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종배 대통령과기비서관 "안전 우선이 가장 좋은 원자력 정책"
"한국 원자력기술은 세계 최고…2030년까지 20기 건설 계획 변함없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며,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최종배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은 지난 2월 발생한 고리원전 사고 은폐 사건에 대해 원자력 분야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 가장 나쁜 사례였다고 설명했다.

그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원자력 정책은 안전이 가장 우선된 기술이다. 최 비서관은 "일부 사업자나 한국수력원자력에서는 운전 실적으로 평가를 받기 때문에 안전상에 크게 문제가 없다면 일단 돌려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며 "이에 정부는 안전문화를 성숙하게 하기 위한 방안을 전방위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으로 임명된 최 비서관은 과학기술 전반 업무에 대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 자체는 경제, 환경, 국토 등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어 세부 분야마다 각기 비서관이 따로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비서관은 국가가 행하는 R&D(기술개발)에 대해 관리한다. 주요 관리 분야는 원자력이나 우주항공과 같은 거대과학이며, 특히 기초과학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 가운데 최 비서관이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원자력 분야다.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원자력은 여러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 전력을 만들어내는 발전은 물론 방사선을 이용한 진단 및 진료에도 활용된다"며 "특히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 기술은 완전히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으로 자리 잡았다.

해외 수출까지 이뤄냈으니 사실상 세계적인 인증을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대중에게 퍼뜨리기 위해 노력 중인 그에게 지난 고리원전 사고는 뼈아픈 실책이었다. 최 비서관은 "고리1호기 사고를 계기로 다들 종전보다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며 "그 결과 사업자 평가를 운전실적으로 평가하던 기존의 평가기준이 문제로 떠올랐다. 때문에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은 평가항목 중에서 안전문화에 역행하는 사항을 배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는 말이었다.

최 비서관은 당연한 이 말을 인터뷰 내내 계속 반복했다. "후쿠시마 원자로와 똑같은 원자로는 우리나라에 없지만, 후쿠시마 원전 설립에 이후 우리나라에서 건설된 고리1호기나 월성1호기는 현재 기술에 비해 오래된 기술이다.

건설 당시 예상치 못했던 안전조치를 위한 설비들이 부족한 면이 있다. 이들 시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후쿠시마 직후 약1조를 투자해 각종 안전 보완 조치를 했다. 또한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기술들을 신규 원전에 반드시 적용하는 조치를 취했다. 덕분에 우리나라 원자로의 안전 부분은 상당히 많이 개선이 됐다. 후쿠시마는 안전설비는 물론 자연재해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다.

우리도 급작스런 자연재해에도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체르노빌과 같은 대형사고의 대부분은 설비가 아닌 인적사고인 경우가 많다. 실수 또는 인위적인 사고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러한 인적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교육 및 철저한 인적관리를 시행할 계획이다.

"교과부 전략기술개발관과 원자력정책과장, 한국원자력산업회의 이사 등 원자력 분야에서 오랫동안 정책업무를 수행해 온 최 비서관은 우리나라가 지금의 원자력 발전 정도를 갖추기까지 원자력 분야의 기술 개발과 국제 협력 사업에 큰 주안점을 두고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과학기술부 전략기술개발관 시절 추진했던 원자력 관련 지원 사업은 크게 두 가지였다.

원자력 분야의 기술 개발과 국제협력 사업이었다. 원자력 분야에서의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며 "원자력 분야 자체가 거대과학이므로 많은 이들의 전문지식이 집약돼야 하며, 군사적으로도 쓰일 수 있다는 양면성으로 인해 국제적으로 민감하게 여기는 분야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체결한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르면, 미국과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국내에서도 자율적인 핵 연구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 비서관은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와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최 비서관은 "지난 2011년 초 우리나라는 미국과 원자력 발전 후 남은 핵연료를 처리해 다시 원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의 공동 연구 협약을 추진했다"며 "우리는 파이로프로세싱 개발 공동 연구를 통해 사용후핵연료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반영구적으로 우라늄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할 때 원자력은 세계 수준에 근접해 있다. 1959년 이승만 대통령이 처음 시작했던 원자력연구는 꾸준히 자체 개발을 지속해 온 덕분에 웬만한 기술은 앞서갈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앞으로 원자력계에서 집중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우선 일상생활에 쓰일 수 있는 방사선 기술을 개발해서 국민에게 조금 더 다가가는 원자력 연구가 됐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발전 후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떤 형태로든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으면 좋겠다.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현재 발전에 사용되고 있는 우라늄은 전체 우라늄의 1% 정도. 재활용이 가능해질 경우,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으로 바뀌어 활용하지 못했던 우라늄238을 전기 분해해 우라늄을 뽑아내 다시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우라늄의 활용도가 지금의 100배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석유나 석탄이 고갈되듯 우라늄도 고갈이 되는데, 그 시점을 거의 반영구적으로 늘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미국과의 파이로프로세싱 공동연구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원자력과 관련된 신규 시설 및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2030년까지 매년 한 기씩 약20기를 추가로 지을 계획"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속도에 맞추려면 최소 매년 원자력발전소 한 기에서 만들어내는 정도의 전기 양이 필요하다"며 "발전 분야에 있어 매우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연구도 물론 매년 약2000억 원 정도 지원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고 피력했다.

원자력발전소의 해외 건설 계획도 일사천리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오는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두 대의 발전소를 해외에 건설하게 된다. 그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추가적으로 발전소를 더 짓는다는 입장이므로 주시하고 있다"며 "요르단에도 연구용 원자로가 수출됐다.

수차례의 원자로 수출과 계획은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 기술이 세계적으로 앞선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밝혔다. 원자력 에너지가 국민 친화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과학자들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도 견지했다.

최 비서관은 "최근 원자력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많은데,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보다 국민 친화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원자력은 전 세계적으로 민감한 분야이기 때문에 국가의 방향과 매우 밀접하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연구에만 몰입할 것이 아니라 관련 정책에도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 앞으로 100년간은 국내 에너지 공급에 대부분은 원자력이 활용될 것"이라며 "인생을 걸고 투자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분야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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