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앞둔 창조경제 심장 미래과학부 곳곳에 옥의티 우려
과학창의재단 소관도 '어정쩡'…부처 칸막이 없애기 관건

박근혜 정부 출범 21일만에 미래창조과학부가 공식 출범하게 됐지만 당초 기대와 다른 어정쩡한 업무 분장으로 실제 운용에 적지않은 후유증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46일간 이어진 여야간 줄다리기 협상의 부작용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최종타결된 직후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특히 미래과학부를 둘러싸고 벌어진 정치권과 관가의 이전투구가 창조경제의 핵심인 산업간 영역을 넘나드는 융합형 신산업을 창출하는 데 족쇄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당장에 19일 개정법안의 세부심사를 위해 열린 국회 상임위에서부터 합의사항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국회 교과위의 경우 과학업무가 신설되는 미래과학부로 넘어가면서 발생하는 업무 분담이 쟁점이 됐다. 여야가 이견을 보인 부분은 '과학기술기본법 일부개정 법안'에 명시된 한국과학창의재단 업무의 소관부처 문제다. 과학재단인만큼 과학기술을 전담하는 미래과학부 단독 소관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과 창의재단 업무 70%가 초중고 교육에 관련돼 있으니 교육부와 공동으로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계와 연구현장에서는 미래과학부가 외형상으로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수단들을 갖췄지만 곳곳에 감춰진 '누더기 입법'으로 실제 추진과정에서는 적잖은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과기정책 전문가는 "정부조직개편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미래과학부가 만신창이가 됐고 부처 이기주의가 생각보다 훨씬 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융복합과 혁신이 필요한 창조경제는 부처간 밥그릇 싸움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연구기관 관계자 역시 "앞으로 미래과학부가 독임부처로 일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구도인 건 분명하다"며 결과적으로 미래과학부의 실행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ICT 기능분리 "사실상 이전 정부보다 옥상옥"

이번에 타결된 정부조직 개정안 협상에서 연구현장의 가장 큰 우려를 낳고 있는 부분은 역시 여러 부처로 나뉘게 된 방송통신 융합기능이다. 먼저 방송진흥 정책 중 일부가 야당의 주장대로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에 남게 됐다. 여당과 야당측 위원이 골고루 섞인 방통위는 법령 제·개정권과 예산관리·편성권으로 미래과학부를 견제할 수 있게 됐다. 미래과학부는 뉴미디어 관련법령 제정과 인허가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방통위의 사전동의를 얻어야 한다. 모든 주파수 관리를 방통위에서 미래과학부로 이관하려던 것에서 통신용 주파수는 미래과학부, 방송용 주파수는 방통위, 신규·회수 주파수는 국무총리실 등 3개 부처로 나뉜 점도 두고두고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방송용과 통신용 주파수를 따로 관리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방송통신 융합의 족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게임 콘텐츠,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업무는 각각 문화체육관광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남겨졌다. 정보보호 분야도 정보화정책은 안전행정부, 개인정보보호는 방통위 등 세 군데로 나눠졌다. 이 역시 콘텐츠 산업, 소프트웨어산업, 정보보호산업의 융합 발전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방송통신 관련 연구를 하는 ETRI 관계자는 "사실상 지난 정부보다 상급기관이 더 늘어나게 되는 셈"이라며 "창조경제의 핵심은 방송통신과 모바일, 융합인데 이의 근간인 방송과 주파수, 소프트웨어와 개인정보보호 정책 등이 여기저기로 쪼개져 혼선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또 "ETRI의 경우 조직은 미래과학부 1차관, 기술 정책 및 전략은 ICT를 총괄하는 제2차관, 연구사업 및 관련법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관리받게 되는 기형적인 조직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며 "융합과 신산업 창출을 위해 관련 부처간 소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인데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부처이기주의 풍토 속에서 과연 소통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산학협력 "교육부 가면 연구개발·창업 따로 놀게 돼"

융합형 인력양성을 하는 산학협력 기능을 교육과학기술부 이전의 교육부 및 과학기술부 시기로 되돌리기로 한 것도 문제다. 이번 합의된 개정안에 따르면 5년 전 과기부가 담당한 산학협력 사업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2700억원 규모의 산학협력 사업 대부분은 결국 교육부로 이관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만약 교육부에 산학협력 기능을 그대로 둔다면 연구개발이 산업 사이클과 별도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산학협력 기능이 빠진다면 사실상 미래부에서 대학 중심의 창업 활동은 불가능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장순흥 교수(전 인수위 교육과학분과 인수위원) 역시 최근 한 토론회에서 "인수위 시절 미래과학부를 설계하며 가장 많은 공을 들인 게 산학협력이었다"며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서는 융합형 인재를 기르고 창업을 활성화하는 산학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래과학부로 이관하려고 노력했지만 교육부와 야당의원들의 반대가 심해 할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각 부처간 업무 충돌을 방지하고 일자리 창출과 벤처생태계 활성화 등의 창조경제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질적인 부처 칸막이를 걷어낼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미래과학부가 ICT 산업진흥정책을 종합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을 6월 국회에 상정하기로 한 여야간 합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도 정부조직 개편 협상이 타결된 뒤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부처 간 칸막이' 철폐를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부처 간의 협력을 위해선 TF팀이나 협의체를 만들고 예산이 그 협의체로 가도록 해야 한다. 예산이 가야 협업체제가 이뤄진다"면서 "한 부처가 잘 한 것만 평가해선 안 된다. 협업체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평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정부조직개편안을 비롯해 관련 법안 40여개를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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