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기술연구회 24일 이사회 열고 해임 논의 예정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원장이 불법 비자금 조성 등을 이유로 감사원의 해임처분 통보를 받은 것으로 밝혀져 연구현장에 파문이 일고 있다.

감사원은 12일 감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원장이 12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하는 등 비위가 현저해 박 원장의 임면권을 가지고 있는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에게 관련 법률 12조 1항에 따라 해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박 원장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부장급 연구원 4명도 정직 등 징계처분할 것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올해 초 박 원장의 비위 사실을 접수하고 출연연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고강도 감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8월말 감사내용을 감사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하고 후속작업으로 12일 관련내용을 교과부와 기초기술연구회에 통보했다. 감사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비위 내용은 연구원들 인센티브를 개인비자금으로 조성하고 부장급 연구원들에게 대외활동비 명목으로 금품수수 한 점 등이다.

연구원 규정에 따르면 임직원은 하위자에게 법령 및 규정을 위반하여 자신이나 3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지시를 해선 안되며, 직무관련 임직원으로부터 금전·부동산·선물 또는 향응을 받아서는 안 된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KAIST 교수 출신으로 2008년 8대 기초연 원장으로 임명된 뒤 2011년 연임에 성공한 박 원장은 2009년 3월부터 당시 부장인 A씨 등에게 "기관운영을 위해 현금이 필요하다"면서 비자금을 마련토록 요구해 왔다.

박 원장은 감사를 받으며 "비자금 조성에 관해 연구원의 관행이고, 자신이 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음해세력에 불과하다"고 항변했지만, 감사원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 해임 결정은 기초기술연구회 소관…24일 결정

기초연의 상위기관인 기초기술연구회는 감사원의 해임 요청에 따라 오는 24일 이사회를 열고 박 원장의 해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 원장이 이번 문책과 관련해 소명 절차를 밟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당사자의 소명 기회는 법으로 보장돼 있지만, 감사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증빙자료 등 증거가 확보돼야 한다. 박 원장과 함께 '상납금품 조성 및 관리' 등의 이유로 정직 요청을 받은 4명의 부장급 직원들에 대한 인사절차는 이사회에서 박 원장의 거취가 결정된 후 진행될 예정이다.

기초연 관계자에 따르면 4명에 대한 징계절차는 감사원 권고사항을 참고해 기초연 내부의 인사위원회를 통해 진행된다.

◆ 연구현장·직원들…비리 근절 요구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과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은 성명을 내고 "박 원장의 비리는 출연연 40년 역사상 전무후무한 말 그대로 비리의 백화점"이라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이런 원장이 어떻게 연임할 수 있었는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또 노조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교과부와 연구회가 박 원장의 해임처분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검찰 고발 등 법적 조치해 진실을 명백하게 밝힐 것을 요구했다.

또 박 원장으로부터 접대와 뇌물을 받은 관련 공무원들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하고 기초연은 물론 다른 출연연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은 없는지 제대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기초연 관계자는 "이미 대부분의 직원들은 박 원장의 비리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며 "벌 받을 사람이 벌을 받는 것이다. 이번에 제대로 된 조치로 연구현장의 비리가 근절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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