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눈속임 안 통해" 美 부품기업과 10년 인연
연말까지 유럽·중미 등 자동차베어링 납기 줄줄이

"멕시코 물량을 먼저 작업하고 바로 폴란드 건 시작하겠습니다." "미국과는 내가 협의할 테니 납기 맞추는 데만 최대한 신경쓰세요." 기다리는 사이 본의 아니게 임원실에서 흘러나오는 대화를 엿듣게 됐다.

한성엔지니어링(대표 전병문)은 대덕테크노밸리에 있는 금형 전문기업이다. 2000년 대덕구 대화동에서 설립된 뒤 2008년 벤처기업 등록과 함께 현재의 위치로 공장을 이전했다. 대전 지역 금형업계가 내수시장을 놓고 부천·창원 등지의 집적화단지는 물론 중국의 저가공세와도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인 만큼 '수출' 소리에 귀가 번쩍 뜨인다.

금형 및 기계설계와 제작, 정밀부품 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한성엔지니어링은 창업초기 맺은 미국 자동차부품 회사인 페더럴 모굴(Federal Mogul)사와 인연을 10년 넘게 지속하며 금형기업으로는 보기 드물게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페더럴 모굴의 미국 본사를 비롯 인도, 폴란드, 멕시코 등 각 대륙별로 산재해 있는 공장으로 한성이 가공한 자동차베어링 부품과 자동화기계 등이 납품된다.

한성의 정밀부품은 페더럴 모굴사의 차부품에 장착된 뒤 다시 GM·크라이슬러·폴크츠바겐 등 굵직한 자동차브랜드로 들어간다. 앞서 전 대표와 직원이 나눈 대화는 올해말까지 납기를 맞춰야 하는 10억원 상당의 수출제품 생산 일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각 자동차회사의 신차 출시 시즌이 우리에게도 가장 바쁜 시기"라는 게 전 대표의 설명이다.

▲전병문 대표.  ⓒ2012 HelloDD.com
전 대표는 "수출제품은 결제가 확실한 만큼 국내에서처럼 임시방편이 절대 통하지 않는다"며 "정 급하게 납기를 맞추느라 제품이 완벽하지 않을 경우에는 차라리 자수하는 편이 서로의 신뢰관계를 위해 더 낫다"고 강조한다.

바쁘게 작업을 하다 보면 최초의 설계와 다른 치수로 가공이 되는 경우도 있고 불량률도 늘 수밖에 없다. 전 대표는 "최상의 납기가 회사 목표인 만큼 바쁜 경우 일단 납기를 맞추는 쪽으로 작업을 강행한다"며 "대신 눈속임으로 피하려 하지 않고 급해서 이렇게밖에 못했으니 쓸 수 있으면 쓰고 안 되겠으면 손해를 감수할 테니 돌려보내라고 한다"고 말했다.

전 대표와 함께 일하는 16명의 한성엔지니어링 직원들은 대부분 연차가 오래 됐다. 10년 이상 직원이 4명, 나머지도 대부분 5년차 이상의 장기근속자들이 많다.

전 대표는 "저 역시 현장 출신으로 직원들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한다"며 "함께해온 직원들이 집 사고 차 사고 가족 꾸리는 모습이 사업의 가장 큰 재미"라며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해외 주문량이 밀릴 때는 대전 지역 금형기업들의 손도 자주 빌린다는 전 대표는 "금형기업들의 협동화단지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대전금형RIS사업단(단장 조재흥)가 추진 중인 집적화단지 조성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전 대표는 "대전 금형기업들의 네트워크가 초기 단계인 만큼 여러 어려움들이 있겠지만 서로 장단점을 잘 살려서 도움을 주고 받는다면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와 한성엔지니어링 직원들이 수출 금형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2012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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