도시 대전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한 차례 전시회를 가진 바 있으며, 현재는 한국기계연구원과 정식 협약을 맺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아티언스 레지던시'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와 과학기술자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과학자와 예술가가 함께 지속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공간, 숙박공간, 작품제작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아티언스(Artience)는 예술(Art)과 과학(Science)의 융합으로 탄생한 말이다. 기계연은 예술가가 원 내에 거주하며 기계 기술을 활용한 예술 활동을 하는 이번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한승구 작가 등 예술가 2명에 대해 최장 6개월간 기숙사 숙식과 작업장 등을 제공, 참여 작가들이 연구진들과 교류하며 창작에 필요한 다양한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 최태인 원장은 "창조와 융합을 향한 새로운 물결로 기술과 경제, 과학과 인문학, 문화·예술 등이 한 데 어우러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가 열렸다"며 "새 시대에 어울리는 창조적 기계기술의 새 지평을 열고 연구원들의 창의적 연구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출연연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새정부의 정책실현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체제로 조직 개편 바람이 불고 있는 것. 창조경제의 전진기지로 대덕과 출연연이 주목받으며 이들의 행보 하나하나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연구환경과 정책 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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