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가들 주도 '모모스벤처포럼' 12일 출범
전국 첫 자생 '풀뿌리포럼'에 만원사례…150명 '북적'

숨죽였던 대덕의 창업 열기가 젊은 모험가들의 도전 앞에 활짝 모습을 드러냈다. '모든 모험가들의 모임'을 표방하는 모모스벤처포럼(회장 김채광)이 12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컨퍼런스홀에서 열렸다. 1회째를 맞는 이날 포럼에는 당초 신청자수 70여명의 두 배가 넘는 창업관계자들이 운집해 좀처럼 쉽게 파악되지 않던 대덕의 실제 창업 희망지수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가늠케 했다. 포럼에 참석한 이규상 카이트창업가재단 팀장은 "수도권 유명 벤처포럼의 참석자가 평균 300명 내외다. 인구 150만명의 대전에서 이런 숫자가 모인 것은 서울로 치자면 1000명이 넘게 온 거나 마찬가지"라며 놀라워했다.

모모스벤처포럼은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벤처인들의 자생 교류 모임으로 올해 초부터 준비가 시작됐다.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스스로 개척하자보자는 김채광 중소기업청 사무관의 아이디어에 공감해 알음알음 모여든 6명의 젊은 스타트업 벤처인들이 매주 온오프라인 회의를 열며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오후 5시 포럼의 문을 연 김채광 회장은 "대덕은 성공벤처의 요람이 될 수 있는 최적의 자산과 분위기를 잘 갖추고 있다. 하지만 서말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좋은 기술과 자금이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창업이 어렵다"며 "창업의 가장 큰 원동력인 휴먼 네트워크를 촘촘히 엮어 우리의 모든 꿈이 이뤄지는 포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고영하 회장.  ⓒ2013 HelloDD.com

축하인사에 나선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은 "휴렛과 팩커드라는 청년들이 창업해 기업을 일구고 후배들을 지원하며 저 유명한 실리콘 밸리의 벤처생태계가 시작됐다"며 "오늘 이 자리에 서서 여러분들을 보니 대덕밸리가 얼마 안 있어 한국의 실리콘 밸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실리콘 밸리 주변에서는 매일 저녁 이런 모임들이 곳곳에서 열린다. 실리콘 밸리의 힘은 바로 그런 곳에서 나오는 개방형 혁신 즉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며 "우리 사회는 아직 혈연, 지연, 학연 그리고 소주 한잔으로 뭉칠 뿐 사회적 자본이나 경제발전 같은 국가적 아젠다를 화제로 모이는 경우가 흔치 않다. 모모스포럼이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진보시키는 데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덕은 연구소와 대학이 있고 벤처기업이 있고 성공해 번 돈을 후배들의 창업육성에 쏟아붓는 선배가 있는 곳"이라며 "이같은 대덕의 여러 강점들이 포럼을 통해 잘 소통하고 엮여서 싸이나 김연아 같은 스타가 아니라 창업에 도전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국가공동체가 정말 필요로 하는 진정한 영웅을 탄생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유명 투자자인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의 특강이 진행됐다. '애니팡'의 초기투자자로 널리 알려진 임 대표는 모바일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외 벤처투자 동향을 소개하고 특히 젊은 창업가들이 유의해야 할 오류와 착각을 날카롭게 분석해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임지훈 대표.  ⓒ2013 HelloDD.com
임 대표는 자신이 꼭 투자해보고 싶은 인물로 "달인 김병만, 영화배우로 활동하면서도 학업을 게을리 하지 않고 하버드에 입학한 나탈리 포트만, 20년간 사격만 하던 운동선수가 벤처사업가로 변신해 성공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은철"을 꼽은 뒤 "99점은 쉽지만 100점은 어렵다. 창업에 나서기 전 마지막 1점을 위해 혼을 사르고 무언가 시작하면 끝장내는 성공습관이 자신에게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참석자 전원이 10초 내외의 로켓피치 형식으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스무 살 젊은 청년부터 반백의 은퇴과학자까지 다양한 종류의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자신의 참가 동기와 미래희망을 밝혔고 내내 훈훈한 박수세례가 이어졌다. 이날 포럼에는 대덕뿐만 아니라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도 관심을 가졌다.

서울에서 온 최종훈 한국엔젤투자협회 사무국장은 "모든 지식과 정보가 서울로 쏠리고는 있지만 대덕은 특유의 기술과 생태계가 있어 성공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포럼이 계속된다면 투자자들이 알아서 모여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병희 청년기업가정신재단 본부장은 부산 대학생 3명과 함께 모모스포럼을 찾았다. 그는 "지방에서 이런 창업열기를 보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부산에서도 창업 포럼을 만들어 보려는 움직임이 있다. 관심 있는 학생들과 모모스포럼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대전에서 일하는 직장인 최규호 씨는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미용실 같은 여성들의 공간은 많은데 남자들의 공간이 없는 게 아쉬워 관련한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아이템의 경쟁력에 대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참석 소감을 전했다.

이날 공식출범한 모모스벤처포럼은 앞으로 매월 두 번째 화요일마다 공개포럼을 진행하며 벤처기업인과 창업 희망자, 엔젤투자자들의 지속적인 스킨십과 교류를 확대해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덕의 창업환경이 외부의 지원 없이 스스로 진화 발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운영진의 목표다.
 

▲포럼에 참석한 한 창업 희망자가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2013 HelloDD.com

여수아 포럼 운영위원(촉 대표)는 "지난 3개월간 본업보다 더 열심히 매달렸는데 좋은 결실을 맺게 돼 정말 기쁘다"며 "지방에서도 이런 포럼을 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만큼 앞으로 대덕 이외의 지역에서도 함께할 수 있게 화상회의 등도 계획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 속에 참여자들이 직접 원하는 것을 담고 꾸미는 개방형 포럼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수연 운영위원(페퍼민트 대표) 역시 "주인은 없으되 모두가 주인인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업 네트워크를 꿈꾸고 있다"며 "특히 창업정보가 서울 중심으로 유통돼 지방의 창업희망자들은 어려움이 많았던 만큼 대덕을 중심으로 한 모모스 포럼이 전국 곳곳에서 창업의 희망을 퍼올리는 마중물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4개 신생벤처의 기업IR과 소셜 파티 형식의 네트워킹이 계속된 포럼은 식지 않는 열기 속에 밤 9시까지 네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모모스포럼 운영위원. 왼쪽부터 차례로 권수연, 김채광, 조한희, 양도욱, 최병혁, 여수아 대표.ⓒ2013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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