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처리 무산…2차 시한 18일 목표로 여야간 물밑조율
野 방송통신위·원자력안전위 독립성 보장 요구…이견 못좁혀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14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여야는 당초 14일 새 정부 조직개편안 관련 법률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일부터 임시국회를 열고 10인협의체와 각 상임위를 가동해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끝내 마감시한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인수위가 제출한 정부조직 개편안의 원안 통과를, 민주통합당은 핵심 요구사항 반영을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1차 시한이 물 건너간 가운데 여야는 현재 2차 처리시한(18일)을 목표로 물밑 조율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부분은 민주당이 내걸고 있는 6가지 사안이다.

민주당은 ▲방송통신위원회 독립성 보장 ▲원자력안전위원회 독립기구화 ▲산학협력기능 교과부 존치와 함께 국가청렴위 신설과 검찰개혁, 중소기업청 강화, 통상기능 산업통상자원부 이관 반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ICT(정보통신기술) 부문과 방송통신위 기능 대부분을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기는 인수위 개편안이 이번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접점 못 찾는 정부조직개편…ICT가 쟁점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미래과학부는 ICT 부문을 비롯해 방송법 등을 관장하면서 방송통신 정책 및 진흥, 융합기능을 총괄하도록 돼 있다. 방통위에는 지상파 추천권과 종편, 보도채널 등에 대한 인허가권 및 일부 규제기능만 남겨두도록 했다.

민주당은 방통위 업무가 미래과학부 산하로 이관되면 정부가 방송을 장악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방송진흥 정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방송광고인데 미래과학부가 진흥업무를 맡으면 광고를 빌미로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심각하게 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차세대 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콘텐츠 기반의 ICT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방송통신 융합과 진흥·규제를 미래과학부로 일원화하는 게 최선의 대안이라며 인수위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13일 국회 문방위가 개최한 방송법 개정 공청회에서는 양측의 이같은 입장차가 더욱 확연히 드러났다. 이날 공청회에서 새누리당 추천 전문가로 나선 현대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서 미래과학부를 창조경제 전담부처로 삼아 우리나라의 미래성장을 책임지도록 한 결정은 환영할 만한 조치"라며 미래과학부의 ICT 및 방송정책 전담에 적극 찬성 입장을 밝혔다.

또 "방송의 공공성 문제를 ICT 기반의 디지털 생태계 구현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역시 찬성측 진술인으로 나온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미래과학부에 ICT 기능이 제대로 통합되지 못하고 방통위 기능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최악이므로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반대입장을 밝힌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한곳에 모아놔야 성과가 난다는 발상은 위험하다"며 "규제와 진흥 정책이 현실적으로 분리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과학부로 이관될 수 있는 업무는 실제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또한 "방송 규제와 진흥은 불가분의 관계이고 방송정책을 합의제 기구가 아닌 (미래과학부 같은) 독임제 부처가 담당할 경우 공공성 훼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통신부문 규제도 규제전담기구인 방통위에 맡기면 미래과학부는 진흥에만 집중할 수 있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이같은 치열한 대립구도가 펼쳐지는 가운데 박근혜 당선인도 직접 발언에 나서며 정치권에 미래과학부 원안 통과를 강력하게 주문했다. 박 당선인은 13일 열린 비례대표 의원 오찬간담회에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겠다며 한번 더 도약하겠다는 약속을 드린 핵심내용이 창조경제이고 창조경제를 이루는 핵심내용이 미래과학부"라며 "여기서 ICT를 떼겠다는 것은 핵심이 다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당선인은 "지금은 방송과 통신이 융합돼야 하는 시대다. 시장이 빨리 변화하고 있어서 그에 맞게 새 시장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면서 "미래과학부는 새 정부를 구상하면서 성장동력을 잘 만들어 도약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의 핵심이기 때문에 원만히 처리되도록 의원들께서 많은 힘이 되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박근혜 당선인 "원자력 진흥·규제 분리 맞다" 발언 해석분분

박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방송·통신 진흥과 규제 기능의 분리를 강조하며 또 다른 쟁점인 원자력 거버넌스에 대해서도 입장을 표명했다. 박 당선인은 "진흥하는 쪽과 규제를 하는 쪽이 같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자신들이 만들어놓고 이것을 자신들이 규제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원자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안전성에 대해서 기술적으로 개발을 하고 그리고 감독도 같이 하겠다는 것은, 자기가 만들어 놓은 것을 자기가 감독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분리해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이같은 발언은 자칫 상반된 해석이 가능해 원자력 거버넌스가 제 가닥을 잡을 것으로 기대했던 과학기술계와 연구현장에 또 다른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날 간담회가 인수위측 정부조직개편안의 원안 통과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였음을 감안한다면, 박 당선인의 발언 내용은 '원자력안전위 미래과학부 이관'과 '원자력연을 포함한 원자력진흥업무의 산자부 이관'이라는 기존 개편안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같은 박 당선인의 언급은 원자력안전위를 미래과학부로 보내지 않고 종전처럼 독립부처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의 논리와 일치한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지난 6일 여야협의체 협의에서 독립 또는 미래과학부 외 타부처 이관으로 의견이 일치된 것으로 알려졌던 원자력안전위 문제는 구체적인 여야 협의가 재개될 때까지 다시 불투명한 상태로 남게 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이 11일 앞으로 다가오며 정부조직개정안이 일괄타결 방식 등의 속도전을 통해 신속하게 처리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원자력 거버넌스 졸속 처리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정부조직 개정 논의가 다시 안갯속에 들어간 가운데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공동대표 박상대·이하 대과연)은 14일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참여단체장 간담회를 열고 원자력안전위의 독립부처 설치를 정치권에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결의안을 통해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미래과학부 조직개편안에 창조산업의 핵심이 되는 미래 성장동력 산업기술 육성기능이 제외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기초 거대과학의 성격을 지닌 원자력 R&D는 미래대비를 위해 미래과학부가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 기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구성과와 산업 간 연계를 통해 창조경제를 견인하기 위해 산업기술 R&D를 미래과학부로 이관"하고 "과학기술분야 전문지식과 기술을 생산현장의 수요와 연계하고 인력 간 협업을 통해 창조경제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산학협력 기능 역시 미래과학부로 이관할 것"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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