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강봉균 교수팀, '시냅스' 수준 저장·유지·재구성 과정 밝혀
특정 기억 유지·삭제…외상후스트레스 등 정신질환 치료 기여 전망

▲서울대 강봉균 교수.
 
ⓒ2012 HelloDD.com
기억은 개체가 경험한 것을 저장·유지·회상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또 다양하게 재구성된다. 이러한 기억은 저장 기간에 따라 몇초에서 몇십 분간 유지되는 '단기기억'과 며칠에서 수십 년간 유지되는 '장기기억'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장기기억은 유전자 발현과 단백질 합성에 의해 시냅스의 구조가 변하는 이른바 '경화(硬化)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회상을 통해 떠올려진 장기기억은 재경화 과정을 거쳐야만 다시 안정적으로 저장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대 강봉균 교수팀은 이 재경화 과정이 이루어지려면 시냅스를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의 분해와 재합성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규명한 바 있다. 하지만 단백질의 분해와 재합성이 동일한 시냅스(synapse) 에서 일어나는지, 혹은 별개의 시냅스에서 일어나는지 여부는 그동안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5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서울대 생명과학부 강 교수팀이 이번에는 재경화 과정에서 단백질의 분해와 재합성이 모두 동일한 시냅스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바다 달팽이의 일종인 '군소'를 이용해 처음으로 규명했다.

뇌 신경세포의 연결부위인 시냅스 수준에서 기억의 저장·유지·재구성 과정을 밝힌 것으로, 이번 연구결과는 기억의 재구성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심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시냅스 수준에서 기억을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강 교수팀은 감각 신경세포와 운동 신경세포 사이 시냅스에 의해 저장되는 '민감화 기억'이 재경화될 때 단백질의 분해와 재합성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군소의 민감화 기억은 재경화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처리하는 ‘단백질 합성 저해제’로 지울 수 있다.
 

▲전기생리학적 방법에 기반한 시냅스에서의 연구 모식도 . ⓒ2012 HelloDD.com

연구팀은 단백질 분해 억제제와 단백질 합성 저해제를 함께 처리하면 단백질 합성 저해제에 의해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는 실제 기억이 재경화 될 때 동일한 시냅스에서 단백질 분해와 재합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증이 각인돼 민감해진 기억은 단백질 합성 저해제로 지울 수 있을 뿐 아니라 단백질 분해 억제제와 단백질 합성 저해제를 함께 써서 사라지지 않도록 조절할 수도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견해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기억을 저장할 때 동반되는 시냅스 경화과정의 조절 메커니즘도 규명했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억이 재구성되는 과정을 '시냅스 수준'에서 처음으로 규명한 것"이라며 "앞으로 특정 기억을 유지하거나 지우는 과정으로 응용되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정신질환 치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강 교수 주도로 이수현 박사와 곽철정·심재훈 박사과정생이 주도하고, 2000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이자 현재 에릭 캔델 美 컬럼비아대 교수가 참여했으며, 연구결과는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과학전문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바다달팽이의 행동실험과 시냅스에서의 전기생리학적
연구방법 모식도. ⓒ2012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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