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硏 지진연구센터, 지하수 이용해 서늘한 온도 유지
지하수 연중 14~16도…여름철 온도 저감효과 탁월 입증

여름의 무소불위 권력인 불볕더위가 연일 기승이다. 밖으로 한 걸음만 디뎌도 숨이 턱턱 막힐 정도다. 사람 잡는다는 더위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그 역시도 임시방편으로만 머물 뿐이다. 선풍기, 에어컨, 제습기, 쿨매트 등 더위를 식히는 냉방 상품들의 매출은 폭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본격적인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심각한 전력난도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과도한 에어컨 사용은 냉방병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안구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어 장기간 사용을 주의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더위 앞에선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그야말로 최악인 상황. 효과적인 대안 제시가 절실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하수가 더위를 물리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하수는 지하에 포화된 상태로 들어있는 물로 총칭된다. 지표에 내린 빗물은 지표로 흐르기도 하고, 토양 속에 스며들어 하천으로 유입되기도 하며, 일부는 지하에 침투해 암석의 틈이나 공극을 채운다.

지하수를 이용해 한 여름에도 서늘한 기온을 유지하고 있다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진연구센터. 이 곳은 냉난방장치인 히트펌프를 이용, 끌어올린 지하수를 배관을 타고 흐르게 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게 하고 있다.

지하수의 경우 일반적으로 연중 14도에서 16도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 한 여름철에는 온도 저하 효과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규철 지질자원연 지구환경연구본부 지하수연구실장은 "냉방 뿐만 아니라 난방 효과도 있다.

2중 비닐하우스 위에 지하수를 뿌려 수막을 형성시켜 하우스 내 열 유출을 막고, 지하수의 따뜻한 물이 식을 때 발산하는 열을 하우스 보온에 이용하는 수막하우스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며 "정부에서도 이러한 지하수의 이용을 권장하기 위해 지하수를 이용한 냉·난방을 법제화해 놓은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법제화 되기 이전의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지어질 신규 건물의 경우 시설 기준에 따라야 한다. 지진연구센터도 지하수 사용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지진연구센터 앞 마당에는 지하수를 퍼올려 건물 전체로 퍼뜨리게 하기 위한 지하수봉이 30∼40여 개 정도 땅 속에 박혀 있다.

하 박사는 "물부족 국가인 우리나라로서는 물을 잘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 물을 적극적으로 재활용해야 하는데, 지하수 만한 게 없다"며 "지하수는 강이나 호수와 달리 기후 변화에 민감하지 않아 수량변화가 적고, 변화 자체가 적다. 이같은 원리를 이용해 현재 지질자원연에서는 지하수와 관련된 여러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 지하수 인공 함양 시스템, 두 마리 토끼 한꺼번에 잡는다
 

▲지하 수위를 측정하고 있는 하규철 실장. ⓒ2012 HelloDD.com

지질자원연 지하수연구실이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연구는 지하수 인공 함양 기술이다. 지하수 인공함양은 자연적인 물의 순환계에서 하천을 통해 바다나 대기중으로 방출되는 물의 일부를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포획해 인위적으로 땅속으로 물을 집어넣음으로써 지속적으로 지하수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녹색성장기술이다.

지하수 인공함양 기술은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홍수 대응 및 녹색성장동력으로서 정부, 지자체,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하에 지속가능한 수자원을 확보함으로써 깨끗하고 풍부한 물을 국민에게 제공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경제발전의 블루 골드로서의 역할을 다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친환경 기술이기도 하다.

하 실장은 "이미 5년 전 제주도에서 지하수 인공 함양 과제를 진행했었다. 제주도 특성에 따라 하천에서 내려오는 물을 우회시킨 후 저장해 그것을 지하수로 함양하게 하는 시스템이었다"며 "홍수 저감 효과는 물론 지하수 확보 차원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의 주요하천에 소규모 둑이라고 할 수 있는 보(洑)를 세워 흘러 넘치는 물을 저장했다가 재활용하는 방법을 시도했었다. 집중호우때 하천에 설치된 보에서 넘친 물을 저장했다가 인공함양정을 통해 지하로 흘러 들어가게 해 지하수와 같은 역할을 하게 하는 방안이었다.

인공함양정을 타고 50m 흘러간 물은 다시 150m 지하로 더 내려가 지하수와 합쳐진다. 지상에서 200m 가량 흘러간 물은 모래, 흙 등을 통과하면서 자연스럽게 정화작용도 하게 된다. 언제든지 재활용할 수 있는 물로 격이 높아진다.

빗물의 변신이라고나 할 수 있겠다. 이 시스템은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시스템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증명됐다. 한 가지 문제라고 한다면 현재 기술로는 지하 지질구조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 땅 속에서 물이 흘러가는 방향, 하류까지 도달하는 시간 등에 대한 파악은 물론, 개수층의 분포라든지 물을 얼마만큼 저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에도 현재로서는 대답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이지 않는 땅 속을 추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 실장은 "한계를 조금이라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다들 하고 있다. 지질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시추 코어를 떠서 그 밑에 있는 지질 구조를 파악하는 것인데, 모든 땅을 다 파 볼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물성이 다른 구조가 겹쳐져 있다면 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해석 방법의 정확도를 높이고자 하는 것은 향후 인류의 영원한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땅을 뚫고 지하수봉을 꽂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는 게 아니다. 물이 안 나올 수도 있는 가능성이 무한히 많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 실패율이 많기 때문에 부담도 크다.

잘못하면 지하수의 고갈과 수위 문제 등이 발생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터였다. 하 실장의 말에 따르면 이에 대한 기준을 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정부 쪽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다. 그는 "지하수는 응용 범위가 넓다"며 "환경적인 측면, 수량적인 측면, 산업적인 측면, 사이언스 적인 측면 등 모든 분야를 커버하기 때문에 전공 분야가 다양하다. 물리, 화학, 생물, 지질, 자원공학 등 모든 부분들이 다 포함이 될 뿐만 아니라 요소 요소가 융합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지하수연구실에서는 인공함양, 수막, 방사능 연구 뿐만 아니라 용천수 개발과 관련된 영향 조사, 수질 기준과 관련된 새로운 수질 방안 개선 연구, 지하수 수위 현황을 파악하는 지하수 기초 조사, 환경 오염 취약성 평가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 "지하수 연구,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최적의 연구"

논문과 과학자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를 정리해 대중에게 발표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 수단으로 사용되는 논문은 그래서 과학자들을 평가하는 잣대로도 활용된다. 하 실장은 논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하는 과학자 중 한 명에 속한다.

그는 "현장에 실질적으로 활용됐으면 하는 게 내 지론이다. 논문을 써야 하긴 하지만, 그것이 과연 국민들에게 다가갈 때 괴리감이 없느냐 하면 그건 명확히 말을 잘 못하겠다"며 "연구원의 미션은 연구지만, 국민에게 서비스 하는 부분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평가 부분에서 소홀히 여겨지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연구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말이야 연구지 사실은 3D를 넘어 5D에 가까운 게 지하수 연구다.

가장 우선돼야 할 지질 구조 파악을 위해 현장에서 작업을 하다보면 우스갯소리도 많이 듣는다. "산속이고 시골이다 보니까 짜장면을 시켜서 먹고 있으면, 어떤 아주머니가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가면서 귀띔을 한다. '너 공부 안하면 저렇게 된다.

다 박사들이고 대학원 나온 친구들이 대부분인데, 그렇게 보이는 걸 보면 허탈할 때도 있다. 특히 요즘 같은 날은 더워서 다들 땀에 절어있는 상태가 된다. 그럼 뭐 체면이고 뭐고 어느새 다 뒤틀어지게 된다." 남이 보기에 고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뿌듯한 일이 많은 연구 분야라 그저 묵묵히 제 자리에서 연구를 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게 그의 말. 하 실장은 "많은 이들의 능력을 보아 우리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연구 지역과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 경제력이 높아졌으니, 이쪽 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일 중요히 되는 부분은 바로 사람이다. 인력이 많이 부족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 실장은 "현재 자원 외교가 국가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자원 문제 뿐만이 아니라 지하수 연구 역시 국가 자원 정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꿈을 이루기 위해 차곡 차곡 연구 역량을 쌓아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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