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출연연 특허관리·기술사업화 전문기업 'KAIST IP'
설립 8개월만에 수십억 기술이전 "특허로 창조경제 실현"

2011년 세기의 전쟁으로 전 세계가 떠들석했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양 기업간의 특허 전쟁은 쌍방 공방이 반복되며 여전히 세인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들의 특허 전쟁은 각국의 기업과 특허관련 기관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허권, 즉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right)에 대한 권리와 보호를 한층 강화하게 된 것이다.

국내 기업과 기관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 중 1년에 1200여건의 특허신청이 쏟아지고 있는 KAIST의 기술을 관리하고 출연연이 가진 기술과 매칭해 기술사업화까지 도모하고 있는 'KAIST IP'의 활동이 단연 돋보인다. KAIST IP(대표 강인규)는 지난해 7월 KAIST의 자회사로 출범했다. 국내 대표 기술거래기업으로 글로벌 기업 MS와의 분쟁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던 피앤아이비와 KAIST가 공동 출자해 설립된 회사다.

출범 8개월이 조금 넘었지만 이미 수십억원의 기술이전 성과와 양질의 기술을 발굴하는 등 그들의 움직임에 관련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사는 KAIST의 자회사지만 창업보육센터가 있는 문지동 캠퍼스가 아닌 본캠퍼스의 KI빌딩에 입주해 있다. KAIST가 보유한 기술을 보다 밀착해 분석하고 랩투어도 빠르게 하기 위해서다. KAIST IP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있다. 'No Licensee No KAIST IPR.' 이들의 전문성과 각오를 함축해 담았다.

◆보유 특허 걸러내기부터…수십억 받는 대박 성과도

▲강인규 대표. 그는 한국의 미래 먹거리로 지식재산권 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3 HelloDD.com
KAIST IP의 현재 구성원은 4명으로 소수정예다. 기술을 볼줄 아는 안목(일종의 감)과 다양한 경험을 갖춘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들이다. 회사 출범 후 이들이 가장 먼저 한일은 KAIST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기술 걸러내기다. "KAIST에는 매년 1200여건의 특허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 20~30%는 기술적 가치가 없다고 봐야합니다. 기존에 개발된 유사기술이 있어 특허 등록을 하기도 어렵죠. 그 많은 기술 중 유용한 기술을 발굴해 내기 위해 선행 조사를 통해 걸러내고 있습니다."

피앤아이비의 설립자로 국내에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기여해 왔던 강인규 대표는 "발굴을 위해 발명신고된 특허를 분석하고 있다. 특허는 막연한 출원보다 영향력있는 특허로 등록되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청구권리가 중요한데 기술을 개발하고도 특허등록과정에서 이런 점을 챙기지 못해 그에 상응하는 권리를 못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부분을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고 현재 진행과정에 대해 소개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국내 특허만으로는 안된다. 미국, 중국, 유럽에도 특허를 출원해야 로얄티가 큰데 1년 이내에 출원해야 유효성을 인정받을수 있다"면서 해외 특허를 낼수 있는 기술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AIST IP는 특허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대박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전 기업과의 계약조건(특허 기술 이전 내용이 알려지면 해당 기업의 주력분야가 알려지게 돼 대부분 극비에 붙인다)으로 속속들이 밝힐수는 없지만 수십억원의 수익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기술보는 안목과 경험갖춘 전문가 필요, 인력 확보에 어려움 있어

강 대표에 따르면 MIT나 스탠포드 등 기술사업화 성공률이 높은 대학으로 잘 알려진 이들의 연간 등록 특허건수는 200건 정도로 KAIST에 비해 양적으로 크게 못미친다. 그러나 그들이 창출하는 수익금은 연600억원으로 KAIST의 특허 수익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KAIST의 연구개발(R&D) 질이 떨어져서 그런것은 아니다. 원석을 보석으로 제대로 만들지 못해서"라고 이유를 들며 원석을 보석으로 다듬어 갈 경험과 안목을 갖춘 인력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기술 필터링을 하려면 최소한 10년이상의 경험과 감이 필요한데 그정도 능력을 갖춘 인력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연령대입니다. 대부분 자녀들이 한창 학교에 다닐 시기죠. 특히 그들 인력 대부분이 서울에 있어 지방으로 스카웃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강 대표는 인력확보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토로했다.

현재 KAIST IP에서는 한달에 100건 정도의 기술을 필터링하고 있다. 그중 괜찮은 기술은 랩투어를 통해 분석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진행 과정을 4명의 소수인원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강 대표는 "직원 모두들 과부하가 걸린상태"라고 말하며 아쉬움의 미소를 지었다.

◆지적재산권은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출연연 기술묶어 파이 키울것

특허 시장에서도 융합이 대세다. 한가지 기술보다는 기술을 묶으면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KAIST IP 역시 KAIST 기술만 보고 설립된 것은 아니다. KAIST 보유 기술에 출연연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묶어 연합군을 형성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큰 목표로 설립됐다.

현재 KAIST IP의 주력분야는 반도체와 통신, 소재부품으로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보유 기술과 융합하는 등 특허의 파이를 늘리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강 대표는 "한국은 자원부족 국가로 앞으로 지적재산권이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특허 출원 건수는 세계 4~5위권이다. 그러나 수익창출은 아직 미미하다"면서 "우리가 국내 최고의 이공계 특성화 대학인 KAIST와 출연연의 기술을 기반으로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며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어 "물론 우리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KAIST 교수진과 구성원, 출연연의 연구원 등 모두의 협업이 필요하다"며 "힘을 모아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