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안 대부분 유지…새정부 거대핵심부처 위용 그대로
3월중 공식출범…ICT·원자력·산학협력등 일부 불씨는 잔존

17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최종 타결되며 창조경제 성장엔진인 '미래창조과학부'가 본격적인 시동을 걸게 됐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지난 1월 15일 대통령직 인수위의 원안 발표 이래 최종 타결까지 2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 21일 만에 비로소 핵심부처인 미래과학부를 중심으로 새 정부의 진용을 완성하고 국정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박 대통령은 17일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회가 정부조직개편안에 합의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새 정부와 여야가 힘을 합해 미래창조과학부를 활성화해서 우리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 전날 열린 장차관 토론회에서는 협상 파행에 따라 장기화된 국정공백을 우려한듯 "우리가 1분 1초를 더 효율적으로 일하면 그만큼 국민들이 어려움에서 더 빨리 벗어날 수 있다"며 조속한 국정과제 실천을 독려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주 21일부터 산업자원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부처 업무보고에 들어갈 예정이다.

◆여야 협상 걸림돌 '미래과학부' 업무 대부분 유지

여야가 최종 합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당초 대통령직 인수위 원안에 가까워지면서 미래과학부는 향후 과학기술부터 정보통신기술(ICT)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망라하며 일자리 창출과 경제부흥을 책임지고 이끌 수 있게 됐다. 미래과학부가 맡게 될 주요 업무는 크게 ▲기초과학 연구개발 ▲국가R&D 예산 배분 및 조정 ▲미래·우주기술 개발 ▲ICT 산업 진흥 ▲방송통신 융합·진흥 ▲SO·IPTV·위성방송 등 뉴미디어 정책 ▲디지털콘텐츠 및 소프트웨어 정책 ▲전파정책 및 통신용 주파수 관리 등이다.

특히 막판까지 쟁점이 됐던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등 방송통신 관련 업무도 일부를 제외하고 인수위 원안대로 미래과학부로 이관됐다. 부처별로 흩어졌던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 등 ICT 산업 진흥을 위한 일련의 정책기능을 모두 확보하게 됐다.

원자력 기초 R&D 기능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된다. 여야 합의안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하되 현행대로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서 독립성이 유지된다. 원안위가 총리실 산하로 가면서 한때 교과부에서 지경부로 이관될 뻔했던 원자력연구원은 다른 정부출연연구소들과 함께 미래과학부에 속하게 됐다. 이에 따라 미래과학부는 연간 17조원에 이르는 국가 R&D예산 배분은 물론 수십 조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ICT 및 방송통신 육성정책도 관장하는 명실상부한 거대 실세부처로서 위상을 확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이 이번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대로 조직 이관 등 후속 작업을 마무리 짓고 빠르면 이달 중 미래과학부를 공식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다만 최문기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25일로 예정되어 있고 2명의 차관 인선에도 시간이 필요해 공식적인 업무는 다음달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과학부의 직제는 2차관 4실 규모로 방통위 300명, 교과부 250명과 지경부 인력을 합쳐 800명 규모로 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확정까지는 아직 유동적이다.

◆ICT·원자력 일부 미봉책…"산학협력 못 가져와 아쉬워"

▲18일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13 HelloDD.com

미래과학부의 외형은 일단 당초 원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바대로 "과학기술과 산업, 문화와 산업, 산업간의 벽을 허무는" 창조경제의 실현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최초 설계와 달라진 부분도 적지 않아 일각에서는 미래과학부가 산업간 영역을 넘나드는 융합형 신산업을 창출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먼저 방송진흥 정책 중 일부가 야당의 주장대로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에 남게 됐다. 여당과 야당측 위원이 골고루 섞인 방통위는 법령 제·개정권과 예산관리·편성권으로 미래과학부를 견제할 수 있게 됐다. 미래과학부는 뉴미디어 관련법령 제정과 인허가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방통위의 사전동의를 얻어야 한다. 모든 주파수 관리를 방통위에서 미래과학부로 이관하려던 것에서 통신용 주파수는 미래과학부, 방송용 주파수는 방통위, 신규·회수 주파수는 국무총리실 등 3개 부처로 나뉜 점도 두고두고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방송용과 통신용 주파수를 따로 관리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방송통신 융합의 족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TRI 등 방송통신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출연기관에서는 더 민감하다. ETRI 관계자는 "사실상 지난 정부보다 상급기관이 더 늘어나게 되는 셈"이라며 "창조경제의 핵심은 방송통신과 모바일, 융합인데 이의 근간인 방송과 주파수, 소프트웨어와 개인정보보호 정책 등이 여기저기로 쪼개져 혼선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안위 역시 별도 독립기관 지위와는 별개로 일부에서는 원안위원장이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격하돼서 원자력 안전규제 조직과 진흥 조직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원회 구성도 복잡해진다. 기존 9명의 상임위원 및 비상임위원은 국무총리와 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위촉했다.

반면 이번 개정안 협상에서 여야는 "국회와 행정부가 같은 수로 위원을 추천해 구성한다"고 합의해 원자력 규제정책을 둘러싼 여야간 대립이 차기 위원회에서는 표면화될 공산이 크다. 융합형 인력양성을 하는 산학협력 기능도 교육과학기술부 이전의 교육부 및 과학기술부 시기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5년 전 과기부가 담당한 산학협력 사업이 거의 없었던 것에 비춰볼 때 이는 결국 교과부 이관을 의미한다. 산학협력 기능은 여야 협상과정에서 외부로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교육부와 신설 미래과학부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안 중 하나다. 장순흥 교수(전 인수위 교육과학분과 인수위원)는 최근 대덕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인수위 시절 미래과학부를 설계하며 가장 많은 공을 들인 게 산학협력이었다"며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서는 융합형 인재를 기르고 창업을 활성화하는 산학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래과학부로 이관하려고 노력했지만 교육부와 야당의원들의 반대가 심해 할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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