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해진 핵융합연 박사…"말동무 해주는 것도 교육기부"
자칭 '행복한 왕따'…"기부 활동이 출연연 문화로 정착됐으면"

김해진 국가핵융합연구소 장치기술개발부 박사의 눈에 비친 KAIST 학생들은 너무나 외로워 보였다. 그래서 점심이고 저녁이고 찾아가 무턱대로 말을 걸었다. 혼자 외롭게 길을 걷는 학생들이 대상이었다.

"지난해 1월달에 연구소에 들어왔어요. 그 시기에 KAIST에 안 좋은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매일 점심, 저녁때 마다 찾아갔죠. 혼자있는 학생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형이나 오빠처럼 대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도 해줬구요. 처음에는 '이 사람 뭐야'라고 생각하더니, 나중에는 받아들이더라구요. 이상한 사람으로 봤다가 KAIST 옆에 있는 핵융합연에서 온 박사라고 했더니 그래도 안심하더라구요." 점심 시간, 빵 하나 들고 KAIST 학생 식당 앞에서 서성대며 학생들을 찾아다녔다는 그의 말이 처음에는 믿겨지지 않았다.

생각만 해도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런 일이 일상과도 마찬가지였다. 김 박사는 "운이 좋아 MIT에 연구원으로 가게 됐던 적이 있었다.

그 곳에서 교육기부에 대해 배웠다. 그 곳은 그런 활동들이 자연스럽다"며 "공부를 하다가 시간이 나면 짬짬이 나눔을 실천했다. 아직 이쪽 문화와는 맞지 않지만, 그래도 이러한 문화가 언젠가는 자리잡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MIT에서 정립된 그의 교육 기부에 대한 가치관은 실제로 1997년때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농어촌 청소년 육성 재단에서 지원하는 장학생에 선정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에 대한 눈을 뜨게 됐다는 그는 "봉사활동을 하다 생각한 건, 우리가 받기만 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며 "사회에 나가면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치회를 만들고 봉사 활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그가 생각하는 교육 기부 범위는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 학생 상담부터 과외, 강의 등을 비롯한 '함께하는 모든 것'이 해당된다. KAIST 학생들의 불행이 자기 일같이 느껴진 것도 이러한 그의 생활 습관과 가치관에서 비롯됐다. 처음에는 경계했던 KAIST 학생들이 이제는 둘도 없는 동생들이 됐다. 대학생활을 건강하게 하고, 꿈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던 그의 행동들이 빛을 발하게 된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특이한 사람이었다. 직원들에게는 자기 일 하기에도 바쁠 시간에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참견하는 김 박사의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을 수 밖에 없었다.

최근 핵융합연 내 봉사단 명칭 공모에도 6개의 제안명을 제출했다. 연구소 내에서 진행하는 일에도 열심인 김 박사는 "다른 사람들이 휴식 시간 때 하는 일 대신, 이런 일들에 대해 생각한다"며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지 않는다. 살아가는 동안 같이 흘러갈 뿐이다"고 말했다. 물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연구할 시간에 뭐하냐'는 핀잔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더 조심할 수 밖에 없다는 김 박사는 "연구를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연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수인데, 교육 기부를 하면서 거기에서 많이 얻기도 한다"며 "대화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많다.

오히려 연구가 더 잘되는 느낌이다"고 설명했다. 늘 '행복한 왕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는 김 박사. 그의 바람은 교육 기부 문화가 출연연에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하는 것이다.

김 박사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교육 기부에 대해 어색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교육 기부를 한다고 하면 생색낸다고 생각한다. 의식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좀 더 기관 차원에서 문화화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진행해 나가야 한다.

그런 문화가 형성되면 출연연에 대한 인식도 전환될 것이고, 교육 기부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 연구자들이 연구 이외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맨 왼쪽 김해진 박사. 핵융합연 '2012 퓨전 스쿨 과학특강'에 참석했을 때 모습. ⓒ2012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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