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희목 생명연 박사팀, 35억년 생명체 '미세조류' 연구 활발
우량종 찾고 성장 제어 '탄소·연료·녹조' 일타삼피 해결 꿈꿔

"태초의 지구환경은 혹독했습니다. 메탄, 이산화탄소, 수증기에 자외선만 가득했지요. 35억년전 단세포생물인 남조류(미세조류의 일종)가 태어나 극한환경에 적응하면서 산소를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아는 세상은 없었을 겁니다. 물론 인류도 마찬가지구요. 미세조류는 지금도 지구 생태계를 돌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절대 미천한 존재가 아닌 거지요"

오희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에게 미세조류란 35억년 지구 생태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소우주다. 또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열어줄 열쇠이기도 하다. 그의 설명을 듣다 보면 플라스크에 담겨 조용히 부유하는 초록빛 미물들이 새삼스러워 보인다. 오 박사는 20년 넘게 미세조류에 천착하고 있다. 시작은 여름마다 발생하는 대청호의 녹조현상을 방지하는 연구였다. 그러던 중 무서운 속도로 자라나는 미세조류를 거꾸로 인간에 이롭게 이용할 수는 없을까 궁리를 하게 됐다.

◆이롭거나 혹은 해롭거나…야누스 얼굴 가진 미세조류

▲빛의 색깔에 따른 미세조류의 성장속도 변화 를 설명하는 오 박사.  ⓒ2013 HelloDD.com

극과 극은 통하는 법. 그의 연구팀은 요즘 두 가지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미세조류에 관해 상반된 연구를 하고 있다. 하나는 차세대바이오매스사업단(단장 양지원)과 함께하는 '미세조류 잘 키우기' 연구다. 바이오매스(biomass)란 자연에 대규모로 존재하는 광합성 식물류를 말한다. 자연계 어디서나 흔하게 존재하는 바이오매스를 이용하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저감시키면서 동시에 바이오디젤·바이오에탄올 같은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바이오매스는 통상 1,2,3세대로 나뉘는데 차세대바이오매스사업단에서는 3세대 바이오매스인 미세조류 연구에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사탕수수나 옥수수 같은 1세대 작물은 지구촌 식량난 가중 같은 문제점이 있고 2세대인 목질계 역시 전처리의 어려움 때문에 실용화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미세조류는 현재 지구상에는 확인된 것만 약 1만 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성성분도 제각각이어서 활용가치가 없는 것도 있고 어떤 종류는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쓸 수 있는 지질 함량이 80%에 달하기도 한다. 문제는 지질이 많은 미세조류의 성장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오 박사팀의 연구 목표 중 하나는 이런 지질고생산 미세조류를 골라내 빠르게 자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또 미세조류의 생리적 특성을 연구해 배양과 수확, 추출공정에 가장 적합하도록 생명공학기술로 개량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보존되고 있는 미세조류는 3000여 종. 오 박사팀은 1500주 가량을 확보하고 있다. 적지 않은 양이다. 오 박사는 "원래 녹조 방지를 염두에 두고 수집해온 것이 바이오매스 연구가 활발해지며 이제 국내 미세조류 연구의 대표적인 자료가 됐다"고 말했다. 오 박사팀은 이들 1500여개 미세조류 가운데 연구목적에 가장 잘 맞는 조류를 골라내고 있다.

오 박사가 이중 가장 강력한 후보군으로 꼽는 미세조류는 어디서나 잘 자라는 '토종 클로렐라'와 역시 폐수에서도 잘 자라는 '세네데스무스', 또 높은 농도의 이산화탄소를 잘 섭취하는 '에틀리아' 등이다. 이중 에틀리아의 경우는 나이가 들면 엽록소가 사라지고 당근 빛깔의 고부가가치 물질인 카로티노이드계 물질을 생성한다. 오 박사는 "이런 미세조류의 부수적인 가치를 이용해 바이오연료 생산의 가장 큰 문제점인 낮은 경제성을 상쇄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오 박사팀의 이런 연구결과는 최근 생명공학 분야 국제저널인 '바이오리소스 테크놀로지'에도 게재됐다.

◆"유전자지도 올해내 윤곽…형질전환 기폭제 될 것"

▲배양중인 미세조류. 당근빛 미세조류는 나이가 들면 카로티노이드계 물질을 생성하는 에틀리아. ⓒ2013 HelloDD.com

오 박사팀의 또 다른 연구분야는 우리나라 하천과 호수 유역에 피해를 주는 '녹조 방지' 기술이다. 한쪽에서는 잘 키우는 연구가, 다른 쪽에서는 억제하는 정반대의 연구가 진행되는 셈이다. 오 박사는 "생장을 촉진하는 연구나 억제하는 연구 모두 결국 미세조류를 잘 이해하려는 것으로 서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한다. 그는 "미세조류 연구가 재미있는 것은 자연의 물질순환 원리를 이용한 그야말로 환경친화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연구이기 때문"이라며 "바이오매스든 녹조든 결국 지구의 문제는 지구 스스로 해결하게끔 돼 있다. 우리는 미세조류의 약점이나 강점을 찾아내 기능을 보완해 거대한 자연생태계의 순환에 작은 힘을 보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박사는 20여 명의 연구원들에게도 늘 미세조류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그는 "극한환경을 이겨내고 모든 생태계의 생산자가 된 미세조류는 어쩌면 인류보다 더 뛰어난 생존전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존재"라며 "실험용기에 넣고 무작정 흔들지만 말고 미세조류 입장이 돼서 생각하다 보면 더 많은 연구결과가 나올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오 박사팀의 주력 분야인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미세조류 기능 개선은 전세계적으로도 아직 미개척 분야다. 미세조류는 그간 클로렐라처럼 통째로 먹는 건강식품 수준 정도에서 기술개발이 이뤄졌고 연료화와 고부가물질 생산 연구는 선진국에서도 최근에야 관심을 갖게 된 분야다.

오 박사는 "미세조류는 세균보다 유전정보가 10배는 더 많은 복잡한 생명체"라며 형질전환 기술개발이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한다. 형질전환을 위해서는 유전자의 해독이 필요하다. 오 박사팀은 최근 미세조류 유전자지도 작성의 전단계로 미세조류 세포 주변의 세균을 없애는 무균주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 박사는 올해말 쯤 미세조류 유전자지도의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구 최초의 생명체 미세조류에서 에너지 혁명의 길을 찾고 있는 생명연 연구팀. ⓒ2013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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