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벤처 코어벨, 도슨트 로봇 '아띠' 개발…세계 곳곳서 주목
'로봇계 이단아' 최훈 대표 "사용자 고려 실생활 로봇 계속 도전"

지난해 10월 정부는 로봇산업 육성에 앞으로 10년 간 3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10년 뒤 25조원 규모의 세계 최고 로봇활용 국가로 우뚝 서는 게 목표다. 2013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2020년 1가구 1로봇시대 실현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인천로봇랜드가 3월 착공하게 된다는 소식도 있고, 보행재활치료로봇을 도입한 치료센터가 개소하는 등 로봇은 점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로봇과 함께 사는 것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얘기, 영화 속의 얘기가 아니다. 과연 우리나라 로봇기술은 얼마만큼 우리의 꿈에 가까워졌을까?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가면 전시물에 대해 설명해 주는 도슨트 로봇이 있다. 도슨트란 '박물관 해설사 혹은 안내자'를 뜻하는 말로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있는 도슨트 로봇 '아띠'는 스스로 전시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전시물을 설명하는 일을 하고 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있는 '아띠'는 도슨트 로봇 초기모델입니다. 처음엔 안테나도 달려 있었는데, 박물관에 어린이 관람객이 많아 내장형 안테나로 바꾸게 됐다." 세계 유일의 도슨트 로봇 시스템을 공급하는 '코어벨' 최 훈 대표의 말이다.

'아띠'는 지난 2008년 시스템 개발이 시작돼 2010년 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 대표는 도슨트 로봇 시스템을 박물관의 큐레이터와 함께 디자인해 관람객의 동선을 이끄는 것은 물론이고 이동하면서 전시물에 대해 설명하도록 만들었다고 아띠에 대해 소개했다.

최 대표는 "아띠는 로봇 기술의 결정체"라고 자랑스레 말하면서 "움직이면서 전시물 설명을 하기 때문에 잘 움직이는 것은 물론이고 위치추적이 가능해야 한다. 또 관람객들이 관람하는 동안 로봇의 배터리가 잘 유지돼야 한다. 말도 잘 하는 로봇인데다가 간단한 표정도 짓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뿐 아니라 박물관 벽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영상으로 전시물에 대한 부연 설명도 하는데, 이를 위해 통신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장착돼 있다. 개발된 거의 모든 로봇기술이 집약돼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어벨이 개발한 도슨트 로봇 시스템을 설명하는 그림. ⓒ2013 HelloDD.com

하지만 최 대표가 정말로 자랑하고 싶은 건 로봇기술뿐 아니라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할 수 있는 실용 서비스 로봇 시스템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요즘은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우리가 만든 도슨트 로봇 시스템의 강점은 로봇사용자가 로봇을 이용해 스스로 스토리텔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라면서 "아무리 좋은 전시물도 그 전시물에 관심 가질 만한 요소가 부족하면 스쳐지나고 만다. 그런데 도슨트 로봇은 그 자체로 흥미유발이 가능하다. 또 우리가 만든 스토리라인 편집기를 통해 전시 관계자들이 직접 전시물의 설명 스토리도 만들고 그 스토리에 따른 도슨트 로봇의 동선을 지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치추적, 원격제어, 컨텐츠 서비스 관리, 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는 로봇에 스토리라인 편집 기능까지 갖춘 코어벨의 도슨트 로봇 시스템은 그 경쟁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런 강점 덕분에 코어벨의 도슨트 로봇 시스템은 다수 박물관과 전시관이 있는 프랑스 수출도 앞두고 있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도슨트 로봇 '아띠'가 맹활약하고 있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비롯해서 코어벨의 도슨트 로봇이 활약하고 있는 곳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대구박물관 등이 있다. 경기미술관과 대전시립미술관에서도 코어벨의 도슨트 로봇이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으며 올 2월에는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코어벨의 도슨트 로봇이 설치될 예정이다. 국립국악박물관과 민속박물관에서도 코어벨의 새로운 도슨트 로봇 시스템을 만날 수 있다.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도슨트 로봇과 시스템의 장점을 소개하는 최 대표, 그가 흔치 않은 도슨트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문화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박물관과 과학관, 미술관이 생겼고, 지역 전시관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외국인 관람객,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도슨트 로봇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도슨트 로봇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도 갖고 있었다."

사실 최 대표는 로봇계의 이단아로 불린다. 로봇이 아닌 컴퓨터공학 전공자이기 때문이다. 로봇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통신쪽 일을 해왔다는 최 대표는 로봇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충대 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메카트로닉스 전공 학생들에게 임베디드 시스템을 강의했다. 그런데 이때 내 강의를 들었던 제자 한 명이 우리 회사에 입사했다. 로봇을 아는 친구였고, 이 친구가 로봇의 기계와 제어부분을 채워줘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쩌면 로봇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을 고려한 로봇에 대해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람처럼 걷는 로봇,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로봇처럼 로봇의 기능에 집중하기보다는 로봇의 쓰임이나 활용에 관심을 갖고 사용자의 입장을 고려했기에 도슨트 로봇을 만들 수 있었다는 얘기다.
 

▲도슨트 로봇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는 최훈 대표. 책상에는 로봇 모형들이 보이고
벽에 걸린 화이트보드엔 스케줄이 가득하다.
ⓒ2013 HelloDD.com

2008년부터 도슨트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실용적인 로봇 개발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최 대표와 코어벨 직원들은 도슨트 서비스가 가능한 로봇은 코어벨이 개발한 로봇이 세계 유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실생활에 활용되고 있는 로봇을 보면 청소로봇, 장난감로봇 등 소형 로봇"이라며 "산업용 로봇을 제외한 대형로봇이 실생활에 활용되는 예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다. 그래서 해외 유명 매체에서 우리 코어벨의 도슨트 로봇을 소개하기도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코어벨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활약 중인 도슨트 로봇 초기 모델인 '아띠'를 통해 개선점을 파악하고 새로운 모델을 내놓기도 했다. 여러 기능이 새로워졌지만 새 모델이 기존 모델과 다른 점 하나는 빔프로젝터가 있다는 것이다. 그림 등의 전시물을 벽에 주로 거는 미술관의 경우 건물 벽에 도슨트 로봇용 모니터를 설치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도슨트 로봇 초기 모델(사진 왼쪽)과
개선된 새로운 모델. 
ⓒ2013 HelloDD.com

최 대표는 "빔프로젝터 기능을 탑재한 로봇이 미술관 벽에 관련 화면을 띄워 놓고 설명을 하게 된다"며 "예를 들어 피카소의 '게르니카'라는 작품에 대해 설명한다면 당시의 시대 상황을 말해주는 뉴스나 동영상 등을 빔프로젝터를 통해 비어 있는 벽에 투영해 설명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꾸준하고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코어벨은 지난 12월 '2012 로봇대상' 시상식에서 주관기관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코어벨은 이런 주변의 인정에 힘입어 도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어벨이 추진 중인 또 다른 프로젝트는 바로 도슨트 로봇 기능을 전동휠체어에 옮기는 일이다.

최 대표는 "유럽에서 복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걸 봤다"면서 "우리나라도 의식 수준이 발전하면서 장애인이나 고령자를 위한 서비스 수요가 늘어났다. 도슨트 로봇 기능을 전동휠체어에 탑재하면 몸이 불편한 분들에게 정말 좋을 거란 생각에 추진하게 됐다"며 새로운 프로젝트 추진 배경을 소개했다. 천안에 있는 한 제작업체와 협력해 도슨트 로봇 기능을 전동휠체어에 탑재하는 일을 하면서 최 대표는 이의 제품화와 보급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에는 메세나 회의에도 참여했다. 메세나란 기업들이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활동의 총칭이다. 최 대표는 이 메세나 활동의 하나로 도슨트 로봇 기능 전동 휠체어를 보급하는 사업을 메세나협의회 관계자에게 제안했다.

그런가 하면, 최 대표는 올해 로봇암을 이용한 소포 자동 분류 로봇 시스템을 우체국에 보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중소 공장에서 부품을 옮기고 나르는 심부름꾼 로봇의 개발도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고자 계획 중이다. 여러가지 계획들로 지금보다 더 바빠질 올 한해를 생각하며 얼굴이 상기된 최 대표는 "프랑스의 한 수도원 장비 담당자가 4개국어를 동시에 서비스할 수 있는 도슨트 로봇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고 하기도 했다. 지금 한창 시험 중이다"라고 말하며 "기능이 좋은 로봇뿐 아니라 사용자 관점에서 실용화된 로봇을 구현하는 게 목표"라고 역설했다.

로봇기술만 있었다면 박물관 문턱을 넘기 힘들었을 거라는 최 대표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도슨트 로봇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걸 찾아가서 만든다는 모토로 계속 앞서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도슨트 로봇이 가까이 다가가면 저절로 충전되로록 만든 로봇 배터리 충전기. ⓒ2013 HelloDD.com

▲코어벨이 우체국 보급을 계획하고 있는 소포분류 로봇. 바코드 인식으로 소포를 분류하게
된다.
ⓒ2013 HelloDD.com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