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인 화학연 박사 '육불화황가스 분리·농축·정제' 핵심기술 개발
제조공정 실험성공,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 '반색'…기술이전 한창

북극 해빙이 또 줄었다. 가속되고 있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다. 온난화 문제가 지구촌 모두의 숙제로 부각 된지 오래다. 일본, 유럽 연합 등 선진국은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3차회의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규정을 담은 교토의정서를 채택하는 등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교토의정서에서 감축 대상으로 선정한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과불화탄소(PFC), 수소화불화탄소(HFC), 육불화황(SF6) 등의 여섯 가지. 이중 가장 많이 발생되는 온실가스는 단연 이산화탄소다.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다. 발생량뿐만 아니라 온난화지수다.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메탄은 21배, 아산화질소는 310배에 달한다. 그리고 육불화황 가스(이하 SF6 가스)는 2만4000배로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특히 SF6가스는 전봇대의 변압기 절연충전재로 사용되며 반도체분야 식각 및 세정제로 사용되고 있어 앞으로 사용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 강국 한국에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해결 방법이 마련될 전망이다.

한국화학연구원 환경자원공정연구센터의 박유인 박사가 최근 분리막과 흡착제를 이용, SF6가스를 분리하고 농축정제할 수 있는 핵심 기술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및 LCD 제조기업의 요청에 의해 LCD제조공정 라인에 설치, 현장실험까지 완료한 상태다. 지금은 특허 출원과 기술이전을 위해 관련기업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강국 한국에 꼭 필요, 앞선 기술로 한번 탈락하기도

"지금은 과제 중 1단계 3년을 마치고 2단계가 끝나가는 중이지만 2007년 처음 지식경제부에 과제신청을 했을 때만 해도 SF6가스와 같은 비이산화탄소 저감기술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저감기술의 중요성과 그 필요성 등 이해시키는데 무척 힘들었죠. 지금은 지경부뿐만 아니라 환경부, 교과부 등 정부부처에서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과제들을 다양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박 박사는 지난 시간이 생각났는지 "모두에게 생소한 SF6가스였으니 당연했다"고 회상했다. SF6가스는 가볍고 절연성이 우수해 고압변압기의 절연체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물리·화학적 안정성으로 반도체와 LCD 공정에서 이산화실리콘 같은 불필요한 물질을 화학적으로 제거하는 작업의 세정제로 많이 사용된다.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는 SF6가스 사용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사용량은 2000만톤(CO² eq.)으로 연간 11.1%씩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공정이 까다로운 반도체 및 LCD제조공정 특성상 이를 다른 물질로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러다보니 배출되는 SF6가스를 모아 1300도 이상의 고열에서 연소시켜 대기로 배출하는게 전부였다.

박유인 박사는 "지구온난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배출 규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는 실정으로 정부와 관련산업에서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SF6가스가 안고 있는 또다른 문제는 고가라는 것. SF6와 같은 불화가스의 원료가 되고 있는 형석의 매장량도 한정돼 50년 이후면 고갈될 자원이다.

반도체 기업에서는 대체 물질을 개발하고 있지만 반도체 공정은 민감해 수율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현장라인에 쉽게 적용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분리막 분야를 연구하던 박 박사는 이런 문제를 간파하고 2007년 '불화가스 분리와 농축정제'기술 개발을 과제로 정부에 제안했다.

결과는 탈락. 당시만 해도 SF6가스에 대한 인식조차 제대로 안돼 문제의 심각성을 누구도 공감하지 못했다. 이듬해 관계자들이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박 박사의 과제도 빛을 보게 됐다.

◆대기업 의뢰에 실험 성공, 특허와 기술 이전 준비 중
 

▲박유인 박사가 개발한불화가스(PFC, SF6) 분리농축  및 정제 시스템. ⓒ2012 HelloDD.com
박유인 박사가 개발한 'SF6가스 분리·농축·정제' 기술은 분리막과 흡착제를 이용해 저농도의 폐SF6가스를 분리농축하고 정제할 수 있는 핵심기술이다.

즉 반도체 폐가스라인에 분리막 농축장치를 설치하여 대량의 폐가스 중 SF6가스만 포집한다. 그 결과 기존 처리기술인 연소방식 설비의 규모가 작아져 사용연료 감소 등 그 운전비용도 그만큼 절감할 수 있다.

지난해 그의 기술 개발 소식에 국내굴지 대기업인 모 반도체 기업에서 10배정도 농축처리를 의뢰해 왔다. 반도체 공정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실험가동에 성공해야 했다. 박 박사는 현장시험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분석시험을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했다.

실험 결과 0.1% 희박농도의 SF6가스를 14배 수준인 1.4%까지 농축할 수 있었다. 회수율도 96%이상을 달성, 의뢰한 기업에서 만족해 하며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현재 특허출원과 기술 이전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분리막과 흡착제를 이용해 단순 농축단계를 넘어 0.05~0.1%의 저농도 폐SF6 가스를 97%이상의 고농도로 농축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마무리 단계다.

이 기술이 완료되면 단순히 연소시켰던 폐SF6 가스를 중전기기인 변압기의 절연체로 재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자원 순환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반도체 및 LCD 공정 중 나오는 폐가스는 여러 성분이 포함된다. 따라서 사용한 분리막 및 흡착제에 악영향을 미쳐 사용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박사에 의하면 분리막 손상여부를 확인했지만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얻었다. 당시 사용했던 분리막 및 흡착제는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박 박사는 "이 기술은 자원순환기술로 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무엇보다 고가로 최근까지 전량 수입하던 SF6가스를 재사용함으로써 수입대체 효과가 크다"며 "국내의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LCD제조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이번 연구 결과의 의미를 밝혔다.

응용기술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최근 SF6가스의 규제가 강화되자 대체제로 6대온실가스에 포함되지 않은 삼불화질소(NF3)가스의 사용량이 늘고 있다. NF3가스에 대해 박 박사는 "이는 온난화지수가 이산화탄소의 1만7200배로 향후 온실가스와 관련해 규제 대상가스 영순위다"며 "앞으로 5년 이내에 불화가스 처리시장 규모가 3000억원 이상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로 말했다.

박 박사는 이어 "자원순환 기술이 각 분야에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발이 완료되면 2020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저감 목표인 2005년 대비 4% 감축이 가능할 것"이라며 파급효과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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