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코헨 스탠포드 교수, 20일 생명연 방문해 학술 강연 진행
"한국 학생들 모두 뛰어난 과학자…향후 과학 발전 기대가 크다"

현대 유전공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스탠리 코헨 스탠포드대학교 교수가 유행만 쫓는 현재의 연구 트렌드에 대해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많은 과학 꿈나무들이 미래 트렌드에 따라 전공을 이리저리 바꾸는 데에 대한 일침이었다.

20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방문한 코헨 교수는 "열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분야에 매진해야 한다. 무엇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지, 내가 그 분야에 흥분할 수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며 "미래를 내다보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회하기 전에 하고 싶은 연구를 찾는 게 중요하다. 그 분야에 자신이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을 하는 게 옳다"고 조언했다.

코헨 교수는 1973년 허버트 보이어(Herbert Boyer)교수(UC 샌프란시스코대)와 함께 폴 버그(1980년 노벨화학상 수상)교수의 연구를 발전시켜 '유전자 재조합 DNA 기술'을 공동 개발한 업적으로 현대 유전공학의 창시자로 불려왔다. 이 기술의 핵심인 재조합 DNA는 특정 유전자를 잘라 다른 DNA 운반체에 삽입하여 만든 새로운 유전물질을 말한다.

이 기술은 지난 40여 년 동안 모든 생물학 연구 분야 및 생명과학기반 산업, 제약회사 등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핵심 연구 기술이다. 이 기술을 통해서 그동안 바이오 분야에서 인슐린 등의 의약품의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코헨 교수는 이 기술을 특허 출원해 스탠포드대학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특허사용료를 거둬들이기도 했으며, 코헨-보이어 특허라 불리며, 바이오 분야의 특허 라이센스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가 유전공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유전공학을 창시하고자 하는 원대한 목표나 포부도 없었다. 그저 기본적인 생명체 활동인 박테리아들이 항생제에 왜 저항을 하는지에 대해 궁금함을 가졌을 뿐이었다. 코헨 교수는 "기초적인 궁금증이었다. 요즘 사람들을 보면 실용적인 연구나 돈이 되는 연구에만 관심을 많이 갖는다.

돈이 되는 연구가 진행되려면 기초연구가 기반에 깔려 있어야 한다"며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에서 기초연구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가 집중한 분야는 한 가지가 아니었다. 유전자 조종 컨트롤 부분에 대한 연구를 주로 진행해 온 코헨 교수는 여러 질병에 통틀어서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광범위한 질병 치료에 쓰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대의가 그의 마음에 늘 자리잡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앞으로의 과학 발전에 대한 기대가 무척 크다고도 말했다. "미래의 과학에 대한 기대가 크다. 과학을 발전시키는 데 일조를 할 계획이다. 또한 과학 꿈나무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과학 교사들이 많이 필요하다. 원래 나의 꿈은 물리학자였다.

고등학생 때 물리학에 흥미를 가졌었다. 그러나 뛰어난 생물 선생님을 만나서 그 분야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유전학으로 전공을 변경한 후 40년 째 계속 연구하고 있다. 학창 시절에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자신의 진로가 결정된다.

뛰어난 과학 교사들이 필요한 이유다." 코헨 교수의 이번 방문은 코헨 교수와 유학시절 사제관계를 맺었던 바이오합성연구센터의 김광선 박사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코헨 교수는 "이 자리에도 있지만 한국 학생들은 모두 뛰어난 과학자였던 것 같다. 함께 연구한 모든 한국인 학생들은 학자로서, 과학자로서 인간으로서 다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평가했다.

코헨 교수에 따르면 총 5명의 한국 학생들을 가르쳤거나 가르치고 있는데, 3명은 과정을 끝낸 후 한국에서 과학자와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두 명은 포닥 과정 연수 중에 있다. 그동안 한국에 여러 번 초대를 받았음에도 건강 이유로 오지 못했다는 코헨 교수는 건강에 대한 자신만의 비결을 밝히기도 했다.

1935년 생으로 올해 78세인 그는 "건강은 선천적 유전자와 현대과학의 발전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다. 학생들과 늘 함께 지내기 때문에 젊음의 기운도 받는 것 같다"며 "연구를 함에 있어서 체력은 절대적이다. 연구소가 3층에 있는데, 늘 계단을 이용해 걸어다닌다.

그런데 학생들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코헨 교수는 이날 생명연을 방문해 'Looking Ahead after Four Decades of Biotechnology: Host-oriented Approaches to Infectious Disease'라는 제목으로 기조 강연을 진행했다.

코헨 교수는 재조합 DNA 기술 최초 발명부터 병원성 미생물의 생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기술 개발 연구에 대한 내용을 발표했으며, 이와 더불어 구제역 바이러스와 탄저균 같은 병원성 균주 또는 바이러스들이 숙주에서 생장하기 위해 필요한 생체 분자의 기능을 규명하고, 이를 억제하는 인자를 탐색하는 방법론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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