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악당, 핵융합로 이용한 중성자폭탄으로 도시파괴 위협
김재현 핵융합연 박사 "폭약만 가져간 꼴…과학적으로 불가능"

고담 시를 사이에 둔 선과 악의 대결. 베트맨 시리즈의 완결판인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성공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바였다. 베트맨 비긴즈, 다크나이트로 연결되는 베트맨 완결판인 이번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올해 개봉됐던 어떤 영화보다 스펙터클한 장면을 만들어내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악역도 매력적으로 만드는 베트맨 영화의 특징을 그대로 이어가듯, 이번 영화에서는 조커로 상징됐던 베트맨의 악당이 베인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역대 최강의 악당으로 불릴만한 베인은 서서히 고담시를 장악하기 위한 음모를 드러내는데, 그들이 선택한 무기는 '폭탄'이었다. 고담시 전역은 베인 일당이 설치해둔 폭탄으로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된다. 폭탄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루. 하루만 지나면 고담시는 폭탄으로 인해 잿더미로 변하게 된다.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악역 '베인'.<사진=다크나이트 라이트 홈페이지> ⓒ2012 HelloDD.com

폭탄이 설치된 트럭을 추적하는 것과 동시에 지하에 갇혀 있는 동료들을 구출하기 위한 필사의 작전이 펼쳐지는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 그러나 군데 군데 과학적 오류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과학자의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폭탄'이다. 악당들은 클린에너지 프로젝트를 위해 개발된 핵융합로에 특정 물질을 끼워 중성자 폭탄을 만든다. 베트맨과 경찰은 이 폭탄을 빼앗은 뒤 해체하기 위해 핵융합로에 연결하려고 시도하는데, 여기서 드는 의문은 과연 핵융합로를 중성자탄으로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모든 폭탄은 기본적으로 기폭장치와 폭약으로 이뤄져 있다. 기폭장치는 폭탄을 터뜨리는 스위치 역할을, 폭약은 폭발력을 제공하는 연료 역할을 하게 되는데, 대개 폭발력을 제공하는 폭약이 무엇이냐에 따라 폭탄 이름이 정해진다. 다이너마이트는 니트로 글리세린을, 원자폭탄은 우라늄을, 그리고 수소폭탄은 수소를 폭탄에 폭발력을 제공하는 '폭약'으로 사용한다.
 

▲베트맨과 베인의 싸움.<사진=다크나이트 라이트 홈페이지> ⓒ2012 HelloDD.com

여기서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 폭탄에서 폭약만큼 중요한 기폭장치의 역할이다. 알프레드 노벨이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기 때문인데,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는 폭약인 니트로 글리세린을 규조토에 흡수시켜 고체 상태로 안정화시키는 대신 도화선을 기폭장치로 사용해 의도하지 않은 폭발의 위험을 없애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노벨이 발명한 건 폭약이 아닌 안정적인 기폭 방법이었다.

김재현 국가핵융합연구소 박사에 따르면 핵융합 반응을 폭발력의 원천으로 사용하는 수소 폭탄은 기폭장치로 소형 원자폭탄을 사용한다. 반면 지속적인 에너지원을 목표로 하는 핵융합로는 자기밀폐방식의 경우 외부 가열장치를, 관성밀폐방식의 경우 고출력 레이저를 사용해 핵융합 반응을 끌어내게 된다. 영화에서처럼 핵융합로 알맹이만 탈취하는 경우, 악당 베인은 '폭탄'에서 '폭약'만 가져간 꼴이라 터뜨리고 싶어도 터뜨릴 수가 없다.

김 박사는 '불가능하다'고 질문에 대해 답했다. 또한 그는 '핵융합 반응시 폭발의 위험성은 없는가'에 대한 질문에 "핵융합로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도록 주변에서 가열 장치들을 사용해 '지속적으로' 반응 조건을 맞춰줘야 한다"며 "만에 하나 폭발이 일어난다면 핵융합로 주변에서 반응 조건을 맞춰주는 장치부터 날아가버려 그대로 폭발이 멈춰버린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결과적으로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며 "핵융합로는 안정적인 수소를 에너지의 원천으로 삼고, 세심한 조절을 통해 핵융합 반응을 이끌어내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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