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및뇌공학과 이은정·남호정 박사 일주일 간격으로 게재

KAIST(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출신 박사들이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지에 일주일 간격으로 연구 성과를 게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바이오및뇌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은정, 남호정 박사. 이들은 지난달 24일과 31일자 사이언스지에 연구 논문을 연달아 게재하는 쾌거를 올렸다. 두 여성과학자들은 이도헌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의 지도 아래 생물학적 문제를 대량의 데이터와 다양한 컴퓨터 기법을 이용해 분석하는 '바이오 정보학'을 전공했다.

이 박사와 남 박사는 각각 2008년과 2009년 KAIST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하버드 의대와 샌디에고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 박사는 하버드 의대, 배일러 의대, 브로드 연구소 등의 연구팀들과 공동으로 '점핑유전자(jumping gene)'라고 불리는 인간 유전체 내에 존재하는 트랜스포존(transposon)과 종양과의 관계를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과 바이오정보학 기술을 이용해 연구했다.

이같은 방식의 연구는 세계 최초 방식으로 연구팀은 종양 세포의 전유전체서열 데이터로부터 트랜스포존의 삽입 위치를 개별 핵산 단위 해상도로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인 Tea(Transposable Element Analyzer)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박사의 논문은 지난 6월 28일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먼저 게재됐으며, 이후 의학 및 생물학 분야 상위 2%의 중요 논문을 추천 및 평가하는 '천 명의 논문 검토자(Faculty of 1000)'들로부터 최고 점수인 10점을 받는 등 높은 주목을 받아 연구 가치를 입증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남 박사는 바이오정보학과 시스템생물학적인 접근 방식을 이용해 세포 안에서 대사활동에 관여하는 효소 단백질이 높은 특이성과 높은 효율성을 갖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이유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한편 두 여성과학자가 박사 학위를 받은 바이오및뇌공학과는 정문술 미래산업 창업주의 기부로 2002년에 설립됐으며, 바이오정보학, 뇌공학, 바이오영상, 나노바이오공학과 같은 학제 간 융합학문을 개척해 현재까지 164명의 석사와 65명의 박사를 배출했다.

바이오및뇌공학과는 특히 설립된지 10년 남짓한 소규모 학과임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나노선기반 세포내시경 개발(1월, 박지호 교수) ▲나노안테나를 갖는 테라헤르츠 발생기 개발(4월, 정기훈 교수) ▲단백질 분해조절 효소정보를 담은 바이오마커 발굴 시스템 개발(5월, 이관수 교수) ▲표적항암제 내성원리 규명(6월, 조광현 교수) ▲C형 간염 바이러스의 간 손상 기전 규명(9월, 최철희 교수) 등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박사와 남 박사의 지도교수이자 현재 학과장을 맡고 있는 이도헌 교수는 "연구를 하다보면 각자의 분야에서 해결하지 못한 난제가 다른 분야 전문가를 통해서 아주 쉽게 풀리거나, 혹은 이미 다른 분야에서는 해결돼 있는 것들이 많다"며 "이들 두 박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훌륭한 과학자를 배출해 작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최강의 바이오및뇌공학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 이은정 박사 연구내용

RNA를 매개로 지놈 상의 다른 위치로 트랜스포존 자신의 복사본을 삽입시키는 리트로트랜스포지션(retrotransposition)이라 불리는 메커니즘은 많을 경우 몇 천개 길이의 핵산을 무작위로 지놈 상에 삽입하므로 세포 내에 유해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는 생식세포나 배아발달 초기단계를 제외하고는 세포 내 다양한 방어기제에 의해 억제된다. 하지만 여러 유전자의 이상을 수반하는 암세포의 경우, 이 방어기제가 무너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한 트랜스포존이 재활성화 되어 암 발병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이 박사 연구팀은 종양 세포의 전유전체서열 데이터 (whole genome sequencing data)로부터 트랜스포존의 삽입 위치를 개별 핵산 단위 해상도로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인 Tea(Transposable Element Analyzer)를 개발했다. 대장암, 난소암, 전립선암 등의 50 여명의 환자로부터 얻어진 암세포 유전체를 같은 환자로부터의 얻어진 혈액세포 유전체와 비교 분석하여 200 여개의 암세포 중 특이하게 삽입된 트랜스포존을 검출하였다.

또한 유전자 발현, 돌연변이 정보 등 다양한 유전체 및 후성유전체 데이터와의 통합분석을 실시하였다. 흥미롭게도 암세포 특이 트랜스포존의 활성은 뇌종양과 혈액암에서는 검출되지 않았으며, 주로 상피세포 암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트랜스포존들은 기존에 알려진 몇몇 암 억제 유전자를 포함하여 암에서 돌연변이를 자주 일으키는 유전자에 유의하게 더 많이 삽입되며, 표적이 된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져 암 발병에 기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박사가 개발한 기법인 Tea는 독립적인 검증 실험에 있어 96%의 정확도를 보이며 현재 더 다양한 종류의 암과 환자 샘플에 대한 확장연구뿐만 아니라 다른 의생물학적 연구에도 응용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남호정 박사 연구내용

효소 단백질이란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화학반응에서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나 화학 반응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생체 촉매제의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효소 단백질이 높은 특이성과 높은 효율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효소 단백질이 특정 기질이나 특정 화학 반응에서만 높은 효율의 촉매 작용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생화학 교재들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이러한 효소 단백질은 효율적인 생명현상 조절을 위해 효율성과 특이성이 낮은 선조 효소 단백질로부터 효율성과 특이성이 높은 후대의 효소 단백질로 진화가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놀랍게도 37%의 현존하는 대장균 효소 단백질들이 진화가 이루어 지지 않아 낮은 효율성과 낮은 특이성의 속성을 유지한 효소 단백질이 있다는 것을 보고했다.

그렇다면 이렇듯 선조와 후대 효소 단백질이 동시대에서 함께 관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포 활동에서 중요하게 많이 사용되는 효소반응, 세포 생명현상 유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효소반응, 급격한 환경 변화 대응과 적응을 위해 필요한 효소반응의 경우에서 높은 효율성과 특이성을 갖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루어진다고 밝혀졌다.

이에 반해 세포 생명현상 유지에 중요한 역할은 담당하지 않는 효소 단백질의 경우 별도의 진화 단계를 거치지 않고 낮은 특이성과 효율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발견됐다. 특히 이번 연구는 대량의 데이터와 지식 정보를 통합하여 처리하는 시스템생물학 연구결과라는 점과 더불어 그 동안 간과되어왔던 현존하는 낮은 특이성의 효소 단백질을 재조명하고 효소 단백질 진화의 숨은 원인을 밝혀준 연구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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