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졸업생·재학생 창업 '위클레이' 무료앱 '써클' 출시
출시직후 다운횟수 1위 차지…"우리 무기는 상상력·기술력"

지난 7월 18일, 애플 앱스토어에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이 등장했다. 이 앱은 시범 출시되자마자,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눈길을 끌더니 마침내 7월 넷째 주 무료 앱 부분 1위를 차지했다. 짧은 기간동안 스마트폰 유저들을 사로잡은 이 앱은 고화질의 무료 영상·음성통화 앱인 'Circle(이하 써클)'이다. 

무료 영상·음성통화 앱 '써클'은 KAIST 전산학과 졸업생과 재학생들로 이루어진 벤처기업 '위클레이'가 내놓은 앱이다. 

"전세계에 동시에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실 시범 서비스가 테스트인 셈인데, 여러 의견을 주는 분들도 있고 피드백이 다양하다. 고마운 일이다."

'위클레이'의 윤주현 대표는 '써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정식서비스 전까지 새로운 기능 추가와 기존 기능 업그레이드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KAIST 전산학과 선후배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벤처기업 '위클레이'는 지난 2009년 3월에 설립됐다. 그 당시는 리먼사태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야말로 불안한 시기였다. 

그런 때에 윤 대표는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된 것일까? 

당시엔 정말 막막했다는 윤 대표는 "넥슨에서 장기간 근무하던 중 요직에 계시는 잘 알고지내던 친구 아버지께서 창업을 권유하셨다. 후원도 해주기로 하셔서 창업을 결심하고 함께 할 사람 15여명을 모았다. 그런데, 국내외 상황이 어려워지자 말이 바뀌었다"며 "정말 난감했다. 입사시험에 합격하고도 그 회사에 안 간 친구도 있고, 저를 믿고 취업 준비를 하지 않은 후배도 있었다"고 말했다. 

창업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자신을 믿고 자신에게 미래를 담보했던 이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는 윤 대표. 자신의 말을 책임지기 위해 그동안 벌어두었던 돈으로 인건비를 지불하며 투자자를 찾아다녔다. 2008년 가을에 창업하기로 했던 계획을 미루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 것이다. 

"사실 지능적인 보안솔류션 개발이라는 사업계획을 갖고 창업을 추진했었다. 창업금액으로 20억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고... 모든 게 어그러지고 지인 가운데 저를 믿어주는 한 분을 찾아가 2억원을 투자받게 됐다."

당초 계획한 창업금액의 1/10밖에 되지 않는 금액으로 창업하게 된 윤 대표는 그 곁에 남은 7명과 함께 2009년 3월 창업하기에 이르렀다. 

◆ 직원들 단련 위해 미국행 시도…"부사장 영입 후 세번째 도박했다"
 

▲윤 대표와 송 부사장이 직원과 함께 의논을 하고 있다. ⓒ2012 HelloDD.com

창업을 했다고 어려움이 끝난 건 아니었다는 윤 대표는 "어찌 보면 창업 자체가 기적이다. 사회 경험이 전혀 없는 후배들은 학교 보고서 쓰듯이 문서작성을 했고, 영수증 챙겨오는 것도 몰랐다"며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르쳐야 할 지 모르겠더라.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토로했다. 

보안솔루션 개발이라는 사업계획을 무기한 연기한 채 이런 저런 소규모 과제들을 해오던 윤 대표는 세 번째 도박을 감행했다. 

"많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을 믿고 처음 창업을 계획했던 게 첫번째 도박이고, 계획이 잘못 됐는데도 창업을 한 게 두번째 도박, 세번째 도박이 미국으로 떠난 것이다."

사업이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미국행을 결심했다는 윤 대표, 그는 모든 직원들이 자신만 쳐다보는 걸 보면서 이래선 안되겠다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직원들을 프로로 만들기 위한 극약처방과 동시에 미국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그 준비를 위해 미국행을 택한 윤 대표는 때마침 구세주와도 같은 한 사람을 만났다. 

같은 전산학과 선배인 송인권씨. 윤 대표는 당시 박사과정 마무리 단계였던 그를 기술이사 겸 부사장으로 영입해 또 다른 가능성을 엿볼 기회를 만들었다. 

송 부사장은 위클레이 합류 당시를 두고 "기본적으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라 낯설지 않았다. 굉장히 재미있는 아이템을 기획하고 있었고, 구성원들이 그 아이템 실현을 가능케 할 만 한 열정과 실력을 갖췄다고 생각했다"며 "이들과 함께라면 내가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겠다 싶어서 합류를 결정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위클레이와 함께 하게 된 송 부사장은 기술력 부분을 견고하게 다지기 시작했고, 윤 대표는 그런 송 부사장을 믿고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행 비행기에서도 결코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는 윤 대표는 "떠나면서 직원들에게 나한테 물어보는 메일도 보내지 말라고 하고는 메일 주소도 바꿨다"며 "그런 후에 미국에서 저는 저 나름대로 힘겨운 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낮에는 미국에 있는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밤시간과 주말에는 '위클레이'의 일을 하는 이른바 '투잡족'으로 이중생활을 했던 것이다. 

갓 나은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뜨리는 사자처럼 윤 대표는 직원들이 개발자로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혹독하게 트레이닝시켰고 한편에선 송 부사장이 직원들을 다독이며 격려했다. 

송 부사장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두 가지를 병행했다며 "하나는 어린 친구들이다 보니 자존심은 높은데 자신감이 없었다. 그래서 실수는 물론 질책했지만 특별히 문제되지 않는 부분에서는 격려와 칭찬을 많이 해줬다"고 강조했다. 

칭찬과 격려로 직원들의 자신감을 높이는 한편, 송 부사장은 기술적인 부분을 철저히 챙기면서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것들은 모두가 함께 얘기하며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렇게 내실을 다져가던 '위클레이'의 노력은 지난해 봄 무료 영상·음성 통화 앱인 '써클' 개발을 시작하면서 결실을 향해 한발짝씩 나아가기 시작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앱 개발에 임한 결과, 올 7월 '써클'을 내놓기에 이르렀고, 시범서비스 일주일만에 앱스토어 무료 인기 앱 1위에까지 오른 것이다. 

하지만 윤주현 대표와 송인권 부사장을 비롯한 위클레이 직원들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정식 서비스 전까지 혹시나 생길 수 있는 모든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오늘도 열심이다. 

◆ '써클'은 시작에 불과, 기술로 전쟁준비…"기술력으로 날 세워 진정한 혁신 할 것"
 

▲무료 영상·음성 통화 앱 '써클'의 안드로이드폰 실행 화면. <사진='위클레이' 제공> ⓒ2012 HelloDD.com

지난 7월 '써클'의 시범서비스를 실시한 이후 정식 서비스 오픈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윤 대표는 "아직 무기의 날이 덜 서있다고 말할 수 있다. '써클' 시범서비스를 이용하고 계신 분들이 테스터 혹은 모니터 요원이기도 하다"며 "이용자분들이 적극적으로 테스트에 임해주시기도 한다. 덕분에 더 좋은 기능을 추가한 '써클'로 정식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써클'은 기존 통화망에서 벗어나 인터넷망을 통해 무료로 영상 혹은 음성 통화를 할 수 있는 앱이다. 따로 가입할 필요 없이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 랜덤으로 고유식별번호(pin번호)가 부여된다. 물론 이 pin번호는 본인이 원하는 번호로 바꿀 수도 있다. 

번거로운 가입과정이 없고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없다는 장점 외에 '써클'의 또다른 장점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은 물론이고 맥OS가 탑재된 매킨토시 컴퓨터나 윈도OS를 사용하는 PC에서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써클'의 장점을 소개하며 윤 대표는 "노트북에 '써클'을 깔아놓으면 집에 휴대전화를 놓고 와도 '써클'을 통해 노트북으로도 통화할 수 있다. 해외에 갈 때도 로밍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시범 서비스 중이라 사용자가 너무 많아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사용자가 너무 많아지면 프로그램 수정이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앞으로 정식 서비스를 하게 되면 pin번호도 더 쉽게 만들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국어를 비롯해 중국어, 일본어로도 pin번호를 삼을 수 있게 해서 이름이 전화번호가 될 수도 있고 문답식 전화번호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숫자만이 아니라 문자로도 pin번호을 구성할 수 있게 되면 이메일주소를 pin으로 삼아서 영원히 내 번호로 쓸 수 있게 된다고도 말한 윤대표는 "이런 모든 서비스를 가능케 하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 중"이라며 "기존 통신방식과 기술로도 붙어보고, 정책으로도 붙어보고 싶다. 우리 나름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라고 언급했다.

당찬 도전을 시작한 위클레이의 윤 대표는 "아직은 저희 무기가 부족하다. 통화품질이 좋아야 하는 게 아니라 완벽해야 한다. 사용해본 분들이 통화품질이 어디어디보다 좋다는 말씀을 해주시는데, 더 다듬고 있는 중"이라며 "하지만 '써클'에는 실제로 기술력 부분에서 세계서 제일 좋다고 할 만 한 기술도 들어가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창업을 계획할 당시의 목표였던 보안 솔루션 개발에 대해 묻자 윤 대표는 "지금으로썬 홀드된 상태다. 하지만 언젠가는 할 것이다. 써클을 기반으로 해서.. 써클로 돈 벌 생각은 없고 벌어서도 안된다는 생각"이라며 "정식 서비스를 해도 무료앱, 착한 앱으로 남을 예정이다. 단, 써클을 이용해 할 것들은 많다. 하지만 아직 공개는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송 부사장은 윤 대표의 얘기를 들으며 "위클레이의 성장동력은 바로 이런 것이다. 우리 조직의 좋은 점은 대표가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이다. 정책수립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는 데 있어서 구성원 간에 개념이 잘 통한다"며 "아이디어는 뜬구름처럼 시작되지만 기술을 아는 대표가 있고 기술력을 뒷받침하는 조직이 있어 아이디어를 가능케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고가 높았던 2009년, 창업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힘겨운 시절을 겪었던 '위클레이'는 이제 그 힘든 상황을 젊음과 패기, 도전으로 넘어서 조금씩 업계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에 7명, 미국에 3명의 직원과 함께 본격적인 출격을 앞두고 있는 '위클레이'는 조만간 법인 설립을 할 예정이다. 자신들의 미래를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가고 있는 '위클레이', 이들이 꿈꾸는 미래의 '위클레이'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윤 대표는 "말만으로 혁신이라고 하지 않는 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나라 SW는 우리가 갖다 써도 우리나라 SW를 외국서 쓰는 것은 거의 못 봤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마케팅도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그만큼의 기술력이 있는 지 돌아봐야 한다"며 "때문에 우리는 더욱 기술력을 키울 것이다. 그렇게 기반을 다져서 우리가 잘 하고 또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진정한 혁신을 위해 당찬 도전을 이어가는 '위클레이', 이들의 앞날이 기대된다.
 

▲'써클'의 맥pc실행 화면(사진 왼쪽)과 윈도우pc 실행 화면. ⓒ2012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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